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보청기'는 바라지도 않아…'생색'이라도 내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보청기'는 바라지도 않아…'생색'이라도 내라"

[최진봉의 뷰파인더] '국민'도 '발전'도 없는 '미디어국민발전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총 20명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위원장 김우룡·강상현, 이하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3월 13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나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체회의에 대한 공개 여부와 여론조사 실시를 포함한 위원회 운영 방식, 그리고 최종 보고서 내용의 법안 반영 문제 등을 놓고 위원들 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정작 미디어 법안에 대한 여론 수렴과 논의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앞으로 미디어위원회의 활동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미디어위원회, '면피용'으로 여기나

여당인 한나라당은 미디어위원회의 위상을 문방위의 자문기구 정도로 규정하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지역 순회 공청회 개최 등 일반인의 여론 수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위원회 전체회의의 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위원회에서 발간하게 될 최종 보고서의 내용도 법안 제정시 참고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활동보다는 형식적인 활동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당의 태도를 볼 때, 한나라당은 미디어위원회를 미디어 관련법 강행 처리의 면피용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미디어위원회 참여를 통해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수렴에 참여했다는 생색을 내고, 활동 기간 100일이 지나면 국회 다수당의 수적 우세를 이용해 미디어 관련법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시스

미국에선 일반인 누구나 언론법 개정에 참여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언론 관련 법안을 개정할 때, 일반인 누구나 법안 개정 과정에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경우, 방송, 통신과 관련된 개별 사안에 대한 법안의 개정이 필요할 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법안 설명회와 공청회를 반드시 개최한다. FCC의 자체 홈페이지에 법안 설명회 및 공청회 일정과 장소를 몇 주 전에 안내하여 참여를 원하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 설명회 및 공청회 개최 장소도 계속 똑같은 장소에서 하지 않고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개최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청회에는 FCC 위원장이나 위원 중 한 명이 참석해서 새로운 법안의 취지와 개정 사유에 대해 설명을 한 다음 학자, 언론 종사자, 시민단체 등 전문가 그룹을 초청해 법안 개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후, 일반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청회에서 제기되었던 모든 의견은 기록으로 남게 되고, 이 기록은 FCC에서 법안을 개정하는데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형식적인 요식 행위로 공청회를 남발하는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FCC는 법안 개정을 위해 이 같은 공청회를 여러 차례 다른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하여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법안 개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FCC는 법안 개정에 일반인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공청회 내용을 영상으로 촬영해 FCC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표 자료와 토론 자료도 '베스트 카피 앤 프린팅(Best Copy and Printing)'이라는 회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발표와 토론 자료가 필요한 일반인들은 베스트 카피 앤 프린팅에서 종이, 디지털 디스크, 오디오테이프, 비디오테이프 형태로 제작된 발표 및 토론 내용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FCC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애인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 휠체어가 자유로이 들어올 수 있는 시설이 있는 빌딩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공청회 내용은 실시간으로 수화 통역을 해주고 있으며, 보청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보청기를 대여해 주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이 공청회 참여를 위해 특별한 도움이나 보조 장치가 필요한 경우, 이메일이나 전화, 또는 팩스로 신청하면 FCC에서 이를 지원해 주고 있다.

미디어위원회, 100일간의 노력 수포로 돌리지 않으려면

미디어위원회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과 의견을 가능한 다양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수렴해 법안 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위원회의 회의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고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메일, 편지, 팩스, 전화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설문조사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 순회 공청회 개최를 통해 일반인들의 의견이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위원회에서 논의된 모든 내용은 반드시 입법 과정에서 반영되어야 한다. 그것이 100일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