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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 KBS를 '폭스뉴스'로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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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 KBS를 '폭스뉴스'로 만들 셈인가

[최진봉의 뷰파인더] NYT 전 편집국장의 '폭스뉴스' 맹비판

<신동아>에 보도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현 정권이 문화방송(MBC)을 장악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알 수 있다. 보도 전문 채널 YTN과 KBS에 이어 마지막으로 MBC까지 친정부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가 마무리됐다.

시민단체의 분석 내용과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친정부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방송사들의 보도 내용이 눈에 띄게 친정부화 성향으로 바뀌고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도 보수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편들기' 김인규, KBS 사장이 정부 비서관인가?

우리나라 최대 공영 방송인 KBS의 김인규 사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공식석상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타방송사 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송사 사장이 마치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비서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사장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까지 받은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이 담보가 안 된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하면서 노골적으로 정부 편들기에 나섰다. KBS의 이명박 정부 편들기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대영 KBS 해설위원장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보도와 관련해 의혹을 밝히라는 국민들의 여론에 대해 "불필요한 논쟁"으로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청와대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렇게 방송사들의 사장 물갈이가 이루어진 이후에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보수, 친정부 성향의 보도 태도는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공정 보도 서비스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공영 방송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태로 공영 방송의 임무를 완전히 저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균형을 잃은 이러한 급속한 보수화 경향를 보면서 미국의 폭스뉴스를 떠 올리게 된다.

NYT 전 편집국장 "폭스뉴스 불공정, 불균형" 맹비판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뉴스 전문 채널인 폭스뉴스는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수 언론에 속한다. 인정사정 없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대놓고 미국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폭스뉴스는 공정성과 공영성과 같은 언론의 사명 따위는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상업적 이익에 의해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14일 <뉴욕타임스>의 전 편집국장이었던 하월 레인스(Howell Raines)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불공정하고, 불균형하며, 견제받지 않는 폭스뉴스'라는 제목의 글에서 폭스뉴스가 언론의 기본을 벗어나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레인스 전 국장은 폭스뉴스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사실관계를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그는 폭스뉴스가 그동안 최근 하원을 통과한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을 확대 재생산해 국민들을 속여왔고, 보수 성향의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의 자서전 출판회와 관련된 보도에서는 수많은 지지자가 몰려왔다고 보도하면서 지난해 대선 유세 때 촬영한 화면을 사용하는 등 시청자들을 속이고 보도 내용을 왜곡해 왔다고 지적했다.

▲ 폭스뉴스의 진행자 글렌 벡. 폭스뉴스는 객관적 보도보다는 출연자의 개인 의견을 중점적으로 방송하는 방식으로 보수 진영을 편든다. ⓒ폭스뉴스

폭스뉴스의 노골적인 보수 진영 편들기는 뉴스라는 간판을 달고 방송되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인 보도보다는 출연자의 개인 의견을 중점적으로 방송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폭스뉴스는 주로 공화당 인사들과 보수 성향 인사들을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대해 맹공을 퍼 붓는다. 이와 함께, 폭스뉴스는 복잡한 뉴스를 보도하면서 균형 잡힌 객관적 시각에서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적 흑백 논리를 이용해 뉴스를 지극히 단순화시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뉴스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또한 한 명의 진보 진영 인사를 불러놓고 다수의 보수 진영 출연자들이 과격한 말과 행동을 통해 맹공을 퍼붓는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폭스뉴스의 노골적인 보수 세력 편들기에 대해 레인스 전 국장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는 폭스뉴스는 더 이상 저널리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주 방송' 아닌 '공영 방송'이 폭스뉴스 될 수 있나

언론이기를 거부한 폭스뉴스의 보수화 사례를 보면서, 친정부 성향의 사장 취임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공영 방송의 보수화가 심히 우려된다. 그리고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는 불길한 징조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보수 세력를 대변하기 위해 불공정, 불균형 보도를 일삼는 폭스뉴스처럼 우리나라의 공영방송도 점점 보수 편향의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사명을 포기한 행위로, 언론사로서 자신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짓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일 수 없고 레인스 전 국장의 말처럼 저널리즘으로 볼 수 없다. 우리나라 공영 방송사들은 폭스뉴스보다 더 높은 공정성과 공영성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폭스뉴스는 개인 소유의 언론사지만, 우리나라 공영 방송사들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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