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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 "월가 자체가 폰지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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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 "월가 자체가 폰지 사기꾼"

"공산주의 몰락으로 美 자본주의가 미쳤다"

나스닥 회장까지 역임한 버나드 매도프의 '폰지 사기' 사건은 사상 최대의 금융 사기사건으로 꼽힌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이 사건이 가뜩이나 금융위기로 시달리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울상이다.

▲ 토머스 프리드먼.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로 꼽히는 토머스 프리드먼은 17일(현지시간) 'The Great Unraveling(대폭로)'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미국의 월스트리트 자체가 '폰지 사기'를 저질러왔다는 점에서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매도프의 사기극은 월가의 사기극보다 '조금 더 불법적'이라는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프리드먼은 월스트리트가 이처럼 사기극을 벌이는 괴물로 변해버린 근본 원인으로 자본주의와 경쟁하던 공산주의가 약화된 시대적 변화를 지목하는 독특한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홍콩에서 개최된 아시아소사이어티 오찬장에서 한 서구 기업인이 내가 받아보지 못한 질문을 했다. "미국이 도대체 얼마나 타락했나요"라고 말이다.

매도프 사기는 월가보다 좀 더 불법적일 뿐

버나드 매도프가 폰지사기(피라미드식 사기)로 엄청난 돈(500억 달러로 추정)을 등쳐먹은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나온 질문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 소식 때문만으로 나온 질문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콩 금융인들이 항상 우러러보던 금융중심지 말이다. 그들은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AIG 등 유명 금융업체들이 어떻게 그처럼 부실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미국이 그들에게 가르쳤던 높은 규제기준들은 어디에 있던 것일까 하고 그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홍콩에서 가장 신망이 높은 금융인 중의 한 명은 "과거 부실했던 아시아 은행들은 엄격한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등 미국의 훌륭한 기준들을 도입하면서 건실해졌는데, 이제는 어디에서 모범적인 리더십을 찾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매도프에 대해 동정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지만, 사실 그의 폰지 사기는 '합법적'인 월가의 사기보다 조금 더 불법적이었을 뿐이다.

월가의 금융업체들은 연간 1만4000달러밖에 벌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75만달러짜리 주택을 살 수 있는 대출(모기지)을 해주고, 이런 모기지들을 묶어 증권을 만들면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같은 신용평가기관이 AAA라는 최상의 등급을 매겨주었다. 이런 증권들을 전세계에 있는 은행들과 연기금 등에 팔아댔다. 이런 행위가 피라미드식 사기극이 아니고 무엇인가.


'I.B.G'의 원칙으로 일관한 사기극

이런 합법적인 폰지 사기는 원리금 상환 기한이 닥칠 때 'I.B.G'의 원칙에 따르는 일련의 관계자들이 저지른 것이다. 'I.B.G'는 "I'll be gone"의 약자로 "나는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에서 미국의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심정은 놀랍고 착잡하다. 미국과 중국은 나라는 다르지만, 시스템은 같아지고 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되고 있냐고? 간단하다. 미국은 대대적인 금융구제로 인해 중국처럼 국유화된 은행 부분을 갖게 되었고, 자동차업체들에게도 구제금융을 실시한다면, 제조업에서도 중국처럼 국유화된 거대 산업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지만 차이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비슷해져 가고 있으면서도, 매우 다른 역사적 궤도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착잡하게 한다.

중국은 1970년대 문화혁명 등의 광기 어린 시대를 거쳐서 덩샤오핑이 등장해 자기 교정을 해내면서 시장경제로 점차 옮겨왔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중국의 혼란을 극복하는데 기여한 반면,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미국은 좀 불안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과 소련이라는 이념적인 최대 경쟁자들을 잃어버렸다. 모든 사람은 경쟁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긴장이 된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 대해 더 이상 경계할 필요가 없어지자 미쳐버린 것 같다.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은 미친듯이 막대한 자금을 빌리고, 미친듯이 보수를 챙겨가고, 특히 최초의 채무자와 최종의 대출자를 철저하게 분리시킨 금융상품을 고안해 내면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애니멀 스피릿'에 먹히고 싶지 않다

한 전문가는 "공산주의의 붕괴는 중국을 이념적 중간 지대로 밀어넣었고, 미국은 극단적으로 가버리게 했다"고 말했다.

매도프 사건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금융 자산, 규제와 상식이 무너지는 속에 핀 상징이다. 금융구제뿐만 아니라 우리는 도덕의 구제가 필요하다. 시장과 윤리와 규제 사이에 균형추를 다시 세워야 한다. 자본주의 활성화에 필요한 '애니멀 스피릿(기업가 정신에 포함된 동물적 의지)'을 죽이기를 원하지 않지만, 그것에 먹히는 신세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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