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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무료 공중파 방송은 사라진다?

[최진봉의 뷰파인더]<37> 미디어 소유 집중이 불러온 재앙

최근 미국에서는 공중파 방송을 더 이상 무료로 시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 1940년대 처음 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60여 년 동안 무료로 시청자들에게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던 미국 공중파 방송이 머지않아 유료 방송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ABC, CBS, NBC, 폭스(FOX), 그리고 지역의 로컬 방송국 등 공중파를 이용해 방송을 내보내던 방송국들은 광고수입으로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무료로 시청자들에게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그리고 인터넷을 포함한 뉴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방송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공중파 방송의 광고시장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이로 인해 방송국 운영의 위기를 느끼던 공중파 방송국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고심하던 중 방송 프로그램의 유료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광고 수익 격감', 공중파 방송의 유료화로 이어져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요 공중파 방송의 2008년 광고 판매액은 340억 달러로 2년 전에 비해 24억 달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광고 판매액이 전년에 비해 9%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약 8%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TV는 지난 1998년 91억 달러에 머무르던 광고 판매액이 10년이 지난 2008년에는 210억 달러까지 증가해서 전체 방송 광고시장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거대 미디어 그룹중 하나인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이 소유하고 있는 폭스TV의 경우, 공중파 방송 분야의 경우 2009년 3분기 사업매출이 54% 줄어든 반면 케이블 방송분야는 사업매출이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회장은 지난해 가을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고 강조하고, "이제 더 이상 광고판매 수익만으로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수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폭스TV는 그 동안 케이블 방송사에 무료로 제공하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유료로 전환하는 전략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먼저 폭스TV는 2009년 말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케이블 방송 전송 회사인 타임워너(Time Warner)에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폭스TV의 공중파 프로그램을 유료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폭스의 요구로 고심하던 타임워너는 최근 폭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협상을 타결했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타임워너가 폭스TV의 공중파 프로그램 사용료로 각 케이블 가입자당 매달 1달러 씩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추가비용이 고스란히 가입자들에게 전가되어 케이블 가입자의 시청료 인상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무료방송으로 시청하던 공중파 방송이 시청자들이 직접 시청료를 지불하는 유료방송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거대 미디어 그룹 소유인 공중파 방송, '방송 유료화'도 단번에

나아가, 폭스TV의 이러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의 유료화는 그동안 무료로 방송 프로그램을 케이블 회사에 제공하던 ABC, CBS, 그리고 NBC 등 다른 공중파 방송국과 지역 로컬 방송국들에도 영향을 미쳐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의 유료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정의 약 90%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공중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중파 방송국들의 프로그램 유료화는 케이블 TV 이용료의 인상을 불러올 것이고, 이는 결국 추가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공중파 방송국들이 케이블 회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안에 프로그램의 유료화를 강력하게 밀어 붙일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주요 공중파 방송국들이 모두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사들의 경우, 공중파와 케이블을 포함한 미국 전체 방송 프로그램의 생산과 분배망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들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받지 않고서는 방송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다.

결국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의 방송시장 독과점이 시장의 경쟁 기능을 마비시켜 케이블 시청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는 결국 소비자인 국민들의 방송 서비스 이용에 피해를 입히게 된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절차상의 오류와 날치기로 작년에 통과시킨 미디어법은 재벌과 보수신문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언론산업의 집중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되어 언론산업이 소수의 특정 집단이나 재벌에 의해 집중될 경우 언론시장의 독과점이 일어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 시장의 독과점은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여론 독과점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과 의식에 피해를 입히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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