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1일 북한이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의 '미심쩍은' 주장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국의 저명한 핵 전문가로서 북핵 2.13합의 직전인 지난달 30일~2월 4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주장은 마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전쟁으로 몰고 간 미국의 정보 '실패(fiasco)'와 유사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같은 주장은 2.13합의 이행 과정에서 미국이 의심하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암초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것으로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진실게임' 대신 철저한 사실규명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2002년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관련 장비를 2001년 구입하기 시작했으며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北, 문제 해결할 의지 있다"
이와 관련해 올브라이트 소장은 정보기관의 그같은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최근의 자료가 없었고 북한이 그런 공장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증거가 빈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산업용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며 "북한이 얼마나 완성했는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얼마나 분명히 증명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2.13합의 이행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협의·신고가 빠진다면 합의가 좌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에서 만난 고위급 관리들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인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관리들은 그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그 문제를 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다른 관리는 "우리는 북한이 갖고 있는 프로그램의 수준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비밀로 남겨둘 수 없다"고 말했다.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 능력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달리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사정거리로 삼고 있는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5~12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14일에도 미국 정보기관이 2002년 매년 수 개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커다란 원심분리기 시설을 북한이 갖췄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결함이 있는 평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그는 또 과거 방북했을 때는 북한 관리들이 HEU의 존재를 일축했지만, 이번 방북에선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면 "그것을 살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매우 구체적인 근거 위에서 이 문제를 다룰 용의가 강함"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HEU 공방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이후 불거진 것으로 2차 북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은 △HEU 공정에나 사용되는 고농축 알루미늄을 북한이 수입했다는 사실, △파키스탄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원심분리기 20여 개를 제공했다는 사실 등을 들어 북한의 HEU 프로그램 보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2004년 말부터 고농축우라늄의 '고'자를 빼고 그냥 '농축우라늄'으로 부른다는 사실을 들면서 미국이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00~3000개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파키스탄에서 받은 20개의 원심분리기로는 실험실 수준의 프로그램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美 전문가들, HEU 미국 주장에 의구심 올브라이트 소장 외에 다른 미국의 핵 전문가들도 미국의 HEU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을 잇달아 내놨다. 대니얼 핑크스톤 미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그들(북한)이 서너 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몇 가지 연구를 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대량생산시설을 갖추고 운영한다는 것은 아마도 먼 장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학 교수도 "아직까지 북한이 고농측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지만, 북한이 오래전에 이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소장과 함께 방북했던 조엘 위트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우라늄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이는 정부가 소심해져서 이 문제를 제쳐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가 없어 초기단계의 정보가 정확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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