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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이 말하는 '매도프 사건이 가능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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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이 말하는 '매도프 사건이 가능했던 이유'

"돈 잘 버는 자들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세태 때문"

월스트리트(월가)의 유명한 금융업자 버나드 매도프가 저지른 사상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에 이어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장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월스트리트 자체가 매도프의 수법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사기극을 벌여왔다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썼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크루그먼 교수는 19일(현지시간) 'The Madoff Economy'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원문보기)에서 전세계에 걸쳐 똑똑하다는 많은 사람들이 속아넘어간 매도프 사건이 가능했던 근본 이유를 "엘리트라는 사람들조차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을 가진 세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금융부실도 이런 세태를 바탕으로 저질러진 사기극으로 본질적으로 매도프 사기 사건과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버나드 매도프 사기 사건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500억 달러에 달하는 폰지 사기(다단계식 사기)라니, 어떻게 그렇게 큰 규모의 사기사건이 가능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 역시 매도프 사건과 투자산업 전체가 저지른 사건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묻는 사람에 속한다. 금융서비스 산업은 지난 한 세대 동안 미국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이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거부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이 산업의 많은 부분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부가 미국 사회 전체를 타락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해 왔다.

우선 그들의 보수 체계를 살펴보자. 지난해 증권, 상품계약, 투자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봉은 다른 경제 분야 종사자들의 4배 이상이었다.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은 특별한 것도 아니고, 2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의 소득은 지난 세대에 걸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반면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의 높은 보수가 그런 차이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었다.

환상에 불과한 수익 창출에도 지급되는 보수

그러나 금융계의 슈퍼스타들이 엄청난 돈을 실제 가치를 창출한 대가로 벌어왔다는 것은 확실히 맞는 얘기인가?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월가의 보수체계는 수익에 대해 과다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그 수익이라는 것이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도 그렇다.

예를 들어 고객의 돈을 기초로 막대한 자금을 빌려 의심쩍은 주택저당증권(MBS)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주택가격 거품이 지속되는 한 일정기간 동안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막대한 보수를 받는 펀드매니저가 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그가 투자한 증권들이 부실화되면 그의 고객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 보수를 챙길 것이다.

그렇다면 매도프 사건과 월가 전체가 한 일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물론 어떤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매도프는 투자자들을 이해하지 못할 위험 자산에 노출시키면서 막대한 보수를 챙기는 대신, 고객의 돈을 그냥 떼어 먹는 식으로 단계를 건너뛰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매도프는 스스로 사기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반면, 월가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망상을 믿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았다. 펀드 매니저들은 부자가 되었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금융사기극, 미국 정치판을 초당적으로 부패시켜

미국에서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세대 전 5%에서 현재 8%로 증가했다. 늘어난 3% 포인트은 사실상 가공자산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며, 연간 4000억 달러가 가짜, 사기, 남용된 것을 뜻한다.

하지만 폰지 사기극으로 점철된 시대가 미국에 초래한 비용은 직접적인 돈의 낭비보다 훨씬 큰 것이엇다. 월가가 챙긴 부정소득은 초당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만큼 정치를 부패시켰고, 계속 부패시킬 것이다.

금융사기와 관련된 증거가 쌓여가면서 무관치 않아보이게 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 같은 부시 행정부 관료들을 비롯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업체 경영진에게 특혜를 주는 노골적인 부실 세제를 방치하고 있는 민주당의원들(슈머 상원 같은 이들)에 이르기까지 정치인들은 돈이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

짧은 기간 내에 개인적인 부를 쌓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미국의 가장 우수한 수많은 인재들이 과학, 공공서비스 등을 버리고 투자은행으로 투신함으로써 미국의 미래가 얼마나 훼손된 것일까.

거품 낀 막대한 부에 현혹된 인재들

무엇보다 거품이 잔뜩 낀 금융산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부는 현실감각을 손상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거의 대부분의 중요인사들이 임박한 위기에 대한 경고 신호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보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어떻게 앨런 그린스펀 같은 사람이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금융시스템 전체가 보다 탄력이 있게 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도 다름아닌 '파생상품 덕분'이라고 말이다.

내가 믿는 답은 이것이다. 엘리트로 불리는 사람들조차,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면서, 그들이 알아서 잘 할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매도프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태를 조사하면서, 일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잘못되고, 급속히 진행될 수 있는지 이해하려고 하면서 얻은 답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재의 사태는 매도프 같은 자에게 빠져버린 세계가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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