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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對中 '환율전쟁'은 정치적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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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對中 '환율전쟁'은 정치적 쇼?

<로이터>"위안화 문제, G20 주요 의제될 가능성 희박"

최근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이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안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미국의 태도는 기세등등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상원 청문회에서 "위안화 문제를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 의제로 추가 상정해 중국 환율 시스템 개혁을 위한 지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G20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곧바로 미국 하원 예산결산위원회의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는 데이브 캠프 의원은 "심기가 불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처럼 미국과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고위관계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당초 예정된 중요한 의제들에 대한 논의가 위안화 문제로 뒤로 밀려나며 파행을 빚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 지난 23일 뉴욕 유엔총회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보복관세 법안, 상원 통과 불확실"

하지만 27일 <로이터> 통신은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 배경을 11월2일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입장과 연결시켜 주목된다.

이 통신은 "가이트너 장관이 중국의 위안화 정책을 G20 정상회의에서 이슈화하려는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의 분노를 처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G20에서 중국을 자극할 행동을 피해왔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회의 압력은 갈수록 커져갔다.

지난 24일 하원 예산결산위원회가 환율조작국의 수입품에 대해 무거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처리한 것은 그동안 중국을 겨냥해 미국 정치권이 보여준 가장 강경한 조치다. 이 법안은 29일 하원 전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하원의 움직임조차 민심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로 의심받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정치권이 위안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진짜 배경으로 '중국의 통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꼽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이 환율조작국 수입상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하원 위원회에서 통과시키자마자 중국은 27일부터 미국산 수입 닭고기에 최고 105.4%에 달하는 고율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만일 이처럼 상호 보복관세가 시행된다면 무역전쟁이 불가피하고 그 타격은 미국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영토분쟁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등 초강경 조치에 일본이 백기 항복하는 굴욕으로 일단락된 것을 보더라도 현재 중국과 무역분쟁을 감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도 "하원 위원회에서 통과된 이번 법안은 상원도 통과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이 법안이 실제 발효되는 일은 영원히 없을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앞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유엔총회에서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화 환율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부당하다"며 미국의 압력을 일축해 '차이나 파워'를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G20 서울 정상회에서 중국과 대립각 세울 나라 거의 없어"

미국을 제외한 다른 G20 회원국들은 이미 중국의 힘을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설혹 가이트너 장관이 위안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해도 호응할 회원국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G20 회원국 관료들과 인터뷰를 해본 결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나라들은 거의 없으며, 가이트너 장관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통화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위안화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지만, 이 문제는 미국과 중국 양자간 문제이며, 나머지 G20 회원국들은 지켜보는 입장일 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른바 중국과 함께 '브릭스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브라질, 인도, 러시아는 위안화 문제를 G20 의제로 삼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셀소 아모림 브라질 외무장관은 "특정 국가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발상은 해결책을 찾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면서 "브라질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은 현재 브라질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코노미스트 에프게니 카브릴렌코프는 "중국과 활발한 교역을 하고 있는 러시아도 위안화 문제를 G20 회의에 끌고 가려는 생각에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 마르티 나탈레가와는 '떠오르는 중국'의 힘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중국의 존재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경제력이 증가함에 따라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껴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도 G20에서 위안화 문제에 관해 미국 편을 들기 힘든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정부가 슈퍼 엔고 현상에 맞서 공개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환율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때문에 유럽 통화당국 관계자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문제가 거론될 것은 분명하지만, 결코 주요 의제로 채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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