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전 노조대의원. 50세)씨가 회사의 노조탄압과 가압류에 항의해 분신사망한 것과 관련, 최근 노조의 파업 행위 등에 대한 사측의 임금과 재산 가압류 등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 배달호씨, 파업 손해배상으로 월급 50% 부동산 가압류 상태**
고인은 지난해 9월18일 회사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지난달 18일부터 다시 복직해 일해 왔으나, 지난해 장기파업으로 회사에 입힌 손실로 월급 50%와 부동산 등이 가압류된 상태였다.
고인은 유서에서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재산 가압류, 급여 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등. (이런)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고 분신 이유를 밝혔다.
고인은 또 유서 첫머리에서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라며 해고노동자와 그들 가족의 고통에 대한 밝힘으로써 이번 분신 사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고인은 9일 새벽 분신 직전 해고자 사무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배·가압류 피해사업장 39개 1천2백억원대**
파업후 사측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노조원 재산 가압류는 그동안 노동계로부터 '신종 노동탄압 방법'이라고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손배·가압류로 인한 피해사업장 수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중 2002년 6월말 기준, 두산중공업 발전노조 등을 포함한 39개 사업장 약 1천2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전노조의 경우 2002년 2월 25일 철도, 가스노조와 함께 공기업 민영화 반대 연대파업돌입하자, 사측은 파업을 종료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상 고소(894명) 및 수배(24명), 조합원 해고(348명), 조합 및 간부가압류(62억2천5백만원), 조합원 가압류(148억2천만원)를 실시했다.
두산중공업은 손배청구 50억원, 간부 및 사수대 임금 가압류, 지부 및 지회 43명, 재산가압류, 일반조합원 11명에 대한 조합비 가압류를 실시했다. 한 조합원은 파업 직전 사측이 "'파업참가하면 5천만원 손배 떨어진다 파업결합 하려면 해봐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노조원 재산가압류는 "신종 노동탄압"**
이처럼 가압류·손배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의 재정적 취약성을 악용하여 사용주가 임단협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방편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사측이 임단협 타결과 동시에 민형사상 고소 고발을 취하하던 것과는 달리 손배소송, 가압류를 통해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은 또한 "건설운송노조의 경우 사측이 가압류해제를 미끼로 노조탈퇴를 유도하고 있으며 발전노조의 경우도 파업기간 중 조기복귀한 4백명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가압류를 해제해 사측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가압류, 손배소송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가압류, 손배소송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과거에는 민사의 대상이 노동조합 또는 노조 간부에 한정되었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그 대상이 일반 조합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심한 경우에는 조합원의 보증인인 가족에게까지 소송을 확대함으로써 재정적, 정신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가압류의 범위도 과거에는 조합비에 한정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임금, 개인통장, 부동산에까지 확대되고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활동으로 인한 형사처벌의 경우, 그 대상이 노조 지도부와 주요 간부에 한정되는 반면 민사상 손배소송·가압류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손쉽게 확대할 수 있어 조합원에 대한 심리적, 물질적 압박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게 된다. 또한 형사처벌의 경우 확정 판결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가압류·손배소송 등 민사상 대응은 아주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파업이나 업무방해에 대한 규정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있어 노동기본권이 침해당할 소지가 많은 데다 가압류·손배소송 등을 통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이 사전, 사후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민사 소송으로 가족에게까지 심각한 피해**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민사상 손배소송·가압류는 "조합원 자신은 물론 가족, 보증인까지 탄압하는 지극히 반인권적인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일단 가압류나 손배소송 등을 제기하게 되면 재판에서 승소할 때까지는 상당기간 재산권이 제약될 수밖에 없으며 설령 승소하더라도 사용주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할 수가 없어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민사상 손배소송·가압류가 증가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자본과 정권이 유력한 노동탄압 수단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불법폭력 노조운동을 용납해서는 안되지만 구속만이 최선은 아니다'며 '불구속기소나 민사소송 등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며, 이는 "정부차원에서도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구속보다는 민사소송 등을 통해 손쉽게 노동운동을 탄압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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