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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 한번도 오빠라고 불러본 적 없다”

<속보> 제주지사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가져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자, 성추행 피해자 고모씨가 22일 오후 제주 여민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했다.

고씨는 "10여년전부터 알아온 오빠, 동생하는 사이였다는 것은 우지사의 생각이지 단 한번도 우지사를 오빠라고 생각하거나 불러본 적이 없다"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우지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고씨는 "업무시간에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단독 면담을 했다"며 "여성단체에서 내 말을 조금 오인해 우지사가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고 발표했는데 블라우스 위에 입은 겉옷 단추를 푸르고 가슴을 만졌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성추행이 있은 뒤 지난 5일 우지사를 만났을 때 그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이 일을 묻어둘 생각이었다"고 밝히면서 "우지사는 더 늦기 전에 사과하고 조용히 퇴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여민회, 대한미용사회 제주도지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공동대책위'를 꾸리기로 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우근민 지사 및 전.현직 고위 공직자 성폭력 신고창구'를 개설키로 했다.

제주 여민회는 지난 21일 오전 여성부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의 조성은 공보관은 "성희롱은 업무관계하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며 "현재 여성부의 조사대상인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조 공보관은 "3월중 남녀차별 개선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을 심사할 것"이라며 "성희롱 사건이라고 판명될 경우 사과 또는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민근 지사는 지난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우지사는 이날 법적인 대응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으나 22일 입장을 바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고모씨의 기자회견 전문**

저는 지금 매우 슬프고, 분노하고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저를 믿어주고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저는 사건을 공개하면 더 이상 일파만파로 번지기 전에 지사께서 솔직하게 시인하고 진심으로 사죄의 뜻을 밝히리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너무나 순진한 것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겪은 사실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게는 두 딸이 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게는 너무도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저는 이 사건이 처음 일어났을 때부터 줄곧, 제가 믿는 하느님과 두 딸을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공개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딸들이었습니다. '내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내 딸들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를 절박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제 지사께서 말한 '10여년전부터 알아 온 오빠, 동생'하는 사이였다는 것은 지사의 생각이지, 저는 그 10여년 동안 지사와의 만남을 사적인 관계로 생각하거나 사적으로 만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여성단체 일을 하기 때문에 여성단체와 지사의 관계로 지사를 만났던 것이었습니다. 지사는 스스로 '오빠'라는 표현을 했지만, 제가 도지사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공식적인 자리였고 단 한번도 도지사를 오빠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오빠라고 불러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된 지사 면담 요청이 왔을 때는 여성단체 제주시 지부장으로서 지사실에 간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보건복지여성국장, 다음은 여성정책과장으로부터 지사와 면담하라고 요구받았지만 '지사가 여성단체장을 면담하고자 한다면 만날 분은 시지부장인 제가 아니라 제주도 지회장'이라고 하면서 여러 번 거절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자꾸 독촉을 하길래 '부지부장과 함께 가겠다'고 했더니 과장이 '혼자 오라'고 하여 1월 25일 지사실에 갔던 겁니다.

업무시간에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저 역시도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거라 추호도 생각지 못했기에 단독면담을 했던 것입니다.

지사가 성추행을 했을 때 제가 저항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자회견문에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사가 제 가까이로 왔을 때 저는 지사가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저도 이런 일을 당하기 전에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제가 입은 옷차림은 그날 제가 입었던 그대로 입니다. 어제 제주여민회 기자회견에는 브라우스 두 번째 단추를 풀었다고 했는데, 그날 제가 옷차림은 브라우스 위에 이 겉옷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브라우스의 두 번째 단추를 푼 것이 아니라 이 옷의 두 번째 단추를 풀고 가슴을 만졌습니다. 안에 브라우스를 입었다는 말을 여민회에서는 브라우스 단추를 풀었다고 잘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사실로 믿기 어려운 '업무시간 도지사 집무실에서 여성단체장에 대한 성추행'이 일어났을 때, 제가 소리를 친다고 한들, 밖에 있는 직원들이 제 말을 들어주었을까요? 저는 그 순간, '하느님, 힘을 주십시오!'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사가 두 번째 단추를 풀고 안으로 가슴을 만졌을 때 저는 순간적으로 지사의 손을 때렸고 지사가 계속 그런 행동을 하려고 해서 제가 손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집무실을 나오려고 가방을 집으려고 할 때도 지사는 뒤로 저를 안았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 정말 이 엄청난 사실을 어떻게 해야할 지 너무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제 자신조차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여성정책과장을 만나서 사실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돌아온 것은 '우리 둘만 알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는 말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정말 참담하였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기에 제가 믿고 따르는 수녀님이나 교우 몇 분께 의논도 했습니다. 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서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도 했습니다.

제가 불안해 보이고 그랬던지 제 큰딸이 근심이 있느냐고 하길래 큰 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딸들은 제게 '지금이 어느 시대이냐, 우리는 엄마를 믿으니, 엄마가 이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미용일을 하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딸들이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눈망울 앞에서는 뒤로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지사의 행동을 용납할 수도 용서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어서 지사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면담 요청을 다시 했고 아시다시피 2월 5일 면담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사에게 가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이 일을 묻어둘 작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사는 말만 미안하다고 했지 태도나 행동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으려고 했으니까요.

제가 두 번째 면담 갈 때 녹음을 한 것은 소문대로 사실입니다. 녹음기를 갖고 가면서도 이 녹음테이프가 쓸모없는 것이 되길 바랬습니다. 지사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그만이니까요.

저는 지금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증거를 공개하라고 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소송에 들어가서 이 녹음테이프가 법원으로 가기 전에 공개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언론에서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고 있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에서 다룰 것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소송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언론이 관심이 식더라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소송을 해서 승소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법정에서 이 녹음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되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컴퓨터를 잘 못하는데 여민회에서 각종 인터넷에 올려진 글들을 출력해서 준 것을 보니까 제가 사건이 있고 나서 이 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의심스럽다고 한 것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사람들은 이렇게도 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이 사이에 저는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제 일도 있었고, 큰 딸의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그렇게 개인적으로 바쁜 와중에 말씀드렸다시피 교우들과 수녀님과 의논도 하였습니다.

두 번째 지사 면담 요청은 2월 4일에 했는데 지사실에서 2월 5일로 통보가 왔고 여민회를 방문한 건 설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인 2월 14일이었습니다.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모든 시간이 제 자신에게는 갈등과 번민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제 신념을 키워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무부지사가 오늘 '정치적 음모'라고 하셨다는데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의 명예와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인데, 제가 명색이 여성단체 지부장이고, 여성단체 일을 몇 년 동안 해 왔는데 제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정치적 음모를 가지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고 그런 현실에 절망합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감히 도지사를 상대로 이런 엄청난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지사는 어제 별 일 아니라고 하셨는데 저에게는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중대한 일입니다. 어느 누가 이런 일로 인해 발생될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정치적으로 이런 일을 꾸미겠습니까? 저는 어떤 분이 지사가 되든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30년을 미용을 하며 제 손으로 먹고 살아온 사람인데 도지사가 누가 된들 제게 무슨 이익이 되겠습니까? 지금 제 개인적 심정은 한 여성이 당한 억울한 성추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보며, 오히려 도지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 5월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은 후, 지금도 약을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는 신경을 쓰거나 과로해서도 안 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 건강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사가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이제는 건너버렸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사는 정말로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저와 우리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조용히 퇴임하길 바랍니다.

2002년 2월 22일
대한미용사회 제주시지부장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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