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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칼럼]<34> '한반도의 봄'을 기대하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 클린턴 대통령+올브라이트 국무장관+"알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님, 대한민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이제 우리는 당신을 통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긴장완화에 미국은 노력할 것이고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구상을 적극 밝힌 것도 한반도 상황이 지금 어려운 조건임에도, 평화의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힐러리 국무장관님, 얼핏 보면 미국 국무장관이 된 당신에게는 당신의 남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클린턴 정부 시절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가 하나로 겹치는 이미지가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건 임기 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던 과거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매우 독자적인 존재로서 또한 우리는 당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이는 오바마 미 정부에 대한 세계적 기대가 존재하는 현실에 추가되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애증의 역사가 엇갈려 존재합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옹호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나라의 주권적 존엄성을 일방적으로 억압해오기도 했던 미국의 패권적 지배가 한반도 역사를 굴곡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실재한 진실인 동시에, 각기 차지한 의미도 점차 더욱 깊은 역사적 평가와 비판적 성찰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의 장기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해 서로에게 필요한 과정과 기반이 되어갈 겁니다.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자면, 이제 우리와 미국은 적어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협력관계, 또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한 좋은 친구가 되어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외교적 수사로서 때때로 등장하는 "대등한 파트너십"이라든가 아니면 "혈맹" 내지 "전통적 동맹"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식의 친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향한 진보적 전망과 관련해서 손을 잡아가는 관계"를 뜻합니다. 물론 국제현실에서 국가 간의 관계가 그렇게 되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환상일 수 있습니다. 각자 국익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진정한 친구가 되려는 의지가 확고하게 있을 때 그 첨예한 갈등을 가져올 국익이라는 것을 해결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국제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풀어가는 모델도 새롭게 창출되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바마 미 대통령은 과거처럼 미국의 물리적 힘을 위주로 한 패권적 일방주의가 아니라, 직접 대화와 평화적 협력, 그리고 패권이 아닌 지도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일구어 나가면서 존경받는 미국의 세계적 위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포악하고 욕심이 많은 강한 제국이 아니라, 겸손하면서 지혜로운 대국의 책임을 지겠다는 이야기로 듣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의 진보적 시민들은 오바마 정부의 등장을 뜨겁게 환영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입장의 다채로운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이 기대가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은 미국이 처한 입장과 정책적 전망이 어떤가에 달려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외교적으로 마주하는 상대국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에서 어떤 목소리를 보다 깊이 주목하고 경청하는 가에도 적지 않게 좌우되어 갈 겁니다. 국제관계에서는 국가 간의 공식적 관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공식적, 제도적 입지와 정책은 그 사회의 다채로운 시민적 요구와 육성을 외면하고서는 안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방한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를 공식 파트너로 상대하고 논의하며 앞으로의 정책을 결정해나갈 것입니다. 정부가 직접적이고 최종적 책임을 진 주체이기 때문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민주주의를 매일 파괴하고 있는 국내적 사안은 차지하고라도, 이명박 정부의 대미 통상정책,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 엄청난 견해의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니 단지 견해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노선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비중 있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목소리의 진실을 파악하고 그 주체와의 대화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올바른 수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택입니다. 어째서 미국 쇠고기 수입에 그토록 대대적인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벌어졌는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FTA에 대한 반대와 논란이 왜 아직도 엄존하고 있는지,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화 단절과 긴장강화 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왜 지속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미국은 이러한 현실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비판과 반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친구로서 한-미 관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서울 방문 직전 당신은 북한의 권력계승 과정이 불확실한 상황을 조성하고 계승된 권력의 입지강화를 위한 도발적 선택의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의 진정한 의도나 의미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외교 경험이 부족한 신임 국무장관의 실수인지, 또는 너무 솔직하게 말해버린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언급했더군요. <뉴욕타임스>에 인용된 어느 전문가는 아시아는 무엇보다도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인 상황에서 북한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았나 하고 우려를 표시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쪽이든 국무장관의 발언이니 미국 정부의 공식적 견해라는 점을 접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권력계승과 관련한 내부의 상황에 대해 우리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이든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교란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런 점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당신의 발언이 우리에게는 적어도 이렇게 들립니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화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도발적 긴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니, 그 목표는 이러한 상황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도발적 긴장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중앙>의 '위기'보도와 힐러리 클린턴 발언의 의미

다시 말해서, 권력계승의 전환기적 불안정성을 미리 내다보고 안정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발언이라고 들리는 것입니다. 이는 남과 북 모두를 향한 발언이라고 분석됩니다. 북에게는 시간이 이제 별로 없으니 미국과의 조속한 대화체제로 나올 것과, 남에게는 북한의 민감한 상황에 대해 조심성 없게 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미 직접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북한에게는 권력계승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평화체제 이행을 위한 조처와 대화가 긴급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 성격을 가진 발언이라고 볼 수 없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가 존속하는 시간 안에 보다 빠르고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매우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라고 해석되는 바입니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이런 한반도의 불확실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이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외교 수장의 고도로 계산되고 목표가 분명한 발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보수 언론이라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당신이 "북한 권력계승,조만간 위기 올 수 있다"라고 발언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위기"라는 말은 매우 강도가 높은 단어입니다. "위기"라는 단어는 당신의 발언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든가 "도발적(provocative)"라는 말을 지나쳐 극단적 상황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을 짚어내는 까닭은, 이러한 언론에 좌우되고 이러한 언론의 정세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를 해야 하는 당신에게 이 나라 내부에는 이러한 언론과 정권의 왜곡된 현실인식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주목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위기를 강조하는 입장은 강경 대응으로 연결되는 조처를 선택하기 쉽습니다. 그것은 위기의 증폭과 상황의 악화로 결말 지어집니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평화를 장기적 구상으로 선택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기조와는 전혀 다른 궤도에 있는 현실인식과 미래전망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일구어내려는 이 나라 내부의 진보적 목소리와도 어긋나는 입장입니다.

미래의 언젠가는 진보진영과의 대화 기대하며

이번 방문이 이러한 이 나라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정세 판단에 올바른 견해수립을 위한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반도 평화와 아시아 전체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려는 이 나라 진보진영의 육성을 놓치지 말고, 한반도 평화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 임동원, 한완상, 정세현, 이재정 등 역대 통일부 장관들, 경험과 경륜 있는 탁월한 정책 전문가, 지도자, 지식인, 활동가, 시민들의 존재도 눈에 들어오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필요하다면, 이 나라 진보진영의 목소리와 직접 마주해서 대화를 나누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한반도 역사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세우는 기회가 있게 되기를 빕니다. 그것은 긴 장래를 놓고 생각해볼 때 한반도와 미국, 아니 아시아 전체와 미국의 관계를 의미 있고 친밀하며 공동의 인류적 과제를 놓고 힘을 합칠 수 있는 초석의 하나가 되어갈 것입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동면(冬眠)의 계절을 보낸 이 나라의 산수(山水)가 기지개를 펴고 봄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동면의 시간을 춥고 어둡게 보낸 한반도의 지난 몇 개월도 새로운 봄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봄 손님으로 오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다시 한 번 뜨겁게 환영합니다. 기쁜 봄소식도 아울러 가져오시고, 또한 그렇게 가져가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봄이 오니 크게 좋은 일이 벌어지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들이 봄의 기운에 취해 지저귀는 봄볕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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