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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윤리 기업'에 한국은 없다…삼성은?

[최진봉의 뷰파인더] 윤리적 책임은 기업의 생존 전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퇴진 23개월 만인 지난 3월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판결은 지난 10여 년 동안의 논란 속에 불과 7개월 전인 2009년 8월에 확정됐다. 판결이 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명박 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회장의 사면을 단행했고, 사면이 이루어진 지 석 달 만에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범법 행위를 통해서라도 돈만 벌면 최고'?

이건희 회장에 대한 사면과 그의 경영 복귀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를 약화시키는 행위다. 또한 이는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이 회장보다 미약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직까지도 법적 책임을 지고 있는 일반인 범죄자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재벌 그룹의 회장이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인정된 범죄 사실에 대한 처벌을 다 받지도 않은 채 판결 확정 4개월 만에 사면을 단행한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고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무시하는 일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 배경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회사의 이익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해서 결정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재벌들의 굴절된 기업 운영 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삼성은 회사의 이윤 추구를 회사의 윤리적·사회적 책임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또 범법 행위를 통해서라도 돈만 많이 벌면 최고라는 사고방식의 소산이다.

'세계 100대 윤리 기업' 한국은 한 곳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어떨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헌신짝 취급하는 기업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은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진다. '에티스피어(Ethisphere) 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은 한국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연구소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연구·조사하는 국제적 싱크탱크 그룹으로 이들은 지난 22일 세계에서 윤리적 책임을 가장 잘 이행하고 있는 100개의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명단에 우리나라 기업은 단 한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리코(Ricoh)' 등 3개의 기업이 세계 100대 윤리적 기업에 선정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원 낙제'이유는 이 연구소의 심사와 평가 기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연구소는 연간수익 5000만 달러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의 300여 개 기업에 총 7개항의 평가기준을 적용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20퍼센트) △기업 지배 구조(10퍼센트) △기업 혁신 능력 및 시민 사회에 대한 공헌도(15퍼센트) △해당 산업 부분에서의 리더십(5퍼센트), △경영자의 지도력 및 기업 문화(15퍼센트) △법률 준수 여부 및 범죄 기록 유무(20퍼센트) △윤리 경영 프로그램 실시 여부(15퍼센트) 등이다.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재벌 그룹들 중에 이러한 기준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어느 누구도 '예'라고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세계 100대 윤리적 기업 명단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소는 2007년부터 매년 세계적인 윤리 기업들을 선발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포드자동차, 그리고 구글 등이 포함됐다. 또 식품 회사인 캠벨 수프와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시스템 등 26개 기업 새로 세계 100대 윤리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반면 최근 리콜 사태를 겪은 일본의 토요타자동차,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24개 기업들은 올해 발표에서 탈락했다.

'윤리적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

세계 시장에서 기업의 평판은 제품과 서비스 판매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평판이란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용했던 편법과 부정한 방법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창출 방식은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세계 시장은 기업들에게 더 높은 윤리적 수준을 요구할 것이다. 윤리적 책임은 기업의 생존 전략에 다름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회적·윤리적 책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국제 경쟁력'을 강조하는 정부도 기업의 투명한 윤리적 경영을 감독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눈 앞의 반짝 성장을 위해 기업인들의 반사회적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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