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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베어링 사태' 뒤늦게 공표 … 최악 금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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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베어링 사태' 뒤늦게 공표 … 최악 금융사고

지난 21일 '글로벌 증시 패닉', 22일 FRB 긴급 금리인하 초래

일개 직원에 의한 세계 금융사상 최대 금융사고가 발생해 해당 은행이 존폐의 기로에 몰리는 것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프랑스 2위의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직원의 사기 거래로 49억 유로(약 6조8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힌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06년 이 은행이 거둔 이익이 52억 유로였음을 감안하면 직원 한 명이 1년치 이익 대부분을 날려버린 대형사고였다. 또한 1995년 외환 파생상품 거래에서 1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233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 은행을 하루 아침에 파산으로 몰고 간 '닉 리슨 사건'의 5배에 달하는 손실 규모다.

은행 측에 따르면 선물담당 딜러로 일하던 제롬 케르비엘(31)은 지난 6개월 여 동안 딜러가 취급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투자를 지속했다.
▲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이 존폐기로에 섰다. ⓒ로이터=뉴시스

'감시망 무력화 지식' 무장한 직원의 소행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요인은 그가 은행의 리스크 감시팀에서 일하며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크 관리의 모범'으로 불리던 소시에테제네랄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의 허술한 인사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은행 측은 케르비엘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즉각 그를 해고했으며, 최고 경영자인 다니엘 부통은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케르비엘은 투자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권한 밖의 일을 저질렀을 뿐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범행 동기에는 '정신적 문제'까지 거론되는 등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금융사고의 파장은 이 정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우선 규모가 너무 크다. SG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20억 5000만 유로의 자산 재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고 피해까지 합치면 69억 5000만 유로(100억 9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시점이 미묘하다. 가뜩이나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안한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폭락장에서 더 큰 손실을 우려한 은행 측은 서둘러 문제의 직원이 맺은 계약들을 일시에 청산하는 작업을 벌였다.

SG, 금융사고 숨기고 대규모 매도부터

지난 22일 아시아와 유럽증시의 폭락세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SG의 대규모 매도가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경 250억 유로에 달하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다음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례회의 1주일을 앞두고 긴급 회의를 열어 대폭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한 것도 이같은 증시 폭락세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주 초 전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사건이었던 글로벌 증시 폭락과 FRB의 기습적 금리인상 배경에 'SG사태'가 있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금융감독기구이자 중앙은행인 프랑스은행은 관련 파생상품의 포지션을 청산한 이후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SG의 요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피용 프랑스 총리가 "매우 심각한 일이 일어났으나, 최근의 세계금융시장 상황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 것은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 SG의 신용도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피치는 SG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닉 리슨 "손실 규모에 놀랐다"

SG 주식은 한때 거래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4%가 넘게 폭락했다. 또한 SG는 대규모 손실을 메우기 위해 55억 유로(약 7조 6000억 원) 규모의 신규 차입에 나서야 할 형편이어서 M&A설까지 나돌고 있다. 여기에 은행주주 100여 명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5년 역사를 자랑한 프랑스 2대 은행이 졸지에 존폐 기로에 몰린 것이다.

이 사건 소식을 들은 '베어링 사태'의 주범 닉 리슨은 "금융사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는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규모에 놀랐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보여주듯 손실의 규모조차 누구도 알기 힘들 정도로 파생상품 시장이 그동안 더욱 복잡해지고 파괴력이 커졌다는 것을 경고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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