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공사 옆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간 후, 3층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공항공사 노조(위원장 이시우) 관계자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이날 취임식은 지난 7일 임명장을 받고 9일 만이다. 그간 김 사장은 노조와 용산 유족들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청사 외부 공간에서 근무를 해 왔다. (☞관련 기사 보기 : 공항공사 앞에 선 용산 유족들 "아이고 꽃이 들어가네…")
이날 취임식은 15일 오후 김 사장이 노조를 설득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진행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그간 김 사장을 박근혜 정부가 내려보낸 전문성 없는 전형적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해 왔으나, 15일 자정께 출근 저지 투쟁을 중단하고 해산했다.
이에 따라 용산 유가족들은 같은 시간부터 공항공사 앞에서 노조가 설치했던 천막 없이 노숙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오전 7시께엔 취임식을 막기 위해 공사 안으로 진입하려던 유족 등 20여 명과 공사 측 직원들이 대치하며 아수라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 16일 오전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취임식을 강행한 가운데, '용산 참사' 유족 유영숙(53) 씨가 공사 건물 안을 바라보고 있다. 유 씨는 2009년 1월 6일 김 전 청장이 강행한 용산 남일당 건물 강제 진압에서 남편을 잃었다. ⓒ연합뉴스 |
용산 범대위 "김석기, 참사 5주기 전에 자진 사퇴해야"
용산 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취임식이 끝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개월 후로 다가온 '용산 참사' 5주기 이전에 김 사장이 자진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호 범대위 사무국장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김석기 전 청장의 도둑 취임식을 인정할 수 없다"며 "김석기가 집무실에 있는 한 해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청장이 용산 유족들에게 사과했다고 자꾸 얘기하는데, 유족들은 사과받은 적이 없다"며 "김 전 사장은 지금이라도 유족들을 만나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산 참사 유족들은 17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장(인천국제공항공사)을 방문, 김 사장 취임 강행에 대해 항의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11일 "김 전 청장이 공사 임원 추천위원회 서류와 면접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고도 사장에 임명됐다"며 임용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보기 : "평가 최하위 김석기 뽑은 게 '꼴찌에게 갈채를'이냐?")
한편, 노조는 15일 자정께 용산 유족들에게 노조 측 입장을 전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취임식장에 모인 임직원들 앞에서 "용산참사 유족들에게는 무릎을 꿇고 눈물로 양해를 구했다"면서 "노조 집행부는 모두를 위해서 그러한 결정을 내렸으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석기 신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사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항공사 노조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석기 취임 날에도 "용산참사 불가피" 입장 반복
김 사장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용산 참사는 법 집행을 하면서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었다.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해, 전날 국정감사에서 했던 대답을 반복했다.
김 사장은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참사를 낳은 강경 진압에 대해 "직무상 불가피하게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비전문성 논란과 관련해선 김 사장은 취재진에게 "경찰에 재직하는 동안 외사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안전·관리를 중요시하는 공항 경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외에 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김포공항 국제선의 인천공항 이전, 지방공항의 항공수요 감소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임직원들은 그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평하며 "사명감을 갖고 공항공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과제로는 △신성장동력 확보 △협력업체와의 상생발전과 청렴경영 △성과 중심의 업무 태도 등을 제시했다.
<프레시안>은 노조 측 입장 변화 경위를 설명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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