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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 남북관계 고집스레 해나가"

[리영희 교수 인터뷰]"대통령-외교보좌관 미국 정확히 알라"

리영희 교수는 인터뷰 내내 언어 속에 나타난 '인간의 의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3국 정상외교에 대한 평가에서도 외교 용어 뒤에 내재하고 있는 의식을 따져가며 설명하려 했다. 그리고 스스로 그것을 '외교적 언어심리학'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보좌하는 인물들의 대미 열등의식이 문제"**

<사진 1>

리영희 교수는 '외교적 언어심리학'에 의거,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정부의 고위 외교 정책 결정에 참여하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들이 갖고 있는 대미(對美) 열등의식"을 문제 삼았다. 타국(미국)에서 타국어(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깊이 자리한 열등감이 그들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어 종속적 외교를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 교수가 그 사례로 든 것은 최근 한중정상회담에서 나온 '북핵에 대한 비가역적 방법의 검증'이란 말이었다. 한국적인 발상으로는 있지도 않은 '비가역적'이라는 말을 부시 미 대통령에게서 배워와 그대로 중국 지도자들에게 전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부시의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부시의 생각, 철학, 전략에 완전히 동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외교 보좌진들을 질책한 리 교수는 미국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일천한 대미 의식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통치 집단을 "범죄성, 흉함, 공작능력의 측면에서 겁나는 집단"이라고 규정한 그는 "링컨 정도나 알고 있는 노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의 얕은 대미인식과 보좌역을 맡고 있는 주변 인사들의 열등의식이 어우러져 현재의 외교 난맥상과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본질 시급히 파악해 자율성 극대화해야"**

리 교수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지위를 설명하며 "한국은 철저히 미국의 속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인은 철저히 '오브 더 피플, 바이 더 피플, 포 더 피플'이 돼야 한다"면서 그러나"주한.주일미군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돈을 대줘가면서 하기 때문에 '오브 더 피플'은 맞지만 작전권을 미국이 갖고 있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 더 아메리칸, 포 더 아메리칸'이다"고 기염을 토했다.

리 교수는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선 "미국의 요구를 7할쯤 받으면서 나머지 3할로 남북관계를 상당히 고집스럽게 해 나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북 송금문제에 대해 리 교수는 "미국 공화당-일본 언론-한국 반공 냉전세력이 유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해 대선시기를 "노벨상을 탄 김 대통령의 위신이 높아지고 남북교류에 관성이 붙어서 미국의 통제 밖으로 빠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으로 설명한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반공 세력이 햇볕정책을 무너뜨리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거양득의 수를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핵문제에 대해 리 교수는 미국이 지난 한세기 동안 전 세계 각국에 저지를 일을 길게 소개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설명을 대신했다. 베트남 통킹만 사건, 칠레 아옌데 정권 축출, 이라크 전쟁 등을 예로 든 그는 "미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에 대한) 공격이 있기 전 그 구실을 만들기 위해 거짓과 허위, 날조, 사건의 침소봉대를 했다"며 "그런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그러나 "현 정부가 아직 초기라는 것을 들어 문제가 악화일로로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며 "미국의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일 오전 있었던 인터뷰는 경기도 산본에 있는 리영희 교수의 자택에서 정치토론 웹진 '시대소리'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이날 인터뷰의 주요 내용.

<사진2>

***"중국 지도자들이 비웃었을 것"**

프레시안: 노무현 대통령 방중 기간에 '확대다자회담'과 '당사자회담' 사이의 용어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리영희 교수: 대통령이 돌아와서 그간의 오고간 얘기를 좀더 정확하게 듣고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굳이 얘기하자면 이번 용어 논란은 대통령의 철학과 사고 바탕이 얼마나 약한가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란 말은 언제나 이슈의 상대자들을 뜻한다. 1994년 북핵위기때 북미간 온갖 고비를 겪으면서 문제를 다룰 때 썼던, 일정한 정의가 있는 말이다. 곧 미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을 뜻한다. 표현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여러사람이 하는 회담이라고 말한다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건 대통령의 외교보좌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방보좌관, 외교 관련 장관들이 부시의 용어-생각, 철학, 전략에 완전히 동화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이 그걸 판단 못하고 '당사자'라고 불쑥 말했을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은 청화대학에서 북한의 핵은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방법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가역'이나 '불가역'이란 말은 한국적인 발상에서 나온 용어가 아니다. 영어로 'Irreversible'을 번역한건데, 그걸 부시한테 배워와서 그대로 중국 지도자들에게 말한 모양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자기의 철학이나 줏대가 없고 그저 부시의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내가 보기에 중국의 지도자들이 내심 비웃지 않았나 한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추가적 조치'를, 일본에서는 '대화 병행'을, 중국에서는 '대화에 의한 평화'를 얘기했다. 이같은 차이를 어떻게 보는가.

리 교수: 그것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을 할만큼 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솔하게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게 가는 곳마다 대응과 방향이 달라졌다면 그건 두가지 이유때문이라고 본다. 하나는 (대통령)본인에게 국제정치에 있어서의 확고한 철학이나 전략이 없다는 걸 뜻하는 것이고, 둘째는 국제관계를 다뤄야할 대통령을 보좌하는 외교 분야의 최고 자문 참모들이 전혀 정견을 갖고 있지 않다는 표시다.

***"대통령, 미국 본질 너무 몰라"**

프레시안: 미국의 패권주의적 전략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인식 정도와 대처 방법에 대한 생각은.

리 교수: 미국은 패권주의가 아니다. 제국주의다. 가장 악날하고 가장 범죄적인 제국주의다. 미국의 정체에 관해 50년간 연구해온 결과다.

외교 문제를 대하는 철학이 현 정부에는 없다. 선거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나타단 노 대통령의 대미 인식은 너무도 부족했다. 미국을 움직이는 권력 집단의 본성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미국에 대해 겨우 아는 거라고는 링컨 정도라고나 할까. 좋게 말하면 순진하다고나 할까? 그런 얕은 인식을 갖고 미국을 생각하면서 선거과정에서 좀 우쭐한 표현을 쓴 것인데, 한국의 젊은이들이나 국민 일부가 그걸 착각했던 것 같다. 미국 통치집단의 본성과 미국 자본주의의 생태적 행동원리를 알았더라면 후보시절의 말이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통치집단은 겁나는 집단이다. 겁난다는 것은 힘이 무섭다는 말 뿐만이 아니라 그 범죄성, 음흉함, 공작능력이 그렇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선의의 국가간 생활양식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벌이는 집단이란 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알 까닭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최고 보좌관들도, 국제정치라는 걸 가르치는 교수들도 모른다. 미국에 가서 박사니 뭐니 하고 돌아오는 것은 짧은 영어를 하면서 미국인들에게 괄시받고 그들에 대한 열등의식에 젖어 돌아오는 과정이다. 말을 못한다는 것은 본원적인 인간의 약점처럼 의식화가 되는 과정이다. '나는 미국인들보다 못한 인간이다'는 식의 자학과 열등의식이 머리에 꽉 젖어버린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한국의 외교정책, 한미관계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예외없이 그런 과정을 거쳐 비슷한 심리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은 그 사실을 아무리 부정해도 의식의 밑바닥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열등감은 그대로 남아있다. 교수들이 말하는 미국, 국체정치란 것은 교과서와 강의실에서 접한 것에 불과하다.

언어는 단지 의사표현의 수단이 아니다. 언어는 그렇게 건조한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고 아주 축축한 것이다. 축축함이란 것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적 바탕에서 나도 모르게 배어들어 있는 것을 지니고 있는, 나라는 개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습득된 선험적인 내용을 지녔다는 뜻이다. 어느 나라 말을 할 때, 그 말한 상대가 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거나 권위가 있거나 돈이 있거나 힘이 있을 때, 그 우월한 상대방의 언어를 대등하고 능숙하게 쓰게 되기 전에는 항상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과 알제리 지식인들도 프랑스, 영국 사람들과 대화할 때 똑같은걸 느꼈다. 폴 니잔이라는 지식인이나 알제리의 유명한 독립 이론가 프란츠 파농 같은 경우도 같은 말을 했다.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대통령 주변의 외교 참모들이나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학자들도 그같은 열등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고 하나의 본성처럼 돼버렸다. 그건 아주 미묘한 것이다. 외교적 언어심리학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어를 좀 잘한다는 우리 지식인들이 그런 의식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심리, 존재론적인 자각을 갖으려는 확고하고 첨예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상태가 돼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한국 지식인들이 지극히 냉정하고 냉철한 거리를 두고 자기를 유지하면서 미국이란 나라, 미국 사람들, 권력.통치집단을 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심정과 언어를 가지고 미국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십중팔구 거기에 다 말려든다.

***7할 주고 3할 받은 김대중 대통령**

프레시안: 그런 인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리영희: 한국인들은 미국을 진선미(眞善美)한 국가로 착각하고 있다. 냉전.반공.수구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 집단들이 특히 그렇다. 나비넥타이를 하면서 링컨 숭배한다는 한국의 한 지식인은 미국의 인간 사회 문화 관습 철학 등 모든 것에 대해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가 그러한데, 이성적인 사고나 자기비판, 타자와 관계에 있어서의 냉철한 비평에 입각해 사고하고 행동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자기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기독교, 특히 신교의 경우 조선에 들어올때부터 우월자의 이미지로 짙게 채색된 것이 한국 기독교가 자라온 과정이다. 촛불시위 뒤에 같은 시청앞에에 모여 친미시위를 한 사람들의 성격.성분이 전부 그렇다.

기독교인들을 위시한 시위대가 내건 프랭카드에는 'We love US military, army(우리는 미군을 사랑한다)' 같은 말이 써 있었다고 한다. 'US Army, military'는 주한미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군부 전체를 뜻하는 집합적인 용어다. 그것을 사랑한다니! 군부란 부시의 범죄적 제국주의 탐욕 행위의 물리적 선봉대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뭘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위험스런 주장을 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 나라에 가서 다른 얘기를 했다면, 대통령도 문제고 그의 옆에서 국제정치나 외교를 자문하고 보좌할 역할을 위임받은 사람들도 문제다. 이 얘기를 하려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렇게 길게 얘기했던 것이다.

<사진3; 한중정상회담장면>

프레시안: 노 대통령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성과를 내기에 급급해서 투명성의 문제가 불거졌고 그래서 평화번영정책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비교평가한다면.

리 교수: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는 실체성이 없는 비유적인 표현-일종의 심볼리즘(symbolism)으로 굉장히 넓은 개념을 갖고 있다. 추상성이 올라갈수록 내포하는 구체성은 넓어진다. 그러나 평화와 번영은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표현이다. 두 정책은 차원과 성격이 다른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비교가 안된다. 햇볕정책이라는 표현의 언어사회적 성격을 경제적 협조, 비핵화, 민족공동체 같은 데까지 구체화시킬 때에만이 평화번영정책과 차원이 같아지는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용어를 쓰는 한국의 지식인들이나 언론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를 7할쯤 받으면서 나머지 3할로 남북관계를 상당히 고집스럽게 해나갔다고 본다. 미국은 남한 정부의 팔을 비틀수 있는 모든 걸 갖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미국의 세계 경제 지배를 위해 고도로 정밀화된 체제다. 말을 조금이라도 안들으면 모든 수단을 사용해 한국의 대통령도 말 한마디로 쓰러뜨릴 수 있다. 요컨대 우리에겐 주권이 없다는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7할의 요구를 받았다는 것은 미국이 정권의 토대 자체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자유선거로 선택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을 수만은 없었던 미국의 입장을 이용해 3할을 가지고 남북관계의 숨을 터줬다. 남한 정부의 팔을 비틀지만 팔이 빠지지는 않을 정도로 비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걸 이용한 것이다.

프레시안: 그렇지만 대북 송금문제가 불거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리 교수: 송금문제는 지난해 선거 와중에 불거진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백지화시키고 부시의 강경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구성된 의원 그룹에 속한 공화당 하원의원이 송금문제를 제기했고 그걸 일본 언론에 먼저 알렸다. 산케이나 요미우리 등 일본의 반북한 냉전 수구 언론이 먼저 보도한 것을 조선일보가 받았을 것이다.

냉전시대를 풍미했던 남한 사람들 여럿이 지금 일본에 가서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을 거명하진 않겠지만 오로지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일본에 가 있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많이 있다. 그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화해가 실현되면 이익을 얻지 못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안정을 거부하는 공동 작전을 펴고 있다. 미국 공화당 세력과 연결돼 있는 그들이 정보를 흘린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타서 세계적인 위신이 높아지고 남북교류에 관성이 붙어서 미국의 통제 밖으로 빠져나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 한국 대선에서 수구 반공적, 반 평화적, 미국 숭배적 정권이 집권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수를 던진 것이다.

<사진4>

***50년간 계속된 미국의 전략**

프레시안: 북한 핵문제가 터져나온 배경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리 교수: 앞서 미국이란 나라가 무섭다고 얘기했다. 한국사람들은 미국을 너무나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적 공작과 수법을 모른다. 미국은 평화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는 나라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선거를 통해 당선된 수많은 나라들을 강제로 쓰러뜨린 나라가 미국이다. 과거 미국이 원조하고 뒷받침해줬던 정권은 예외없이 철저하게 부패.타락했고 폭력적이었다. 국가의 이익을 배반하고 미국의 이익에 절대 복종했으며 미국인보다 더 미국에 복종한 자들이었다.

미국은 64년 베트남 북폭을 할때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 존슨 행정부는 통킹만 사건으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의회는 베트남전에 대한 무제한적인 전쟁수행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을 통과시켰다.

라틴 아메리카 15개국, 아시아 7~8개국 등 전세계 대략 40여개국에 미국이 저지른 일을 보면 공격이 있기 전 그 구실을 만들기 위한 거짓과 허위, 날조, 사건의 침소봉대가 있었다. 이라크 전쟁이 바로 그런 것이었는데 사실 그런 짓거리는 50년간 계속된 것이었다.

또 다른 예로, 이스라엘은 1983년 이미 핵탄두 1백개에 2천km짜리 중거리 미사일 2백개를 완성해서 그 지역을 지배하는 핵 국가가 됐다. 이때 미국이 우라늄을 다 제공했다. 나치 이래 가장 반인륜적인 민족 격리주의를 펴왔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1년 7월에 핵탄두 6개 반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도 미국은 아프리카를 지배하기 위한 앞잡이로 반인륜적 남아공 정권을 지원했다. 그런데 미국은 그해 갑자기 핵 기술자와 정보기술자들을 보내 핵무기를 비밀리에 해체했다. 당시는 만델라가 출옥해 흑인 정권을 만든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과거 미국의 행태에 관한 지식 없이 북한과 미국과의 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그걸 너무나 모른다. 그 과거에 대해서는 백지인 상황에서 지금의 일만 가지고 말하면 안된다.

프레시안: 말한대로라면 대북.대미 정책이 악화일로로 가고 있는 듯 하다. 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리 교수: 지금은 현 정부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말한 이 모든 문제가 악화일로를 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나가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미국의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고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파악해서 빨리 실천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우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미국에 철저히 종속된 경제 관계를 다변화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고통이 있더라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줘서 감사하다.

***인터뷰 후기**

리영희 교수와의 인터뷰는 어려웠다. 힘들었고 약간은 '무서웠다.'

노무현 대통령의 3국 정상외교와 북핵 문제 등 '펄펄 뛰는' 현안에 관한 질문만 빼곡히 적어갔던 기자는 첫 번째 질문에서부터 좌절했다.

"중국은 '북한의 안보우려'를 주장했는데 우리 정부는 받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첫 질문에 리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난 어제 일 오늘 알고 오전 일 오후에 알면서 살지 않아. 많은 얘기를 듣고 비교해보지도 않고 익지 않은 상태에서 다짜고짜 얘기하는 것은 내 살아온 방식이 아냐."

그리고는 시종 '경청'해야 했다. 대화 상대와의 '정서적 교감과 공감대'를 중시하는 리 교수에게 <전환시대의 논리>를 오래된 책이라고 '기피'하며 90년대 중반 대학을 다녔던 기자는 사실 너무 어렸다. 인터뷰는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미국 역사이야기'가 돼버렸다.

그러나 녹취록을 작성하다보니 2시간 반에 걸친 리 교수의 이야기속에는 기자가 듣고자 했던 답변이 모조리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키워드 몇 개를 입력하면 답변을 쏟아내는 인터넷 지식검색기에 익숙해진 기자에게 그것은 다소 낯선 경험이었다. 이제야 처음 만난 리영희 교수는 그런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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