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1일 당 내분 사태 수습을 위한 새 원내대표로 5선의 강재섭(대구 서) 의원을 선택했다. 강 의원은 재석 1백1명 의원들 중, 55표를 얻어 1차에서 과반을 획득해 무난히 당선됐다. 권철현 의원이 32표, 맹형규 의원이 13표를 얻었다.
이날 경선 불참을 선언한 반대파 의원들 가운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 단식중인 전재희 의원을 포함해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6-7명의 반대파 의원들만이 불참했고, '친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되는 강 의원이 당선되면서 위기에 몰렸던 박근혜 대표 체제는 일단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강재섭 "반대파 의원들의 활동공간 당내 설치"**
행정도시특별법 찬반양론에서 친박(親朴)세력으로 분류된 강 원내대표가 당선됨으로써 김덕룡 전대표의 사퇴 후 빚어진 한나라당의 지도부 공백 사태는 1주일만에 메워졌다.
강 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여러 분들을 만나고, 방문하고 접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최우선적으로 당 내분 수습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직후 단식중인 전재희 의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당내 반대파 의원들에 대해 "그 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당내에서 연구하고 투쟁하는 기구는 얼마든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를 국회에 설치하는 것은 나눠먹기식이 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회 특위 구성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강 대표는 이어 4월 임시국회 전략과 관련 "각 임시국회마다 우리 당이 지향하는 임시국회는 어떤 국회라는 포장과 내실이 있는 국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대 입법, 4월국회서도 처리 반대 시사**
강 대표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대입법과 관련해선 "다른 첩첩이 쌓여 있는 일들이 많은데, 여당이 4월에 이 이슈를 제기해 혼란에 빠트리지 말 것을 일단 촉구한다"고 처리 유보를 주장했다. 그는 "당 내부에선 여당이 3대법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지만, 밖에서는 항상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4월국회에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면 저쪽에서 밀어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3대법이 어떤 법은 본회의에 있고, 어떤 법은 상임위에 있어, 처해있는 상황이 지금 다 다르다"며 "우리 당의 당론을 다시 보고 과거와 같은 것은 추인하고 조금 달라질 부분은 시정해서, 한나라당안에서도 확실한 입장을 정리해놓고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파트너인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에 대해선 "실용주의적 생각과 내실이 있는 안정감있는 분"이라고 칭찬한 뒤, "과기정통위원회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인간적으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 체제 안정화, 내분은 '잠복'**
행정도시 특별법의 여야 합의를 지지하며 '친박'으로 분류된 강 의원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렸던 박근혜 대표 체제는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반대파 의원들 일부가 이날 경선을 보이콧했지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 의원과 단식중인 전재희 의원, 이재오, 김문수, 안상수 등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극소수 의원들만 불참해 반대파의 동력도 크게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한 반대파 의원은 "당내에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준다면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속적인 외곽 투쟁에 부담감을 피력했고, 단식중인 전재희 의원도 강 대표를 만나 "국회가 열리기 전에 방을 뺄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3월내 단식 중단 의사를 시사하기도 해, 당 내분은 완연한 수습국면으로 돌입하는 분위기다.
이로써 당 내분사태는 잠복기로 접어들었지만 행정도시특별법 찬반론으로 촉발된 분열은 언제든 새로운 이슈로 반복될 소지를 남기고 있다.
우선 반박그룹으로 분류된 권철현 의원이 일부 반대파 의원들의 표결 불참에도 32표를 얻으며 예상외로 선전해 반대파의 세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권 의원이 32표를 얻었다고 발표된 순간 경선장에 모여있던 의원들은 '우와'라고 소리치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를 의식한 듯 강 대표는 "권철현, 맹형규 의원이 지지를 받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을 지지한 의원들의 뜻을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후임 당직 인선도 주목된다. 김무성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 등 반대파 의원들로부터 공격의 타깃이 됐던 당직자들이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일괄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곧 있을 당직인선에서 박 대표의 선택도 내분 수습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가 올해초와 같이 또다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는 부담이 많아 반대파 의원들을 포함한 탕평인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로선 박근혜-강재섭 '투톱'간에 별다른 마찰의 소지가 없어 무난한 연착륙이 예상되지만, 출신지역이 TK(대구경북권)로 같아 대외적으로는 '영남당' 이미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강재섭 신임 원내대표는**
경북 의성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출신의 5선의원으로, 박근혜 대표와 함께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힌다.
전두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법무 비서관을 거쳐 민정당 청년자원봉사단총단장 민자당 대변인, 신한국당 원내총무, 한나라당 부총재 등을 역임, 한나라당의 역사와 정치행보의 궤를 같이해왔다. 1987년 노태우의 '6.29 선언'의 사실상 집필자로도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 후보 정치특보를 담당했으며, 2003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특유의 친화력이 강점이나 동시에 다소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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