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0월 22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망 중립성에 대한 토론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유·무선 인터넷의 차별 없는 사용을 보장하는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 제정 추진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인터넷은 모든 이용자에게 차별없이 열려 있어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때 모든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이 동등한 조건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결실을 보게 된 것.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인터넷망 중립성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줄리어스 제나코스키(Julius Genachowski) 의장도 "지금까지 몇몇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몇 개의 온라인 회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을 제한하거나 인터넷 트래픽 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 차별을 가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인터넷은 모든 이용자들에게 접속과 이용이 차별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FCC에서 추진하는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인터넷 콘텐츠(Content) 및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s)을 차별 없이 취급하도록 강제하고 투명한 인터넷 네트워크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FCC는 내년 1월 14일까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고 일반인들의 의견을 받고 있는 상태다.
美 인터넷 사업자, 겉으로는 '협조', 속으로는 '부글'
인터넷 망의 '중립성'은 최근 정보 통신 융합이 가속화되고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는 등 인터넷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그동안 인터넷 망 중립성을 둘러싸고 인터넷 사업자들과 시민단체들 간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FCC의 이번 조치에 대해 퀘스트(Qwest), 버라이존(Verizon), 컴캐스트(Comcast), AT&T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겉으로는 FCC의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 제정에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인터넷 사업자들은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이 제정될 경우, 인터넷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책정해 놓은 3500억 달러의 예산이 삭감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인터넷 라인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의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인터넷 망 중립성이 인터넷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인터넷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 중립성을 통한 인터넷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차세대 인터넷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것. 특히 이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터넷 이용과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고속 인터넷 회선의 증설이 필요하고, 또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차별화된 전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 지난 미국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은 FCC가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일명 '인터넷 자유법'(Internet Freedom Act)을 상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인터넷 망 중립 법안은 불필요한 연방 규정으로 정부가 인터넷을 탈취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미국 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인터넷 망 중립성에 찬성하고 있어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 제정을 금지하는 매케인 의원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장악되지 않는 인터넷을 위하여
반면, 시민단체를 포함해 인터넷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쪽은 모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고, 돈에 의해 콘텐츠의 전송 속도가 좌우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 망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트래픽 통제권이 주어지게 되면 공정 경쟁의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추가 비용을 대가로 특정 콘텐츠 회사의 콘텐츠 전송에 우선권을 주게 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콘텐츠 회사들의 지불 금액에 따라 콘텐츠의 전송 속도를 차별화하면, 자본이 큰 회사들의 경우 고속 인터넷 망을 이용해 자사의 콘텐츠를 신속하게 이용자들에게 전송할 수 있는 반면, 자본이 적은 회사들의 경우 자사의 콘텐츠를 저속 인터넷 망으로 전송할 수밖에 없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인터넷 사이트나 콘텐츠에 대해 차별 없이 동등한 전송 속도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인터넷 망 중립성 법안은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 접속과 이용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 법은 현대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이 특정 정치세력이나 경제 권력에 의해 장악 되거나 휘둘리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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