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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양적완화, '브레튼우즈Ⅱ' 체제 붕괴 초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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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양적완화, '브레튼우즈Ⅱ' 체제 붕괴 초래할 것"

[해외시각]"G20 서울 정상회의도 수습 못할 사태 진행중"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1월 3일 공개시장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조 달러 안팎의 추가 양적완화(QE)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Fed watch'라는 칼럼을 지속적으로 써오면서 Fed의 움직임에 가장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재무부 이코노미스트 출신 팀 듀이 오리건대 교수는 "Fed가 추가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결행할 경우, 현행 국제환율시스템인 '브레튼우즈 Ⅱ' 체제가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된다.

'브레튼우즈 Ⅱ'는 1971년 금과 연계된 달러의 고정환율 시스템인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뒤 강달러를 전제로 지금까지 유지된 변동환율체제를 뜻한다.

금과의 태환성을 포기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이 체제가 성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 달러 가치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세계의 소비시장으로서 다른 나라들의 수출을 촉진하는 '무역불균형'을 감수한 경제발전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브레튼우즈 Ⅱ' 체제 초기에는 일본과 유럽이 무역불균형의 주수혜국이었으며, 이후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주수혜국이었다.

하지만 이 체제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깨질 수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이 바로 브레튼우즈 Ⅱ 체제의 모순이 터져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최근 미국이 중국에 평가절상을 어느 때보다 거세게 요구하면서 약달러로 가려는 것은 더 이상 무역불균형에 기반한 브레튼우즈 Ⅱ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입장을 질서정연하게 수용하기에는 각국의 사정상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십년 지속되어온 체제를 하루아침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울 리 없을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후 삼청동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열린 G20 준비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사공일 준비위원장, 오른쪽은 손경식 대한상의회장. 1ⓒ연합뉴스
"Fed의 양적완화 지속되면, 다른 나라로의 달러 유입 못멈춰"

듀이 교수는 "브레튼우즈 Ⅱ 체제가 만들어낸 불균형이 체제 자체를 박살낼 시기가 마침내 다가온 것일 수 있다"면서 "Fed가 양적 완화로 간다면 나머지 나라들은 달러 유입을 멈출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게다가 현재로서는 다른 국제환율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나를 비관론자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밖에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환율전쟁'에 대해 일반적인 시각은 미국이 중국 등에게 평가절상을 압박하고 있으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등 환율문제가 다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금융경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분석을 자주 내놓고 있는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통화전쟁의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이 중국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면서 디플레이션 위협에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처지에 놓이고 브레튼우즈 Ⅱ 체제가 붕괴위기로 몰린 배경에 대해 듀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미국 경기부양 실패 부른 '수요증가의 해외유출' 효과

원래 브레튼우즈 Ⅱ 체제에서는 미국의 대형금융기관들이 외국의 자본을 미국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 과정이 붕괴되자 미국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 금융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이른바 '브레튼우즈 2.1 체제'로 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로 위기가 극복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경기부양 효과의 대부분이 국경을 넘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실질 내수는 연율 4.9% 증가했는데, 그 증가분 중 87.5%가 수입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내수 진작에 의한 국내 경기의 활성화라는 목표의 상당 부분이 외국의 수출 증가 효과로 누출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듀이 교수는 "케인즈학파에서도 '수요증가의 해외유출'이라고 표현하는 이 현상은 왜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기대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지 잘 설명해준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수입을 차단하려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 모두 고통스러운 길이 될 것이다.

게다가 Fed는 디플레이션 위협을 극복할 만큼 양적 완화를 지속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듀이 교수는 11월 3일 FOMC 회의에서 결정될 추가 양적 완화가 시기도 늦었고 미흡할 뿐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만일 충분한 규모가 못된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Fed는 더 많은 양적 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듀이 교수는 "간단히 말해서, Fed의 이런 정책은 브레튼우즈 Ⅱ 체제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튼우즈 Ⅱ 붕괴의 패자는 신흥시장이 될 것"

나아가 듀이 교수는 "브레튼우즈 Ⅱ 체제를 무질서하게 무너뜨리는 이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나뉘어질 것이며, 그 패자는 신흥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그들은 이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사태가 평화롭게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국제환율전쟁에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G20 서울 정상회의에 기대를 걸기도 쉽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로렌조 비니 스마기 이사는 "G 20은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너무 비대하다"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수습되지 못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보여줬던 G20의 공조체제는 불협화음 속에서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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