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2일 전효숙 사태와 관련해 비교섭단체 야3당이 제안한 중재안 중 '법사위 회부,논의'을 받아들이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지명철회,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한길 "더이상 논란과 시비 차단키 위한 대승적 차원"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야3당의 노력을 평가하고 존중한다"면서 "더이상의 논란과 시비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안을 전격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야3당이 청와대와 국회에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우리당이 대답할 사안이 아니고 국회의장실과 청와대 차원에서 판단해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14일이면 헌재소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그때까지 국회가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헌재소장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며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대화와 타협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 김형오 대표가 헌재소장 공백 사태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이는 데 대해 우리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헌법적 의무를 방기하는 것인데, 어떻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 공개는 예정보다 15분 가량 늦어져 전날 있었던 야3당의 중재안을 수용하느냐 여부를 두고 당 내에서 격론이 벌여졌음을 짐작케 했다.
한나라 "직권상정? 직권남용죄!"
반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하거나,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3당 원내대표들이 이번 파동에 대해 몇 가지 합의를 했는데, 이번 일의 일차적 책임이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한나라당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번 '전효숙 파동'은 단순히 대통령의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그 사과의 참뜻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법사위 회부 등의 다른 대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전 후보자는 청와대의 헌법위반, 법률위반을 알 만한 재판관이었지만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6년의 헌재소장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재판관 직을 내놓았다"며 "이는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서도 중요한 흠결이 되는 것이며 스스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처음부터 부적격한 대상을 놓고 청문회를 진행한 데 대해선 한나라당과 국회도 책임이 있다"면서도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게 되어 있지만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한 것은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스스로 철회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인사청문특위 소속인 김정훈 의원은 "정치권에 임채정 국회의장이 이번 사안을 직권상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이는 자격 없는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만일 국회의장이 위법한 직권상정을 강행하면 법적인 책임은 물론,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책임도 국회의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5대 법안'을 제시하면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대부분의 파행은 직권상정법에 의해 이뤄졌다"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재개정하는 데 당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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