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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배달호씨 분신사망 진상보고서, 분신전 고민 공개

두산중공업 배달호씨 분신과 관련, 노무현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처음으로 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 당선자는 22일 여의도 민주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배달호씨 사건과 관련 “회사측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으나 사측이 적극 나서 포괄적으로 불어야 한다”며 “현재 제일 민감한 부분은 노사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갑 대표도 “우리 당에는 노사정위원장을 지낸 한광옥 최고위원과 조한천, 박인상 의원 등 노동계출신 인사들이 많으므로 이들을 총동원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민주당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권기홍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도 이 사건과 관련 “인수위는 개입하거나 중재하지 않고 노사간 자율해결을 기대한다”며 “그러나 문제가 풀리려면 사측이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달호씨가 분신한 지 13일만에 최초로 정권 차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조사단, "비상식적 노조파괴가 이번 사건 근원"**

이와 관련, 창원 두산중공업 현장에 인권위원장 이덕우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한 민주노동당은 ‘진상 보고서’를 내고,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두산중공업의 비상식적인 노조 파괴 공작”이라고 결론내려 주목된다.

보고서는 “지난해 ‘노동조합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말이 있은 후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비상식적조치를 취했다”며 “그 후 파업과정에서 대량 징계와 해고, 고소, 고발, 가압류 등으로 노조의 완전 항복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고 배달호씨가 자신이 노조교섭위원으로 해고자 18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심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가압류 등으로 인한 생활고로 가족들에게도 상당히 미안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두산중공업 문제를 해결 방안으로 최소한 ▲유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장례 ▲해고 등 징계, 구속자 문제 등 현안 해결 ▲노조 탄압 중단 등의 요구가 수용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단은 앞으로 민주당, 한나라당에 대한 진상조사단 구성을 제안하고,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노조탄압에 사법부가 악용되고 있는 현실과 법원의 가압류 남발에 대한 항의 및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배달호씨 분신이전에도 노동자 분신기도 있었다**

조사단의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배달호씨 이전에도 분신 기도 사건이 있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5일 임단협 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자 사측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노조원들을 상대로 회유협박했고, 이에 당시 노조 대의원이었던 김건형씨가 파업 찬반투표를 독려하는 과정에 사측과 물리적 마찰이 빚어지자 분신을 기도했다.

그러나 사측은 도리어 분신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김건형씨에게 14일간 출근정지처분을 내리는 등 비상식적 대응을 했고,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김씨는 정신적 치료와 충격으로 계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보고서는 또 배달호씨가 정직 3개월 종료후 지난해 12월19일 직장에 복직한 이후 행적도 상세히 싣고 있다.

배씨는 12월17일 노조원 남궁성민에게 "과장이 나에게 각서를 쓰고 사이트(타지역 건설노동자로 나가는 것)로 빠지면 가압류를 해제해 준다고 했는데 참으로 더러운 놈들이다"며 사측에 분개하는 말을 하며 노조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부인은 고인이 복직후 술을 서너차례 마신 후 집에 올 때마다 "힘들다"며 푸념처럼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또 분신 이틀전인 지난 7일에는 마산교도소에 수감중인 구속 노조원을 면회하고 술을 마시고 밤 늦게 집에 들어와 둘째 딸을 껴안고 "아빠가 너한테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엄마말 잘 듣고 공부 잘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많이 울었다.

고인의 분신이 오랜 고민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주는 증언들이다.

***가압류 문제점 집중 조명키로**

한편, 23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는 참여연대, 환경연합,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보건의료단체연합, 교수노조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노동탄압 손해배상 가압류 해결 대책과 법 개정 ▲두산재벌의 한국중공업 인수 특혜 의혹 규명 특검제 도입 ▲두산중공업 편법 재산상속 의혹 규명과 처벌 등을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24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는 민변과 ‘고 배달호씨분신사망대책위’ 공동주관으로 ‘신종 노동탄압 손배 가압류로 인한 노동기본권 제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연이어 열리고 양대 노총이 두산재벌 규탄대회를 지속적으로 펼칠 것을 밝혀, 두산중공업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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