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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정치인' 베를루스코니 정계복귀, 유럽이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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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정치인' 베를루스코니 정계복귀, 유럽이 경악

[분석] "이탈리아 위기, 테크노크라트가 다룰 수준 아냐"

이탈리아에서 '망국의 정치인'으로 불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6)가 돌연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유럽 전체가 경악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마틴 슐츠 의장은 "베를루스코니의 정계복귀 선언은 이탈리아와 유럽에 대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정계복귀 선언 직후 마리오 몬티 현 총리는 즉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위기를 초래한 책임으로 쫓겨나다시피한 베를루스코니는 당당히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위기 수습을 해오던 몬티는 즉각 사퇴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 10일 <뉴욕타임스>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이탈리아 정계의 요지경에 대해 분석을 내놓았다.

▲ 이탈리아의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낙인찍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년만에 정계복귀를 선헌하자 마리오 몬티 총리가 즉각 사퇴의사를 밝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로이터=뉴시스

실정·탈세·성추문 속 당당한 정계복귀 선언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재임 중 유로존 중심국인 이탈리아를 스페인과 함께 재정위기에 빠뜨리고 국가신용등급을 추락시켰다는 책임 논란 끝에 지난해 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그는 탈세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 중이며, 미성년자들과의 성추문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10월만 해도 총리직에 다시 나서지 않겠다고 했으나 말을 뒤집은 것이다.

또한 베를루스코니가 주인 노릇을 하는 원내 1당 자유국민당(PDL)이 그동안 거국내각의 일원으로서 몬티의 개혁입법에 대해 지지해오던 입장을 철회했다. 중도우파인 자유국민당은 중도좌파 민주당과 연대해 과반지지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자유국민당이 이탈하면 몬티의 개혁입법은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자 '거국내각'의 총리를 맡아 지난 1년간 투기등급으로 몰렸던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를 절반 수준인 4%로 낮추는 등 위기 내각의 수장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몬티 총리는 즉각 사퇴의사를 밝혔다.

'테크노크라트' 총리 몬티는 즉각 사퇴 의사 표명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몬티 총리는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대통령궁에서 2시간가량 면담한 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이 이달 중 의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몬티는 베를루스코니의 잔여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가 임기였다는 점에서 조기총선을 하더라도 3월로 예정된 총선이 한 달 정도 앞당겨질 뿐이다. 몬티가 굳이 서둘러 사퇴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는 민주당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몬티는 차기 총선에서 정치지도자로서 변신해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비상내각의 '테크노크라트' 총리였지만, 차기 총선에서 정치인으로 확실하게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서 조기 사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조기 사퇴를 하지 않고 예정된 총선까지 기다리기에는 몬티의 처지가 어렵다.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베를루스코니가 자유국민당과 함께 네거티브 공격을 퍼부을 경우 흠집이 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몬티의 선택이 완전한 사퇴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겨냥한 것이라면, '무책임한 사퇴'라는 비판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반면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정계복귀를 선언한 것이 반드시 총리직을 노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유국민당이 1당이 되지 못해도 다른 당이 단독과반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회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의석을 차지할 수 있고, 이런 영향력을 통해 자신의 각종 재판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그리스처럼 되어갈 가능성 커져"

문제는 이처럼 이탈리아의 거국내각의 임무가 끝나기도 전에 흔들리는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이냐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금융전문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초는 "이탈리아가 그리스처럼 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뮌초는 애당초 이탈리아의 위기는 몬티 같은 테크노크라트가 나선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뮌초에 따르면, 몬티가 취한 긴축정책은 부채감축은커녕 성장을 위축시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오히려 높였을 뿐이다.

또한 몬티가 국채금리를 낮추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의견조율이 잘됐다는 '치적'에 대해서도 뮌초는 "투자자들이 기적을 바라는 심리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이 어려운 선택을 연기할 시간을 벌기 위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몬티에 대한 평가는 거품 '이라고 혹평했다.

뮌초는 "지난 1년간 이탈리아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것 이외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다음 총선에서 이탈리아의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낼 정치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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