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4월 28일 새벽 문화방송(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한 PD와 작가들을 일제히 체포했다. 한 달여 동안 MBC 사내에서 농성을 벌이던 <PD수첩> 제작진이 농성을 풀고 정상적인 출퇴근을 위해 집으로 퇴근하자마자 검찰이 즉각 이들을 체포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을 무더기로 체포하고 이들이 취재하고 조사한 내용을 제출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례가 없는 일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권력기관에 대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언론 자유 보호하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법' 미 하원 통과
한국의 검찰이 언론인들을 체포하고 취재 원본 확보를 위해 압수 수색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도, 미국 하원에서는 언론인들이 취재원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인 보호법'이 최근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릭 바우처(Rick Boucher) 의원의 주도로 지난 3월 31일 미 하원을 통과한 '2009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법(Free Flow of Information Act 2009)'은 그동안 법원이 언론인들에게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제출하도록 강요하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언론인과 취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DC 지역의 콜롬비아 특별구와 36개 주에서 언론인들이 취재원 보호를 위해 취재원에 대한 정보와 취재 내용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언론인 보호법이 이미 제정돼 운영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주 정부와 달리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언론인들의 취재 내용 공개 거부를 보호하는 법률이 없어 그동안 연방검사들이 언론인들에게 취재원과 취재 내용 공개를 강요하기 위해 체포와 투옥의 위협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이번에 바우처 의원에 의해 발의되어 하원을 통과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법'은 연방정부와 연방검찰의 체포와 투옥의 위협을 이용한 언론 탄압으로부터 언론인들과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법'은 연방 법원이나 검찰이 언론인들에게 취재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취재 내용의 제출을 요구할 때 언론인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원과 취재 내용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거나 취재원이 테러리스트 활동과 연관이 있는 경우, 그리고 죽음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취재원과 취재 내용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취재원과 취재내 용의 공개를 요구하기 전에 취재원과 취재 내용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인지, 취재원과 취재 내용 공개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반드시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7년 10월에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법'과 유사한 '언론인 보호법'이 미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적이 있고, 지난 2월에는 공화당 찰스 슈머(Charles Schumer) 의원을 포함한 4명의 상원의원들이 공동으로 언론인 보호법 개정안을 다시 상원에 제출한 상태여서 상원에서도 취재원 보호와 취재 내용 보호를 위한 법안의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상원의원 시절 언론인 보호법에 대해 찬성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어 언론인들이 취재원 보호와 취재 내용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언론인 보호법은 연방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의 자유는 언론자유에 달려있다"
권력기관은 국민이 국가의 운영을 잠시 위탁하여 맡긴 위탁인이고, 언론은 그 위탁인을 감시하는 역할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았다. 즉,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언론에 부여한 중요한 권리이다. 따라서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를 행사하여 권력기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권력기관은 항상 면밀히 감시하지 않으면 부패할 가능성이 높다. 면밀한 감시활동을 통해 권력기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은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을 보호하는 것이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으로 미국 독립 선언서의 기초자인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우리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에 달려있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다"고 강조했다.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정부 권력으로부터 언론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을 가진 미국 시민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