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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건설적 토론'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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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건설적 토론' 이어갈 수 있을까?

[대법원장 발언파문, 중간결산] 변협은 '사퇴 요구'로 역풍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이 이번 주 초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법원장은 26일로 예정된 서울고·지법 방문 자리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던 검찰과 변협도 일단 이 대법원장의 26일 발표 내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이 다소 거친 표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겠지만 자신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사법개혁에 대한 내용적 고민까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파문에서 법원 내부에서는 판사들은 물론 법원 노조까지 이 대법원장을 적극 지지하는 모양새이고, 국민 여론도 이 대법원장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 이 대법원장이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는 일단 논쟁의 주도권을 법원이 쥐고 있으며, 검찰은 한 발 물러섰고, '대법원장 사퇴' 운운하던 변협은 '눈치보기' 상황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한 사법부 개혁 논란의 주초 현재 중간성적표다.
  
  ■ 잇따른 판사들의 지지…으르렁대던 법원 노조도 환영 :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파문'으로 번지자 일선 간부급 판사들이 잇달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법관들의 자존심에 비추어 대법원장을 무조건 편들기도 쉽지 않은 게 법원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지가 잇따르는 것은 대법원장의 발언들이 내부에서 공감을 얻었다는 반증이다.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의 발언을 지지하며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난한 데 이어, 일선 판사들의 최일선 맏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서울중앙지법 이상훈 형사수석부장판사도 형사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사, 변호사와 동료 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이 대법원장을 거들었다.
  
  이 부장판사는 특히 "검찰의 상대방은 피의자나 피고인이고, 변호사는 당사자의 대리인이거나 변호인일 뿐"이라며 "'법조 3륜'이라는 말은 벌써 사라졌어야 한다. 전혀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달갑지 않은 동료의식을 내세우는 표현 같아 유쾌하지 않다"고 더 강한 어조로 변호사들을 자극했다.
  
  평소 판사들과 사이가 좋을 일이 별로 없던 법원 공무원노조도 이 대법원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법원노조는 23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국민적 염원을 대신해 법조계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시한 대법원장에게 사퇴 운운하는 것은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사법개혁을 방해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법원에 변협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도 내걸기로 했다.
  
  이 대법원장의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법원 외부를 겨냥함으로써 내부의 논의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 시도가 내부에서 일단 큰 힘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 검찰, 일단 후퇴…"발전적으로 고민하자" : 파문이 일면서 검찰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은 이미 법원과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검찰은 초기의 격앙된 반응과 달리 일선 검사들의 감정적 반발을 자제시키며 사태를 침착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23일 광주지역 검찰 간부들과 월출산에 올라 "자제와 절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며 판세를 크게 볼 것을 요구했다. 25일 간부회의에서는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검찰의 이와 같은 '신중론'은 법조계에서도 현명한 대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논란의 기선을 잡은 법원에 검찰이 맞서는 모습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자칫 검찰 자체가 감정적 집단으로 비칠 수 있다"며 "검찰이 다투는 모양새를 자제하고 공판중심주의 대처법 등 내용적 고민을 하는 모습은 상황의 발전적 논쟁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법원도 검찰에 대해서는 "일부 표현이 언론 보도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 "변호사는 시민의 대리인일 뿐"…변협 '사퇴 요구' 했다가 된서리 : 하지만 변협의 '사퇴 요구 성명'은 오히려 여론전에서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들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즉각 '사퇴 요구'를 한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법원도 검찰에는 '유감'의 뜻을 나타냈지만, 변협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법원과 검찰은 '공판중심주의'라는 사법개혁 방향을 두고 내용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변협은 일부 표현을 갖고 시비를 거는 감정적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검찰과 법원 모두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때 법의 영역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변호사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공익 변호사' 이미지는 후퇴하고 상대적으로 '직업 변호사'의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던 터에 자존심만 세우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시민사회의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모든 변호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변호사들은 의뢰인 앞에서 권위주의적 태도에 젖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변호사 업계에서도 변호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 공판중심주의 등 사법 환경의 변화를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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