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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질구질한 부자들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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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질구질한 부자들을 어찌하리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누구를 위한 '명박산성' 개각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의 절반을 지나면서 개각을 단행했다. 총리의 교체를 포함해서 대대적인 개각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인사의 고충을 십분 감안한다고 해도 이번의 개각은 회전문 개각 또는 재활용 개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총리실 사찰 사건과 관련해서 이른바 '영포회' 논란을 야기한 박영준 국무차장을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전보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새로운 인물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가장 새로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호 총리 후보는 삽시간에 가장 많은 문제를 지닌 인물로 떠올랐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 때문에 자살했다고 강연해서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의 개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커다란 비판을 받은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는 개각이 아니라 그것을 오히려 강화하는 개각이라는 점일 것이다. 친서민, 소통, 공정이 이명박 정부의 후반부를 대표하는 핵심어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의 개각에서 이런 변화를 느끼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반서민, 불통, 불공정이 이번의 개각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명박산성'을 허무는 개각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더욱 강화하는 개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말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러나 자료의 제출을 거부하고 증인이 출석을 거부해서 청문회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여기서도 '진정한 선진화'가 아니라 '진정한 후진화'가 강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선진화'를 바라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정리해서 제시한다.

첫째, 이번의 개각은 '세종시' 내각을 '대운하' 내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한 뒤에도 대운하의 강행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람이다. 그는 분명히 '대운하 도지사'였다. 그리고 은평구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는 자전거를 타고 4대강을 누비고 다니면서 대운하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는 확실히 '대운하 전도사'였다.

세종시 폐기와 대운하 강행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토건국가형 정권 재창출 정책의 양대 축이다. 세종시 폐기 정책이 실패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강행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운하 강행 정책은 세종시 폐기 정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는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된다. 대운하의 강행은 생태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대운하' 개각의 문제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유임에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두 사람은 '4대강 살리기'를 책임지고 있는 두 핵심 주체이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이다. 수많은 성직자와 전문가와 시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유임한 것은 '4대강 죽이기'와 '대운하 1단계'를 끝내 강행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을 지키고자 이포보의 상판에 올라서 목숨을 걸고 농성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들이 온전히 이포보의 상판에서 내려오기는 더욱 더 어렵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정 홍수기인 장마철 동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이미 명백히 드러난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자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지법은 이포보 상판의 활동가에게 1인당 하루에 300만 원씩 벌금을 선고했다. 법원은 강을 죽이는 정책의 문제는 젖혀두고 강을 지키는 방법의 문제를 엄격히 꾸중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식으로 '4대강 죽이기'와 '대운하 1단계'는 더욱 더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이번의 개각에서도 또 다시 '위장 전입'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위장 전입'은 이 정부 고위직의 '필요조건'이라는 비판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잘 지적했듯이 '위장 전입'은 명백히 범죄이며, 그것도 결코 작은 범죄가 아니다. 3년의 징역형과 1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큰 범죄이다. '위장 전입'은 미국에서는 공문서위조 범죄로서 징역형을 받게 되는 범죄이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고위직에 임명되는 것은 그 자체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법을 지킨 사람만 바보이고 법에 걸린 사람만 재수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위장 전입'이라는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버젓이 고위직에 임명되어 권력을 행사한다면 이런 잘못된 법 인식은 더욱 더 널리 퍼질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 '위장 전입'의 범죄를 저지르고 고위직에 임명된 당사자들은 투기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서였다는 변명을 내놓고 있다. 이런 변명의 바탕에는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은 나쁜 것이지만 교육을 위한 것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사실은 투기가 아니라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이 훨씬 더 큰 문제이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학벌사회이다. 이 때문에 그야말로 모든 국민이 유치원 때부터 끝없는 학벌 경쟁을 벌인다. 사교육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느라고 중산층조차 허리가 휘어지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기가 어렵다.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은 바로 이 망국적인 학벌사회와 학벌 경쟁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정말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 나라가 절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없다. 이들은 심지어 '맹모삼천지교'를 운운하며 '위장 전입'을 정당화하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맹모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야단을 칠 망발이 아닐 수 없다. 맹모가 '위장 전입'을 했는가? 맹모가 제 자식의 일신영달과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위장 전입'을 했는가?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 그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셋째, 이번의 개각에서도 온갖 경제적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점에서도 김태호 총리 후보는 핵심이다. 그는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전혀 없고, 최저생계비로 생활했으나 자식을 외국 연수에 보냈다. 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는 정말 돈을 안 썼는가, 아니면 몰래 현금을 조달해서 썼는가? 4년간 10배나 늘었다는 그의 재산과 박연차 로비와의 연루를 둘러싸고도 큰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는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을 가리켜서 '책임져야 할 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서 야당 의원에게 협박을 가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는 '위장 전입'을 여러 차례 행한 것이 드러나서 큰 논란을 빚었는데, 부인이 '위장 취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고, 1993년 이후 지속적인 부동산 투기를 행한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는 특정 로펌에서 자문료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았고, 부인이 창신동 '쪽방촌'에 노후를 위해 '투자'한 것이 큰 의혹을 빚었다.

경제적 의혹은 뇌물, 투기, 탈세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번에는 신용카드 내역 전무, '위장 취업', 쪽방촌 '투자' 등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돈도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았을까?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았기에 돈이 많은 사람이 된 것일까? 과연 이 나라에 깨끗하고 훌륭한 인재는 없는 것일까? 고위직은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그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모든 공무원들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고위직은 능력에 앞서서 양심이 올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 비도덕적인 고위직은 비도덕적인 나라를 만든다. 경제적 의혹은 고위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자질에 관한 의혹이다. 섣불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타당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그와 비할 수 없이 큰 문제이다.

개각은 기존의 것을 고치는 '改閣'일 뿐만 아니라 소통을 위해 닫힌 문을 여는 '開閣'이기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의 개각은 결코 開閣이 아니라 차라리 閉閣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닫힌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조금 열려 있던 문조차 완전히 닫아버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유임은 그 좋은 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겠다며 '사회통합수석'을 신설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닫힌 권력은 부패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거대한 부패 세력의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영삼 정부에 의해 엄정한 처벌을 받았던 상지대학교 구 재단 김문기의 부활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점에서 폐각이 되어 버린 이번의 개각에 대한 우려는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정부에 정말 인사 시스템이 있기는 한 것일까? 있다면 정말 너무나 엉터리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젊은 총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젊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젊은 총리'를 내세우는 것의 바탕에는 늙은이를 무시하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결정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여러 문제들도 자질과 능력의 문제를 충분히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구질구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여러 문제들을 결코 폄하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한나라당에서도 이번의 개각에 대해 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디 정략을 넘어서 올바른 개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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