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금값, 사상 최고가 행진 계속하는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금값, 사상 최고가 행진 계속하는 이유

[해외시각]"현행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 반영"

국제 금값이 액면가로는 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1270 달러를 넘어서도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인도분은 전일대비 5.1달러 상승한 온스당 127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1278.8달러까지 올랐다.

현재의 금값은 엄청난 거품이라는 경고도 있지만,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가 금값 거품을 얘기하면서 금 사재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제 관심사는 금값이 어디까지 오를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며, 몇 년 내에 실질 가격에서도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지난 10년에 걸쳐 금값은 5배가 올랐지만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사상 최고가에는 아직 못미친다.
▲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엄청난 거품 가격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이를 비웃듯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온스당 2250달러(실질 가격)의 기록도 깨질까

최근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올해 4분기에 금값이 온스당 1400달러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값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사상 최고가(2250 달러)마저 경신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예측이 설득력을 얻을 근거까지 갖춘 것일까? 일단 금값이 왜 오르고 있느냐의 원인 분석도 다양하다. 일단 전통적으로 금값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우세해졌다. 어쨋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금값은 계속 상승했다.

그렇다면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클까. 이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값 추세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와 관련시킨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의 상품분석가 조나선 스팰이 쓴 'Gold will keep its lustre with either inflation or deflation'라는 이 칼럼에 따르면, 앞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든 디플레이션 상황이 오든 금값은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것이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현재 중앙은행들은 과거의 경험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강력한 퇴치 수단을 갖고 있다. 금리 인상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경우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까 걱정할 정도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자산거품을 제압하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가 장기불황이 초래된 것에서 보듯, 인플레이션 자체는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중앙은행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디플레이션이다.

"금값 상승, 인플레 헤지와 관계 없어"

금값이 실질 가격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던 때는 오일쇼크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전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었던 1970년대말이다. 1980년 2월 금값은 당시 액면가로 온스당 8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현재가로 2250달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의 능력에 절정의 권위가 부여됐던 1990년대말 금값은 온스당 250달러까지 추락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금값 상승의 원인을 저금리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저금리는 다른 모든 투자 자산가격의 상승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유달리 금값이 치솟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금값 상승 배경에는 중앙은행의 권위 상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여기에 막대한 국가부채와 이에 따른 통화 가치에 대한 우려 등이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금값 상승과 관련해서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 하는 논쟁은 불필요하다.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고려하면, 금값 상승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과 더 큰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불확실에 대한 헤지 수단, 왜 하필 금인가

다만 현재의 상황이 금융시스템의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이 부각될 만하다고 인정해도 왜 하필이면 다른 금속이나 상품이 아니라 금이여야 하느냐의 의문이 남는다.

금은 최종소비재로서 활용도가 많지 않아 아직 많은 금광이 채굴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매년 조금씩 추가 생산이 되지만 현재 전세계 금 총량은 16만5000톤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보관하는 금이라고 해야 총량의 20% 미만이다.

현재 온스당 금값보다 300달러가 더 비싼 백금은 산업용으로 소비가 되면서도 매장량도 많지 않고 매년 추가 생산량도 금의 추가생산량의 7.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백금의 희소가치가 금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백금의 가격은 구리와 아연 같은 다른 산업용 금속처럼 수요와 공급의 변화와 연결된 것이다. 반면에 금은 다른 투자 대상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사람들의 심리다.

금은 2500년 이상 전세계의 통화수단으로 군림했으며, 언어와 전통, 종교 속에서도 금속 이상의 의미를 확보하고 있다. '금처럼 좋다'는 표현은 영어권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수요되고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 금은 전통적인 선물로 사용된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환경에서 금만큼 역사적이고 정서적인 매력을 갖춘 헤지수단은 없다. 물가가 오르건 내리건 금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이때문이다.

결국 스팰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한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향해 가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