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많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집권과 함께 높아진 물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환경적 문제들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건국 250년이 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주하는 나라가 될까"라며 "지난해(2025년) 미국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인구 유출이라는 현상을 경험했다. 유입 인구보다 유출 인구가 더 많았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는 순 이민자 수 감소를 추방 강화와 신규 비자 발급 제한이라는 공약의 실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민 단속의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중요한 변화가 있다"라며 "미국 시민들이 기록적인 수로 미국을 떠나 더 저렴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1961년까지 집권했던 아이젠하워 행정부 이후 미국이 해외 이주에 대한 종합적 통계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50개국 이상의 거주 허가, 해외 주택 구매, 유학생 등록 등 다양한 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인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해외로 이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일부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은 더 이상 미국에 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 국토안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67만 5000건의 강제 추방과 220만 건의 자발적 추방이 발생했다"라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이주 전문 업체 중에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을 위한 업체, 흑인 미국인들을 위한 업체, 여성들을 상대로 한 업체 등이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성 이주 전문 업체인데 신문은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15~44세 미국 여성의 40%가 가능하다면 해외로 영구 이주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미국 거주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수십 건의 인터뷰를 통해 해외 거주 미국인들은 경제적 유인, 생활 방식, 미국 사회 미래에 대한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라며 "강력 범죄, 높은 생활비,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의 재선 역시 많은 이민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신문은 "인터뷰에 응한 사람 중에는 트럼프에게 투표한 사람들도 있었다.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변화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며 "갤럽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을 떠나고 싶다고 답한 미국인 비율은 10명 중 1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명 중 1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더 저렴한 학비를 위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 너머에는 저렴한 요양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미국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을 받기 위해 입소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으로의 이주가 많았는데 신문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거의 대부분에서 거주 및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미국인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주 미국인 수가 500% 이상 급증했으며,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지난 10년 동안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미국인 거주자 수는 거의 두 배로 늘었고, 체코에서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지난해에는 독일로 이주한 미국인이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인보다 더 많았다.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였다. 2025년 미국에서 온 이민자는 1만 명으로, 2024년의 약 두 배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영국행을 택하는 미국인들의 숫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미국인들의 영국 시민권 신청은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6600건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댈러스의 부동산 투자 회사에서 일하며 베를린에서 어린이 야구 리그를 운영하는 크리스 포드(41세) 씨는 신문에 "5살짜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총기 난사 훈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일은 없죠"라며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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