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에게 '공영방송'이란?

[최진봉의 뷰파인더]<20>방통위는 언론 보도 감시 기관이 아니다

게스트를 불러놓고 짓궂은 질문 세례를 퍼부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모 방송국의 한 오락 프로그램은 맨 마지막에 공식질문이며 모든 게스트에게 "○○에게 ○○이란?" 이라는 질문을 한다. 만약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하 위원장)이 이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서 "최시중에게 공영방송이란?" 이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 필자의 예상으로는 최시중 위원장이 이렇게 대답을 했을것 같다. "공영방송이란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 감독 하에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시청자들에게 정부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방송이다."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상한 답변이지만, 최근 최시중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이 답변이 최 위원장의 생각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듯 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BS, MBC, 그리고 EBS의 과제는 한마디로 정상화"라고 강조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각 방송사 이사회가 구조, 예산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최 위원장은 "각 방송사들이 제자리 돌아올 수 있도록 전면적인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국가기관의 장이 주요 방송국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감시의 대상인 국가기관이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 기관의 자율적인 운영에 대한 통제를 통해 언론의 권력 감시 활동을 억압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방통위는 언론보도 비판 기관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법률과 규칙을 제정, 시행, 감독하고 방송국과 통신관련 업체의 인.허가 등의 업무를 하는 기관이지 언론사의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국이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지, 언론사의 보도내용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기관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또한 엄기영 MBC 사장의 거취에 대해 "최근 엄기영 사장의 진퇴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이를 포함해서 MBC가 국민의 전파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방문진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소신있게 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의 추천권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들에게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행위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방송사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 방송사 조직 운영에 대한 간섭, 방송사 사장의 거취에 대해 압력 행사 등 최시중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美 FCC가 프로그램에 간섭하는 것 봤나?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는 미국 내 방송국의 운영과 보도태도, 그리고 개별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불법적인 내용이 아니면, 어떤 내용의 방송을 제작해 방송하든 FCC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히, 정부의 비판적인 내용을 방송한 방송사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그 방송사의 경영진의 퇴진을 위해 직,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하지도 않는다.

결국 미국의 방송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언론의 자유를 전혀 침해받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며, 편파적인 내용의 방송 프로그램이 방송 되더라도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FCC가 언론사의 운영과 방송내용에 간섭을 하지 않는 이유는 언론사의 운영과 인사, 그리고 방송 내용에 대한 간섭이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FCC는 방송, 통신과 관련된 법률과 규제의 제정 그리고 방송국과 통신업체의 인.허가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은 기관이다.

최시중 위원장, 월권 행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최시중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FCC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공연하게 방송사의 운영과 조직, 예산, 인사, 그리고 정체성까지 거론하는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마치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국의 운영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국의 운영을 간섭하고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월권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MBC와 KBS는 국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다. 따라서 방송사에 대한 국가기관의 어떠한 간섭과 압력도 용납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알권리를 억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