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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증 선 친인척 재산까지 가압류"

현재 가압류 총액 1천6백억, 노조탈퇴하면 풀어줘

지난 9일 두산중공업 노조원 고 배달호(50) 씨 분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신종 노동탄압'이라 불리는 노조 및 파업가담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재산가압류의 폭력성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 교섭 당시 교섭위원이었던 고인은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부동산까지 가압류 당한 상태였다. 더구나 자신은 감옥살이후 징계 석 달을 마치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해고까지 당한 채 임금 퇴직금 재산까지 가압류 당한 해고된 동료들을 보며 더욱 가슴아파했다 한다.

***가압류 1천6백억원, 반년새 4백억 늘어**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2002년 10월까지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해 청구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는 가압류 44개 업체 1천76억7천3백만원, 손배청구 58개 업체 5백35억3천5백만원 등 1천6백12억8백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6월 잠정집계했던 1천2백억원보다 4백여억원 늘어난 액수다. 반년 사이에 사용자들이 가압류를 얼마나 애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지난해 11월4일에도 철도청이 노조의 민주노총행을 막기 위해 9개월 전 파업과 관련해 노조원 92명에게 78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액수는 계속 늘고 있는 상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24일 노조가 단체행동 과정에서 제품출하를 방해하는 등 업무를 방해해 1백54억의 손해를 입었다며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 등 노조간부 등 42명에게 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7월3일에도 12명에게 15억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등 모두 65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와 별도로 두산중공업은 6월24일 김창근 위원장 등 42명에 대해 35억의 가압류 신청을 내 7월2일 법원 결정을 받아 42명의 급여 퇴직금 30억과 11명이 부동산 5억에 대한 가압류를 집행했다. 또 7월11일에도 노조원들의 임금 퇴직금과 부동산 10억을 다시 가압류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은 "12월 임단협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협상은커녕, 노동조합에 대한 가혹한 손배청구 소송을 취하해줄 것을 요구하던 중이었다"고 밝혀 노조에게 수십억대의 손배 청구 소송이 얼마나 큰 부담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보증 선 친익척 재산까지 가압류**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사측이 평생 갚을 길 없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요구하니 임금, 퇴직금, 개인통장, 아파트 등 개인 재산을 몽땅 가압류 당하고 있다"며 "더구나 노조 조합비나 노조 대표자 몇 명만이 아니라 일반 조합원에게까지 물불 가리지 않고 손배 가압류를 청구하고 있다"고 했다.

손 실장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회사 입사할 때 보증인으로 적어 낸 친인척 재산까지 가압류 당하고 있고, 심지어 조모 선산까지 가압류 당하는 현실"이라며 "회사가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에 대해 배상하라며 수백억 손배 가압류 청구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IMF사태후 퇴출당한 장은증권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합의로 명예퇴직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노조 위원장에게 모두 13억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물렸으며, 노조 위원장의 신원보증인인 부친과 숙부, 조모의 집과 선산 등 3억4천만원을 가압류한 상태다. 장은 노조 위원장은 13일 밤 한 TV방송에 출연, "가족들에게 죄송스러워 고개를 못 들겠다"고 고통스런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또"비정규직인 건설운송노조 레미콘 기사 22명에게는 7억7천6백만원의 가압류가 떨어졌고, 한국시그네틱스 노조원 91명도 임금과 주택 등 7억5천만원의 가압류를 맞았고, 울산 효성노조원 2백37명에게는 무려 3백66억3천만원의 가압류 손배소송이 걸렸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돼**

가압류는 노조 무력화의 '당근'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동광주 병원의 경우 64명의 조합원과 보증인에게 12억9천5백만원의 가압류를 내린 뒤 노조활동에서 빠지면 가압류를 풀어주겠다고 회유, 일부는 직장을 옮겼지만 가압류를 풀어주지 않아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공기업의 민영화 반대의 이유로 파업을 했던 발전노조원 3천여명은 4백25억의 손배청구 소송을 당했다가, 현재 대부분 손배청구 소송이 취하되고 49명의 노조집행간부 및 노조원에게 16억2천만원의 손배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발전노조의 김현진 공보실장은 "파업기간 동안 발전회사는 적자가 아니라 오히려 흑자를 냈기 때문에 손배청구소송의 명분이 약화된 데다가, 이른바 사측의 압박에 굴복해 노사평화선언을 한 개별 사업장에 대해선 손배소송을 취하했다"며 "하지만 아직 사측이 집행 간부 등 강성 노조원에 대해서는 손배청구소송을 취하하지 않아 금전적으로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손배청구소송과 가압류가 '신종노조탄압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에 대해 "가압류는 법원에서 신속하게 받아들이는데 이 때부터 노조원들이나 가족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된다"며 "가압류나 손배소송에 걸리면 월급은 물론이고 가족의 재산권이나 재산을 뺏겨야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상당수가 노조활동을 포기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용자측, "정부가 법원칙 안따라 자구차원에서 불가피"**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해 법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자구 차원에서 손배 가압류 등 자구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들어 파업 사업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은 모두 28건으로 이전 정권 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정부 법집행은 아직도 사용자 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국정감사 보고 자료에 따르면 98년이후 4년9개월 동안 접수된 사용주들이 부당노동행위는 무려 3천3백34건에 이르는데, 기소율은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특히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주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98년 이후 5년 동안 노동쟁의 등과 관련해 구속된 노동자는 8백92명라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13일 성명으로 내고 "9일 발생한 두산중공업 배달호 조합원 분신사망 사건은 사측에 의해 자행된 악랄한 '살인행위'로 규정하며, 사용자측은 노동자를 끝없는 절망감과 죽음으로 내모는 '가압류' '손배청구'등 신종 '경제적 노동탄압' 만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사용자는 경제적으로 도저히 감당할수 없는 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파업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경제적 노동탄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법원에 대해서도 "지불능력도 없는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여 노동자의 가정을 파탄내고 개인을 파괴하는 '경제단체2중대' 역할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법원, 가압류 남발 멈춰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병모, 이하 민변)도 이번 사건과 관련, 13일 성명을 통해"최근 증가한 노동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은 반인권적 행위이다"고 규정했다.

민변은 성명서에서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물리적인 탄압이 한계에 부딪치자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법제도를 이용한 새로운 대응방식을 개발했다"며 "이러한 새로운 대응방식은 ▲노조 파업의 유도 ▲고소고발을 통한 노조간부들의 구속 ▲대규모의 해고 및 징계조치 ▲민사상 가압류의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한 "검찰은 파업의 정당성을 가장 협소하게 적용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간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해 왔고, 법원은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친 채 노동조합의 간부들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남발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탄압의 수단을 제공했다"며 검찰과 법원을 비판했다.

다음은 민변의 성명서 전문.

***[성명서]노동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은 반인권적 행위이다**

지난 1월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씨가 두산그룹의 노동조합 탄압과 가압류 조치에 항의해 분신, 사망하였다. 배달호씨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2002년 7월23일 구속되었다가 9월 17일 석방되었고, 그 후 회사로부터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으며, 12월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한 상태였지만 월급과 부동산(본인의 집)이 가압류되자 경제적·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물리적인 탄압이 한계에 부딪치자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법제도를 이용한 새로운 대응방식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대응방식은 노조 파업의 유도, 고소고발을 통한 노조간부들의 구속, 대규모의 해고 및 징계조치, 민사상 가압류의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사업장에는 노사간 교섭을 통한 합의는 사라지고, "적의 속임수에 넘어가면 우리가 죽는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어떤 노동조합이 사용자로부터 강성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그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자신의 인신뿐만 아니라 재산권까지 모두 박탈당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선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배달호씨의 분신은 그 연장선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는 검찰의 각성을 촉구한다. 검찰은 공안적인 시각에서 노동조합을 대해 왔고, 파업의 정당성을 가장 협소하게 적용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간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여 왔다. 노동문제에 국한하여 본다면, 검찰은 객관적인 법집행기구로서의 지위를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파수꾼으로서만 역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노사 자체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까지 개입함으로써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해 왔었다. 지난 조폐공사 사건이 그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대통령은 검찰 내 공안세력의 청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법원은 검찰의 과도한 법집행을 제어하지 못하였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는 경우 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은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고, 개별 사업장에서의 파업을 이유로 상급단체 간부들까지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은 파업의 조기 종결을 위하여 노조 간부의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법원의 행태를 활용하여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 나아가, 법원은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친 채 노동조합의 간부들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남발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탄압의 수단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사용자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노동자들의 재산권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파업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이 되고 해고의 협박을 받아야 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기반마저 빼앗길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법원은 일하는 자들의 호소를 외면하였고, 형식적인 법논리에 빠져 국민들이 부여한 본연의 임무를 해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에 대하여 두산중공업의 사태와 관련하여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보도에 의하면,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의 경우 노동조합을 말살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 2001년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 진상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두산중공업 역시 회사 내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재판절차가 아닌 노사 대화를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검찰은 노동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다루는 것을 중지하여야 한다.
1. 법원은 노조원 개인에 대한 가압류 및 손해배상은 반인권·반헌법적이므로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1.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특별 근로감독이 실시하어야 한다.

2003. 1.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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