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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이러다 대공황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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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이러다 대공황 못 막는다"

"오바마, 신속 과감한 대책 관철해낼 수 있나"

지난 4일 전미경제학회(AEA) 컨퍼런스에서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프레더릭 미슈킨 컬럼비아대 교수의 경고에 이어,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제2의 대공황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5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Fighting Off Depression'이라는 칼럼(
원문보기)에서 현재의 위기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대공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이 그나마 희망이지만 의회 통과과정에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즉,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는 데 몇 달을 꾸물거린다. 그렇게 해서 나온 방안은 너무나 신중하다. 그 결과 2009년 내내 경기가 곤두박질친다. 경기부양책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할 때는 경기하강을 늦출 수 있을 뿐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는 동안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기업과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불황을 예상하면서 지출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대공황이 닥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안의 무게는 점차 감세쪽으로 쏠리고 있다. 한때 1조 달러까지 거론된 규모는 775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그중 40%에 달하는 3000억달러는 감세안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제2의 대공황 초기 방불케 할 만큼 심각한 상황"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주례 연설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두자릿수의 실업률이 초래될 훨씬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제지표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공포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제조업은 어느 곳에서나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은 지출을 하지 않고 있다. 에둘러서 말하지 않겠다. 제2의 대공황 초기를 방불케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다른 대공황을 막을 만큼 충분히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을 할 것이냐다.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득세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공황이 닥칠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 빠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또다른 대공황을 예방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라고 확신했다.

대공황 예방 쉽다고 큰소리친 학자들

시카고대 교수 로버트 루카스(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는 지난 2003년 AEA 연설에서 "대공황 예방을 위한 핵심문제들은 해결됐다. 사실상 수십년 동안 해결돼왔다"고 선언했다.

특히 밀턴 프리드먼(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미국의 중앙은행 FRB가 은행들에게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기만 했으면, 통화공급이 급감하는 것을 막아 과거의 대공황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많은 경제학자들에게 설득했다.

벤 버냉키 FRB의장이 FRB를 대표해 프리드먼에 사과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버냉키는 "당신의 지적이 옳습니다. FRB가 그렇게 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 덕분에 FRB가 또다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공황 예방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버냉키가 이끈 FRB는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 통화공급이 급증했다. 하지만 신용공급은 여전히 경색됐고, 경제는 지금도 급격히 하강중이다.

통화정책으로 대공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분석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케인즈는 통화정책은 불황 국면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며, 대량실업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대규모로 적자 지출에 나서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위기에서 통화정책이 실패한 것은 케인즈가 처음부터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케인즈주의는 오바마의 경제구제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 계획들은 소문만 요란한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초당적인 지지 속에 의회에서 경제계획을 채택하기를 원한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계획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공화당 지도부는 경기부양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경제위기에 대해 루즈벨트식으로 대대적인 지출을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입증 부담 큰 공공지출 방안

하지만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대규모 공공지출이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많은 정치인들이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감세안에 대해서는 이런 입증 부담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케인즈는 이런 문제에 익숙하다. 그는 "공공투자 계획은 완전히 낭비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격한 사업원칙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감세나 환급 같은 조치는 별다른 반대를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의에서 핵심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공공지출을 크게 늘리면 그렇지 않을 경우 갈 곳이 없는 자금을 실업자를 고용하거나 고용을 유지하는 등 생산적인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오바마의 계획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게 될 지 우려하게 된다. 의회에서 경기부양책이 통과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계획은 지연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연되고 축소된 경기부양책 우려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것이다.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는 데 몇 달을 꾸물거린다. 그렇게 해서 나온 방안은 너무나 신중하다. 그 결과 2009년 내내 경기가 곤두박질친다. 경기부양책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할 때는 경기하강을 늦출 수 있을 뿐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는 동안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기업과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불황을 예상하면서 지출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과연 2차 대공황을 막을 정도로 충분한 일을 할 것인지 드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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