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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위기 해법, 전쟁 버금가는 대규모 공공사업계획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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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위기 해법, 전쟁 버금가는 대규모 공공사업계획뿐"

크루그먼 "미국인 전체가 월街에 사기당했다"

지난달 말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유력한 미디어 인사' 25명 중 1위로 꼽힌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정작 이 잡지 등 우파 성향의 매체들이 미국인들의 경제사정을 오도했다고 맹비난하면서,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는 전쟁 같은 극적인 수단이 아니라면 쉽사리 해결하지 못할 '난치병'이라고 진단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이같은 진단은 지금까지 크루그먼 교수가 전개한 미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칼럼 중 가장 비관적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Decade at Bernie's'라는 칼럼(
원문보기)에서 미국인 전체가 버나드 매도프에게 사기당한 투자자들과 비슷한 신세라고 꼬집으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부가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가 오히려 부채만 늘어났다는 것을 여전히 철저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민간 부분의 막대한 부채로 인해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성이 매우 크며, 이는 대규모의 재정지출과 은행 구제방안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이제는 버나드 매도프에 농락당한 투자자들의 슬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사기당한 투자자들은 투자 내역만 보고서 부자인 줄 알고 있었다. 어느날 그런 자산은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미국 전체가 상당히 비슷한 꼴을 당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FRB가 미국 전체 가구의 자산과 부채에 관해 3년마다 조사하는 통계가 지난주 발표됐다. 21세기 들어 부의 증가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인플레이션까지 감안하면 미국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지난 2001년보다 줄어들었다.

1980년대 9%였던 미국인의 개인 저축률이 1990년대 5%, 2005~2007년 사이에는 불과 0.6%로 떨어지고, 개인 소득보다 가계 부채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사실 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왜 순자산이 증가했을 것으로 기대했을까? 최근까지도 미국인들은 주택과 주식 평가액이 부채보다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내역을 받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대변하는 매체들은 우롱했을 뿐이고...

자본이득이 영원히 증가하리라고 믿은 사람들이 순진했다고 보인다면,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내셔널리뷰> 같은 우파 성향의 매체 등 얼마나 많은 영향력 있는 주장들이 그런 믿음을 부추기고, 낮은 저축률과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려한대로 자산 증가는 허구였던 데 비해, 부채 증가는 그대로 현실로 남았다. 그 결과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에서야 깨닫는 정도보다도 훨씬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엄청난 부채에 자산은 별로 없는 상태는 은행들만이 아니라, 민간 영역 전체가 그렇다.

과도한 부채로 촉발되는 디플레이션 함정

1930년대 위대한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지적했듯, 개인이나 기업이 부채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벌이는 행위는 자기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동시에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청산하려고 나서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저축을 늘리려는 행위는 소비 수요를 실종시켜 경기침체가 악화된다.

정책 당국은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나? 당국자들은 원론적으로 그렇다는 답변을 한다. 하지만 실제 대책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책은 틀림없이 도움이 되겠지만, 과도한 부채로 인해 촉발되는 디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 구제방안은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정작 발표되자 신뢰를 주기보다는 혼란만 초래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같은 공화당원들조차 이제는 일시적인 은행 국유화 조치에 대해 동의하는 등 흥미로운 변화로 볼 때 은행 구제책은 좀 더 강력한 것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은행 부문 해결은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경제를 부채의 늪에서 회복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정말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공황을 종식시킨 제2차 세계대전 같은 대대적인 공공사업계획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환상의 유산은 길고도 오랜 침체가 될 것"

이 전쟁은 완전 고용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민간 부분의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가파른 소득 상승과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1945년경 미국 정부의 부채는 급증했지만, GDP에서 민간부문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40년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다. 이처럼 민간 부채 수준이 낮아지자 전후 경제 호황에 시동이 걸렸던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대책은 아직 없을 뿐 아니라 이른 시일에 나올 것 같지 않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들이 부채를 청산하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며, 환상의 유산은 길고도 오랜 침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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