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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월가 구제계획, 또 실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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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월가 구제계획, 또 실패할 것"

크루그먼 "국유화 없는 배드뱅크는 신종 흑마술"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으로 불리는 월가 금융업체들에 대한 자금지원 7000억 달러 중 2차로 집행될 3500억 달러가 당초 이 프로그램의 명칭대로 부실자산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차 집행분은 부실자산을 '적정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사줄 수 밖에 없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자, 은행들의 자본 확충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쓰였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이 방식도 구제금융 투입 은행들이 지불 능력을 회복하면, 반드시 대출에 나서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건 없이 진행됐고,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인수합병 등에 전용하는 등 정작 정책 목표인 '대출 재개'를 이끌어내지 못한 '실패한 구제계획'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비드 액설로드 미 대통령 선임고문 내정자는 18일 <ABC>방송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 은행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TARP 2차분은 금융권 부실자산을 제거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바마 경제팀은 지난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당시 배드뱅크의 일종인 '정리신탁공사(RTC)'를 통해 부실자산을 매입해준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RTC는 일단 파산 위기에 몰린 은행들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뒤 부실자산을 매입한 반면, 오바마 경제팀이 구상하는 '배드뱅크'는 민간 소유 상태인 은행들로부터 부실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식이어서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즉각 2차 TARP 집행 방식을 철회할 것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다음은 'Wall Street Voodoo(월가의 흑마술)'이라는 이 글(
원문보기)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국유화 안하고도 죽은 은행 살릴 수 있다고?

감세가 신통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케케묵은 흑마술 경제학은 문명화된 토론장에서는 추방됐다.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흑마술을 오바마 차기행정부 사람들까지 신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흑마술은 정교한 금융구제계획으로 죽은 은행도 살려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죽은 은행'이라고 부르는 금융업체들을 '고담그룹'이라고 하자. 고담의 총자산은 2조 달러인데, 1.9조 달러가 부채다. 순자산은 1000억 달러는 얘기다. 그런데 4000억 달러로 잡혀있는 자산이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부실자산이다. 이 부실자산은 시장에 팔려고 내놓는 순간 2000억 달러가 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고담은 좀비 은행이다. 영업을 계속 하고 있지만, 이미 파산 상태인 것이다. 고담의 주식이 완전히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아직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는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구제될 것이라는 기대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정부가 고담을 왜 구제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금융시스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두자 금융시장은 마비됐고, 이후 몇 주 동안 세계경제가 붕괴 위기에 휘청거렸다. 이런 사태가 또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고담은 영업을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고담에게 지급 능력을 갖추기 충분할 정도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현재의 고담 주주들에게 막대한 선물을 주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선물이 주어질 가능성이 고담의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보다 바람직한 방식은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정부가 취한 방법이다. 정부는 파산 상태의 은행들을 인수해 기존주주들을 배제했다. 그리고 나서 부실자산을 RTC라는 특별기구에 넘겼다. 은행들의 부채를 완전히 제거해 지급 능력을 갖춘 은행으로 탈바꿈시킨 뒤 새로운 주인을 찾아 매각했다.

"구제금융으로 위장한 선물주기 "

반면 현재 논란이 되는 방식은 어쩡정한 방식을 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으로 설립된 '배드뱅크'에 민간은행들의 부실자산을 옮긴다는 것이다. 이 배드뱅크는 RTC를 닮았지만, 문제는 은행들의 국유화를 먼저 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셰일러 베어 사장은 최근 이런 방식을 "적정한 가격에 부실자산을 매입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정가격'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나는 고담의 부실자산 4000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2000억 달러로 잡았다. 정부가 부실자산 매입으로 고담을 지급 능력을 갖춘 은행으로 바꾸려면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방법밖에 없다.

시장에서 부실자산의 실제가치만큼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보다 자산 가치를 더 잘 알고 있다고 선언할 책임이 있는가? 또한 '적정가격'을 지불해주면 고담이 지급능력이 다시 갖출 정도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인가?

내가 보기에, '적정가격'으로 부실자산을 인수한다는 것은 공적자금으로 은행 주주들에게 막대한 선물을 주는 것을 위장한 것이다.

왜 이런 위장 전술을 쓰려는 것일까? 그 해답은 미국의 정치권이 '국유화'라는 방식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국유화를 하지 않고도 죽은 은행들을 살릴 수 있다는 신종 흑마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미신에 의존하는 퇴행의 대가는 막대할 것이다. 내가 틀렸기 바란다. 하지만 납세자들은 또다시 부당한 취급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또한 또다시 실패로 귀결될 구제계획이 시행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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