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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6월 방북' 무산…'남북, 총체적 신뢰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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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6월 방북' 무산…'남북, 총체적 신뢰 결여'

정세현 "적절한 시기 아니다"

오는 2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을 찾을 예정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연기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돌출 상황 때문에…방북 초청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돌출 상황 때문에 지난 5월 합의했던 '6월말 방북'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방북 연기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방북 연기의 이유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남북간) 의사소통 채널이 있지만 서로 주고 받는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지금은 물리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북한은 미사일 국면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가 되고 현재로서는 그 부분을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나 "북한의 방북 초청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차기 실무접촉을 위한 날짜를 (북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 실무접촉 일정과 관련해서는 "북쪽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날짜를 못 박기는 어렵다"며 "어느 정도 분위기가 되면 그때 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남북은 4월 말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6월 방북에 의견을 같이 하고 지난달 두 차례 실무접촉을 통해 오는 27일 방북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제2차 실무접촉 이후 예정됐던 추가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이상기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15일 6.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차 광주를 찾은 최승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북측에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전망이 유력해졌다. 사실상 날짜까지 확정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이와 관련한 북측의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축전 참가차 광주를 찾은 정 전 장관은 북측의 대표단 중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실무인사가 있다며 행사 기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잠정 합의했던 날짜까지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명확한 답변을 보내오지 않으면서 방북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결국 정 전 장관이 이날 오전 "방북 연기"를 밝힘에 따라 이같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북한은 왜 미뤘을까?…"남북관계 총체적 위기가 원인"

김 전 대통령은 오늘의 남북관계를 만들어 낸 주역이다. 지난 2000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합의한 장본인이 김 전 대통령이기에 그의 두 번째 방북은 많은 기대를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철도 시험 운행 무산이나 서해의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남북이 삐걱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명백한 대답'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부정적 인식을 보여 왔으며 결국 김 전 대통령의 '6월말 방북'은 무산됐다.

정 전 장관은 미사일 문제라는 '돌출 변수'가 방북 연기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으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미사일은 명목상의 이유일 뿐 '남북관계의 위기' 상황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정 전 장관의 회견 내용을 들은 뒤 "북한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한 것은 남한 정부의 적극적 대북 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면서 "남북이 주도적으로 북미 대결 구도를 돌파하자는 의지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던 것이었지만 현재는 그와 같은 신뢰가 깨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닥쳐 있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이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실무적인 지원만 할 뿐 남북관계의 제반 문제들을 풀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북한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와봤자 북한으로서는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부담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대남 신뢰의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도 "남한에서 경협을 철도 연결과 연계시키는 등 남북관계의 문제를 조건화시키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대대적 양보' 발언을 했지만 이것이 실질적 의지의 표현은 아니라는 점을 북한이 인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또 "북한이 김 전 대통령을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욱이 김 전 대통령이 지금 방북하면 미사일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북한으로서는 그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북관계의 신뢰 결여가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를 통해 여러 난국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접게 만들었고, 이같은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평양을 찾는 것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부담'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무산시킨 배경이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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