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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재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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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재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최진봉의 뷰파인더]<29> 거대언론은 어떻게 미국을 지배했나

<프레시안>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필자는 지난주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회로는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커뮤니케이션 학회(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에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

학회 기간 도중 미국 대학에 재직 중인 한국인 교수들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 자리에서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대학에 재직 중인 어느 대학 교수가 <프레시안>에 깊이 있고 차별화된 심층 분석의 글들이 많아 거의 매일 <프레시안>을 읽고 있으며, 필자의 글을 잘 읽고 있다고 상찬의 말을 해주었다. 그 교수 뿐 아니라 그날 모임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필자의 글과 <프레시안>을 자주 읽고 있다면서 반가움을 표시해 생각지도 않은 유명세(?)를 치르게 된 것이다.

"왜 한국은 미국 언론 정책 따라가나?"

이날 모임에서 교수들과 학생들은 미국의 언론 학계도 미국의 언론 정책이 너무 상업화되어서 언론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 정부는 언론을 상업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언론의 소유제한을 지속적으로 풀어주어 거대 미디어 그룹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언론의 소유가 소수 언론 대기업에 의해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이 미국과 같이 몇몇 대기업에 의한 언론소유 집중의 부작용을 불러올 것을 왜 모르는지에 대해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어쩌면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신문이나 대기업의 방송사 진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서 언론의 소유가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철없는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야금야금' 덩치키워간 미국의 언론사들… 우리는?

미국 언론시장이 현재와 같이 소수 거대 미디어그룹에 의해 장악되게 된 시발점은 20여 년 전에 미국 정부가 야금야금 언론의 소유제한을 풀어주면서부터다. 처음부터 확 풀어준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조금씩 아주 천천히 언론사 소유제한의 빗장을 풀어주어 대기업 언론사들이 점차 덩치를 키워갔고, 막강한 자금력을 소유한 거대 언론사들은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을 활용해 정부와 정치인들이 언론사의 소유제한을 더 많이 풀어주도록 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거대 언론사들이 원하는 대로 언론사의 소유제한을 지속적으로 풀어주었고,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언론시장을 지배하도록 허용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이나 거대 신문사들이 방송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점차 덩치를 키워가게 될 것이고 자본력이 막강한 몇몇 소수의 언론 대기업에 의해 언론 시장이 장악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이러한 언론의 소유 집중이 여론의 독점화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언론 시장이 소수의 언론 대기업에 의해 장악되면, 독자나 시청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소비할 권리를 빼앗기게 되고 몇몇 특정 언론 대기업에서 생산한 정보만을 소비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특히, 친 정부적인 성향의 대기업들과 보수 신문사들이 언론 시장을 장악하면 보수 편향적인 정보와 의견만 언론을 통해 전달되어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한 건강한 민주사회 형성을 방해하게 된다. 따라서 대기업과 보수 신문사들의 방송사 진출을 허용하고 있는 미디어법은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유효하다고 한 적 없다"는데, 국회는 '입법부 권위' 실추

최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신문법, 방송법과 관련된 헌재 결정문 어디에도 그 법안이 유효하다고 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관련 판결은 한나라당이 "신문법과 방송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대하고 중대한 위법과 위헌이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국회의 자율에 맡긴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위법적인 방법으로 처리된 미디어 관련법을 당연히 재개정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처리과정의 위법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고, 위법을 바로잡지 않고 정당화함으로써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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