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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한 민족이 존경받을 기회 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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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한 민족이 존경받을 기회 흔치 않아"

함세웅 신부, "김 추기경은 교황의 뜻 따라야"

이라크전의 즉각적인 중단과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하기 위한 행동에 사회 원로들이 직접 나서는 등, 국회의 이라크전 파병안 처리를 앞두고 반전과 파병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1> 기자회견

***종교, 학계, 시민단체 등 반전평화비상국민회의 제안**

31일 오후 명동성당에서는 박형규 목사, 리영희 교수, 함세웅 신부, 청화 스님 등 사회 원로와 여성환경연대, 민변, 민교협, 전국민중연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전평화비상국민회의와 반전평화캠프’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2>장미희

영화배우 장미희 교수와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청화 스님은 함께 낭독한 ‘반전평화를 위한 비상국민회의 제안문’에서 “명분 없고 부도덕한 미국의 패권적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라크의 아이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가족과 친구들의 처참한 주검 앞에서 울부짖고 있다”며 “이 전쟁은 테러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길 것이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서도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들 중 상당수가 참전을 거부하고 있고, 이라크 파병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며 “이라크 파병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민족이 존경받을 기회는 흔치 않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령과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지난주말 국회 앞 시위대에게 연설을 했던 리영희 선생(한양대 명예교수)이 또다시 참석해 사자후를 토했다.

<사진5> 부축받는 리영희 교수

리영희 선생은 한국 국민이 미제국주의의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을 외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가 그가 속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따라 존경 받을 기회는 흔히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이 긴 세월동안 쌓아온 덕성을 세계에서 평가하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인류애적 감각과 철학이 뛰어난 국민임을 전세계에 과시해 스스로 입증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리 선생은 또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집단은 오로지 미국의 본질적 이득만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는 오만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집단이지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집단”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단지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도와주는 대가로 한반도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함세웅 신부,“추기경은 교황의 뜻을 따라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는 “전쟁은 하느님의 뜻을 반하는 행위”라며 “신앙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함 신부는 지난주말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김수환 추기경의 파병 지지입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추기경 발언의 의도를 정확히 모르겠고 개인적인 의견인 것 같다”면서도 “추기경은 교황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의미있는 일침을 가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파병 지지 입장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은 파병 반대 운동을 강도높게 전개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 입국해 반전평화활동을 펼칠 예정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성국 신부는 비자 문제로 요르단에 머물고 있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은 31일 오후 7시 명동성당에서 '이라크 전쟁중단, 파병반대 한반도 평화 염원 천주교 기도회'를 연다.

<사진4> 반전평화캠프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원로들

***“이라크에 필요한 건 파병이 아니라 양식과 의약품”**

여성환경연대 박형숙 대표는 “이라크전은 막대한 환경파괴를 불러와 미래의 세대에게도 극심한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창의 고문은 “이라크는 이미 걸프전과 경제봉쇄로 빈곤에 빠지고 열화우라늄탄의 피해로 수많은 기형아와 백혈병 아이들이 태어난 곳으로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파병이 아니라, 양식과 의약품”이라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는 “한반도는 강대국의 수많은 침략과 전쟁으로 조상들이 상처 입고 불행했던 작은 나라이고 이라크 또한 강대국의 침공으로 인해 희생을 당하는 작은 나라인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냐”며 “전세계인들이 반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범국민적인 반전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민중연대 오종렬 공동대표는 “정부의 파병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전쟁 범죄의 공범이 되게 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고, 문화연대 김정헌 공동대표는 “문화예술인들이 부시의 더러운 전쟁 때문에 길에서 헤매고 있다”며 “빼앗긴 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명동성당에 반전평화캠프를 차려 토론 및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 행동의 열린 마당으로 가져갈 것이며, 4월 3일에는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3> 반전평화캠프

***예비역 장병, “국군은 석유자본과 미국의 패권 확보를 위해 군대에 간 게 아니다”**

이밖에 지역에서도 반전 움직임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강릉경실련, 강릉YMCA등 영동지역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영동지역반전평화연대도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군파병동의안의 국회인준 저지를 위한 성명’을 발표해, “과거 인권변호사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던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 한국군 파병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성명과 함께, 7백여명의 강릉지역 예비역 장병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들은 어린아이를 죽이고, 석유자본과 미국의 패권 확보를 위해 내 생명을 걸고 군대에 다녀온 것이 아니고, 지금 훈련소에 고생하고 있는 이등병들도, GOP철책 앞에서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노무현 참여정부, 국회는 그 장병들을 아이와 여자를 죽이는 전장으로 보낼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예비역 장병들이 이같은 파병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주말 재향군인회가 이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조선일보에 파병찬성 광고를 내며 파병반대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천명한 데 따른 반박의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4월2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연설과 본회의 일정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노총 등은 국회 앞에서 4월1일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4월2일에는 민주노총이 1만 노조원 상경투쟁을 계획하고 있고 서울대가 반전과 파병안 통과 저지를 위해 동맹휴업에 들어가는 등, 국회 앞은 파병 동의안 처리를 두고 다시 한 번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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