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장관은 이날 저녁 7시 경 서울공항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는 중국행 비행기 내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안부를 전하며 10여 분간 담소했다고 DJ 비서실이 밝혔다.
김대중-클린턴 두 전직 대통령은 1998년부터 2001년 초까지 3년간 동시에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대북 포용정책을 함께 추진했던 인연이 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고,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라는 DJ의 권고를 받아들여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 합의 등 북미관계의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
▲ 김대중-클린턴 대통령 재임중 한미 정상회담 장면. 클린턴 대통령은 98년 6월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핸들을 잡아 운전하고 나는 옆자리로 옮겨 보조적 역할을 하겠다"며 햇볕정책에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
연설문을 받은 힐러리 장관은 이날 오후 미 국무장관의 휘장이 새겨진 커프스단추를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데 이어 출발 직전 전화를 하게 된 것이다.
힐러리 장관은 통화에서 "(연설문) 말씀에 매우 감사한다"며 "저와 남편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대해 좋고 따뜻한(positive and fond)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협력해서 북한 미사일과 핵문제가 진전이 잘 됐는데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 마무리하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며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국무장관에 임명되어 한반도와 북한 문제를 맡게 되어 대단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장관께서 (미국을) 출국하면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2005년 9월 합의사항(9.19 공동성명)으로 북한도 지지하고 있다"며 "장관도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해결 전망이 좋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힐러리 장관은 "90년대 금융위기와 북한과의 관계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보여준 지도력을 기억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서 중요한 사안들을 진전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 대통령께서 보여준 본보기와 지도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다음 방문하면 꼭 만나고 싶다"며 "남편도 대통령을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DJ 시절 정부 각료를 지낸 한 인사는 "클린턴 부부와 DJ의 개인적인 친분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의미있는 통화"라며 "정부 관계자가 아닌 DJ에게 정책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힐러리가 김대중-클린턴 시절의 정책으로 나아가겠다는 사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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