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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돈 내도 아깝지 않은 방송부터 만들어라!

[최진봉의 뷰파인더] 美 시민들이 PBS에 후원금을 내는 까닭

KBS가 수신료 인상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수신료 인상을 위한 분위기 잡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책기획센터장은 현행 40%인 광고 비중을 20%로 줄이면 수신료가 현재 보다 약 2배가량 인상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KBS가 과연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있을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국민들이 느끼는 KBS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왜 감지하지 못했을까 의문이 든다.

정부 눈치만 보면서 국민들에게 "돈 더 달라"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프로그램 폐지와 공익적인 성격의 프로그램 폐지, 그리고 친정부적인 보도 성향으로 인해 KBS는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수신료 인상에 앞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먼저 찾아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MBC 행사에 참석해서 던졌던 "정명을 찾으라"는 말은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KBS에게 필요한 말로 여겨진다.

국민들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공익적인 방송을 하라고 지불했던 수신료를 꼬박꼬박 받아 챙기면서 정부의 눈치를 보는 보도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정명에 걸맞지 않는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눈치를 봐야할 대상은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다.

KBS는 지금 누가 자신들의 운영자금을 지원라고 있는지 제대로 분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방송국 운영자금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신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대신 정치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잘못된 모습을 바꾸지 않은 채 수신료만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참 잘못된 발상이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전경. ⓒ프레시안

PBS, 공정성·공익성 높은 프로그램을 위한 후원금

지난 1969년 방송을 시작한 미국의 공영방송 PBS는 미국 전역에 있는 356개 지역 방송국을 통해 뉴스 프로그램을 포함해 문화, 어린이, 교육, 역사, 자연, 사회와 관련된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들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대상의 아동 프로그램과 청소년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교육적 내용이 가미된 어린이 프로그램은 미국 부모들이 가장 신뢰하고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같은 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거대 상업방송이 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방송환경에서 PBS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 확보를 위해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수신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PBS는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과 자신들이 제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일반 방송국에 판매한 수익금, 기업에서 내는 자발적 후원금, 그리고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PBS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말 기준으로 PBS 전체 수입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시청자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전체 수입의 26.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PBS 운영자금의 주 수입원은 바로 시청자들이 공정성과 공익성이 높은 방송을 만들어 달라고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 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큰 PBS의 수입원은 PBS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일반 방송국에 판매해서 얻는 수익금으로 전체 수입의 17.8%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 기업들과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은 전체 수입의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학들이 지원하는 후원금도 전체 수입의 9.5%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은 전체 수입의 13.8%에 머무르고 있어, PBS는 대부분의 운영자금을 후원금과 프로그램 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가 우리나라 공영방송 KBS처럼 광고도 하지 않고 수신료도 받지 않으면서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은 후원금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 시청자들은 우리나라처럼 강제적으로 수신료를 내라고 하지도 않는데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PBS에 기부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PBS의 프로그램이 공익성이 높고,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의 PBS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는 다른 상업방송사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PBS의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과 방송, 그리고 공정한 방송이 미국 시청자들의 지갑을 자발적으로 열게 만든 것이다.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지불한 후원금은 바로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다.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다다. 국민들이 수신료를 아깝게 느끼지 않도록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방송을 만들고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보도하며, 국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KBS가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공정보도가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보고 납득할 수 있는 보도태도를 견지하고, 공익성 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너진 국민들의 신뢰부터 되찾아야 한다. 수신료 인상은 이러한 것들이 선행된 이후에 논의 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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