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사흘간의 잠행 끝에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던진 회심의 카드는 ‘전당대회 후 백의종군’이었다. 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수용해 반발을 최소화하는 한편, 자신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전당대회까지는 법적 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소장파 및 당내 제 세력이 일단 최 대표의 입장을 존중키로 의견을 모았으나, 최 대표의 권한 유지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어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언제든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전당대회 후 백의종군”**
최 대표는 22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까운 시일 안에 당헌당규에 따라 후임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 선출되는 대표에게 대표직을 이양하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대표를 뽑는 것만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개혁공천의 결과로 새로 나설 후보들이 주역이 돼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총선일정 등을 감안해 내달 15~20일 께 임시전대가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의 이 같은 내분 수습책은 소장파들의 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수용해 추가 반발을 최소화 하는 한편, 전대에서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당대회와 관련, 최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를 것"을 강조, 대표에 대한 강제 퇴진이 거의 불가능하고, 전대 소집권한이 대표에게 집중된 현행 당헌당규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임을 암시했다.
최 대표는 또 “전대소집을 위한 준비작업은 시작되겠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공천자들이 다 결정되어 함께 참여하는 뉴한나라당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것은 공천이 완료된 이후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공천작업을 자신의 책임하에 완료하고 공천자 대회를 겸한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최 대표는 더욱이 “이 원칙은 더 이상 타협이나 양보가 있을 수 없는 당 대표로서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못 박아 반최 진영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쳤음을 분명히 했다.
최 대표는 이어 “23만명의 당원이 선출한 당 대표로서 총선을 목전에 두고 거의 바닥에 내려앉다시피 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 당내 요구에 의해 이런 방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한 얘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모으고 지지를 다시 모아 우리가 이 시대를 책임지는 보수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 대한 내 나름의 관심이 모아져서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최 대표가 이날 밝힌 내분 수습책은 퇴진 압박에 떠밀려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결단의 일환임을 강조한 것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당분간 법적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각 정파, “일단 환영”**
최 대표의 ‘전당대회 후 백의종군’ 방침에 대해 당내 각 정파는 일단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 의원들은 최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대표직 즉각 퇴진’을 거부한 진의가 무엇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최병렬 대표가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후임대표에게 대표직을 이양하고 백의종군 하겠다는 자기희생과 용단을 환영한다"고 일단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새 대표 선출과정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절차를 통해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이고 건전,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국민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렬 퇴진운동’의 전면에 섰던 소장파들의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은 최 대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경우 예상되는 당내 역풍에 대한 우려로 보여진다.
이들은 그러나 “우리는 이 과정이 왜곡되거나 후퇴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추후 공천작업이나 전대소집 절차에서 발생할지 모를 최 대표의 정치적 권한 행사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원희룡 의원은 “당3역과 대표의 말대로 당헌당규에 따라 모든 준비가 책임있게 진행될 것”이라며 “사심이나 다른 욕심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이 일어날 경우 다시 문제제기하고 올바른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남경필 의원은 "이날 의사가 모아진 것은 '구당모임'차원이 아니라 지난 11일 대표의 퇴진 요구를 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의사가 확인된 사람만 발표한 것"이라고 말해 내부적으로 입장이 단일하게 모아진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특히 구당모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최 대표 기자회견 직후 소장파 의원들과 접촉을 했음에도, 이날 성명에 빠져 의견을 달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비대위 구성을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 즉각적인 대표직 퇴진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성명에 동참한 의원은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권영세 의원과 원외의 권영진, 김성식, 은진수, 정태근 위원장이다.
한편 영남권의 신영국 의원은 "적극 환영한다"며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이 대표가 지금 퇴진할 경우 공천작업이 다 무효화되는 것이었는데, 공천작업이 완료된 뒤, 대표 책임 하에 전당대회가 열리는 순리대로 된 것이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등 세부사항 둘러싼 진통 예상**
최 대표가 제시한 당 수습카드에 대해 당내 각 정파가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혀 한나라당 내분사태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전당대회 준비, 선대위 구성, 공천 작업 등을 둘러싼 세부적인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와 관련,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23만여명의 대의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전대 방식을 둘러싼 합의가 시급하다. 특히 소장파들은 당헌당규에 얽매이기 보다는 당이 비상 상황인만큼 전당대회도 다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소장파 사이에선 여론조사 등을 통해 약식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총선 후 자연스럽게 새 지도부가 구성될 것으로 보고 50여일간의 임시지도부 구성에는 여론조사 방식이 무리가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대표가 이날 언급하지 않은 선대위 문제도 추가적인 해결을 요하는 쟁점이다. 당내에 선대위의 조기 출범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고, 법적 권한행사 시한을 부여받은 최 표가 선대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 할 경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천작업도 최 대표 체제 하에서 계속되게 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 대표측은 공천심사위는 독립기구인 만큼 대표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태다. 더욱이 공천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최 대표 체제 하에서 이루어진 공천작업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움직임도 집단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진화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다음은 최병렬 대표의 22일 기자회견문 및 일문일답.
***기자회견문(전문)**
한나라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그동안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며칠간 서울을 떠나 있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을 추스려 총선에 승리하고, 나아가 자유민주대한민국을 지킬 것인가? 정말 깊이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친북반미성향의 노무현 정권과 사회단체로 위장한 급진좌파들이 합세하여 오는 4?15 총선에 승리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대선불법자금수사’를 무기로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그 결과로 이 나라의 건전보수세력을 붕괴시키려는 획책에 그야말로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이렇게 해서 총선에 승리해서, 그 다음에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저는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단순히 한나라당만의 운명이 걸린 선거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가 걸린 선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제 제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당헌당규에 따라 후임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 선출되는 대표에게 대표직을 이양하고 백의종군 하겠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대표를 뽑는 것만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개혁공천의 결과로 새로 나설 후보들이 주역이 되어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새롭게 태어날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념으로 한 국민정당으로 굳건히 다시 서고, 총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을 사랑하시는 당원동지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당이 매우 어렵습니다. 단합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총선승리를 위해 각자가 희생하고 인내하면서 힘을 합칩시다.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새롭게 거듭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매우 어렵습니다. 한나라당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저희 한나라당에 사랑의 채찍질을 해 주시고 힘과 용기도 함께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일문일답**
질문 :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당내에서는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아니면 선대위 구성 후 2선 후퇴등 다양한 안이 나왔다. 전당대회 개최할때까지 비대위 구성없이 대표직을 수행하시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중간에 어떤 과도기체제를 주시겠다는 뜻인지 그 점을 밝혀주셨으면 좋겠다.
최병렬 : 지금 발표문을 통해서 말씀드린 것 이외에 따로 부연설명할 내용이 없다. 최근에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그 해결책 일환으로 지금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그동안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일로 해서 과거 어느 때도 경험하지 못했던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 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다시 모으고 지지를 다시 모아서 우리가 이 시대를 책임지는 보수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수 있도록 하는가 하는 것에 내 나름의 관심이 모아져서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질문: 앞서 잠깐 질문에서도 나왔지만 현재 당 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여러 가지 해결방법으로 각 정파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조기발족 이런것들이 나왔는데 대표님께서는 대표의 권한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각 정파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어느정도 동의를 해 줄지 아직은 미지수인데 만약 반발이 있더라도 그 계획을 그대로 밀고나갈 생각이신지, 전당대회에 대표님의 출마 여부는 어떤 여지를 남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병렬 : 정파라 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 이것은 23만 당원이 선출한 당대표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오늘 우리가 거의 바닥에 내려앉다시피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지 당내 요구에 의해서 이런 방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 원칙은 더 이상 타협, 양보가 있을수 없는 당대표로서의 확고한 결론이고 방침이다.
질문: 지금 당내에서 공천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지금 가까운 시일내에 전당대회를 소집하도록 하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공천작업 이전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전당대회를 소집하게 되는지 공천작업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시기는?
최병렬 : 아마 곧바로 전당대회 소집을 위한 준비작업은 시작되겠지만 이번 이 전당대회는 공천자들이 다 결정되어 함께 참여하는 뉴 한나라당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것은 공천이 완료된 이후에 하는게 순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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