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부채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 점점 현실감을 더하고 있다. 유로존을 지키려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던 유럽연합(EU)이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그리스 지원 문제를 떠넘기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
2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IMF가 총대를 매는 조건으로 유로존 회원국들이 십시일반하는 지원방안에 합의했다.
바클레이캐피탈런던의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언 캘로는 "원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방안"이라면서 "애초부터 그리스 문제를 다룰 유럽의 메커니즘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시장의 불안을 다소나마 줄여줄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니냐"고 평가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부채 상환에 필요한 채권발행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EU의 지원방안이 하루빨리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3월 중 14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해야 하는 그리스는 현재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독일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채권 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고금리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때문에 파판드레우 총리는 EU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IMF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까따로운 지원 조건 3가지나 걸어
하지만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실상 EU가 주체가 되는 지원을 거부하는 까다로운 조건 3가지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가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을 것 △IMF가 실질적인 지원에 나설 것 △재정적자 제한 규정을 위반한 회원국에 대한 EU의 제재를 강화할 것 등이다.
이에 대해 JP모건체이스의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매키는 "유로존은 이미 있는 규제도 회원국들이 지키도록 하지 못했다"면서 "그럴 능력이 있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로존이 그리스 지원을 두고 이처럼 갈팡지팡하는 사이에 유로존 붕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미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해 들어 6% 하락했으며, 연말이면 1유로=1.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EU 정상회의 전후로 IMF가 주축이 되는 그리스 지원방안이 공식 발표될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IMF가 나서도 그리스의 부채위기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41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몇 개월 단위로 수십억 달러씩 갚아 나갈 부채가 늘어서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750억 달러, 430억 달러의 그리스 채권이 물려있지만, 섣불리 지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도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추가 논의에나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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