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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통령 바뀌어도 내각은 '푸틴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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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통령 바뀌어도 내각은 '푸틴 체제'

'푸틴맨' 주요 보직 전진배치, 대거 유임

12일 발표된 러시아의 새 내각이 '푸틴 체제'의 재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블라디미르 푸틴은 대통령에서 실세 총리로 자리만 바꾼 채 사실상 최고권력자로 여전히 남아있겠다는 의지를 이번 인사로 과시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번 내각 발표를 앞두고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푸틴이 이른바 실로비키(군·정보기관 출신 관료) 출신으로 불리는 '푸틴맨'들을 주축으로 내각을 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실로비키 견제용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법학 전공자를 일컫는 소위 '페테주리스트'들을 대거 기용할 수도 있다고 관측됐었다.
▲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실세 총리 푸틴의 '친정체제 구축'

하지만 푸틴이 실세 총리로서 '정치적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양두 체제를 형성한 '기묘한 권력구도'에서 이번 내각 진용은 '푸틴의 친정 체체 구축'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푸틴 총리는 이날 빅토르 주프코프 전 총리를 국가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제1부총리 겸 수산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메드베데프 정권의 제1기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실로비키 계파를 이끌고 있는 니콜라이 페투르셰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공석이던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에는 FSB 부국장인 알렉산더 보르티니코프가 승진 임명됐다.

특히 향후 러시아를 이끌 정치지도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고르 슈바로프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제1부총리로 영전했다. 또 세르게이 소비아닌 전 대통령 행정실장과 이고르 세친 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역시 부총리가 되면서 푸틴의 최측근 인사들이 상당수 내각에 진출했다.

한때 메드베데프와 대권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부총리로 한단계 강등되긴 했지만 '푸틴의 친구'로서 살아남았다. 그는 차기 모스크바 시장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메드베데프를 최측근에서 보좌할 대통령 행정실장에는 메드베데프가 제1부총리로 있을 당시 호흡을 맞춰온 세르게이 나르슈킨 전 부총리가 임명됐다.

이번 조각에서는 기존 5개이던 부총리 자리가 7개로 늘었으며 체육·관광·청소년부와 독립국가연합(CIS) 담당부가 신설됐다. 이런 변화 역시 푸틴맨을 더 많이 기용해 총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알렉산드르 추코프 부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 알렉세이 쿠드린 부총리 겸 재무장관 등도 유임됐다. 새로 신설된 자리를 포함해 전체 24명의 부총리와 장관 중 14명이 유임될 정도로 '푸틴맨'이 대거 살아남은 것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유임된 인물들은 엘비라 나비울리나 경제개발통상, 알렉세이 고르데예프 농업부 장관 등 일부에 그쳤다.

러시아 헌법에는 총리가 내각 명단을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대통령이 그들을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푸틴 총리는 대통령 재임 시절 총리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감안했을 뿐 사실상 내각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점에서 '인사 실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고르 세친 부총리, 슈마트코 장관 등 에너지 정책 라인 주목

정부 조직 개편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기존 산업에너지부를 산업부와 에너지부로 분리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새로 기용된 인물 중 가장 의외의 인물로 꼽히는 것도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된 핵잠수함 장교 출신 세르게이 슈마트코다. 그는 2005년부터 국영 원자력 회사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 사장으로, 올 1월에는 러시아내 민간 핵 시설을 총괄하는 국영 '아톰에네르고프롬'의 부사장으로 일해 왔다.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는 이란의 최초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제1의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에 가스 및 석유 관련 경력이 전무한 올해 42살의 슈마트코가 발탁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전력 분야 개혁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의 기용에는 자원 및 산업 관련 부처를 통솔하게 될 이고르 세친 부총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푸틴 정권 8년간 석유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 작업을 사실상 총괄해 온 세친 부총리의 역할도 주목된다.

1990년대 초부터 푸틴과 함께 일해 온 세친은 파산한 석유회사 루코스 자산 대부분을 인수, 로스네프트를 러시아 1위의 석유회사로 키웠다. 이날 세친의 부총리 임명 소식 소식이 전해지자 로스네프트 주식은 5.9%포인트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세친의 내각 기용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푸틴 총리의 의중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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