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 행정부 인권유린의 상징인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서 수감자 3명이 목을 매 자살했다. 2001년 9.11사태를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관타나모 수감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인권단체의 관타나모 폐쇄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관타나모 기지를 관할하고 있는 미 남부사령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기지 수감자 중 사우디아라비아인2명과 예멘인 1명이 그들의 감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10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에 이들이 감방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고 숨을 쉬지 않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아 의료진으로 하여금 응급조치를 하게 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군 당국은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 "이들의 자살은 우리를 겨냥한 전쟁행위"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인 해리 해리스 예비역 해군 소장은 수감자들이 침대시트와 옷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맸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소장은 그들의 자살이 절망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소장은 "그들은 똑똑하며, 창조적이며, 분명한 행동목표를 갖고 있다"며 "그들은 스스로의 생명을 포함해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번 (자살) 행위가 절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전쟁행위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이후 관타나모 기지에는 주로 아프간전쟁에서 이송해온 460여 명의 테러용의자들이 수감돼 있다. 관타나모 기지는 적절한 법 절차 없이 수감자들을 장기간 가둬 놓고 있어 '인권유린의 상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수감자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장기간의 불법적 구금에 항의하기 위해 단식투쟁을 이어왔는데 한때 131명에 달했던 단식투쟁 가담자들은 지난주 18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의 단식투쟁 과정에서 미군은 이들이 굶어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감자들의 코를 통한 강제급식을 감행하기도 해 인권운동가들로부터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 처음으로 테러용의자들이 수감된 이래 4년 반 동안 수감자 23명이 41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번 사건 및 관련 정보를 보고받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스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시신을 인도적이고 이슬람 문화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절망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들의 죽음은 인권단체들과 몇몇 유럽 국가들로부터 관타나모 기지 폐쇄를 요구받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느낄 압박의 수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분석했다.
미군 관계자는 이들 사망자들이 "절망으로 인해 목숨을 끊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들이 절망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켄 로스 대표는 "그들은 장기간 비합법적으로 구금돼 있어 절망에 빠져 있었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이들을 자살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는 "그들은 어떤 독립적인 재판도 받지 않고 그 곳에 수감됐으며 그들은 어떤 범죄 혐의도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뉴욕에 본부를 둔 '헌법권리수호센터(Center for Constitutional Rights)'의 윌리엄 굿맨 대표는 이번 수감자들의 자살은 "이들에 대해 공정한 재판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빚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살한 수감자들이야말로 "정의와 공정함,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기본적 가치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굿맨 대표는 '헌법권리수호센터'가 관타나모 수감자 중 약 300명의 변호를 맡았으나 부시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기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관타나모 기지의 폐쇄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국제적십자사도 다음주 중 관타나모 수용소를 방문해 현지조사를 펼칠 것이라면서 수감자들의 적절한 사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등 자신들의 미래가 불투명한 데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9일 관타나모 기지 폐쇄 요구에 대해 "우리 역시 관타나모 기지를 폐쇄하고 싶다"면서도 "그들을 거리로 풀어주면 그들은 미국의 시민들과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큰 해를 끼칠 사람들"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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