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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통령, 北에 제공한 원심분리기 수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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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통령, 北에 제공한 원심분리기 수 첫 확인

"99년부터 20여 기"…실제 핵 농축 여부는 '안개 속'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파키스탄 핵과학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과거 북한에 제공한 원심분리기 수와 제공 시기를 처음으로 밝혀 주목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발간한 자서전 <사선에서>에서 칸 박사가 1999년부터 북한에 20여 기의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칸 박사가 제공한 원심분리기의 정확한 수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과 다른 것으로, 칸 박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분리기는 고농축 우라늄(HEU)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핵심 기기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미사일 전문가로 위장한 북한의 핵 전문가들이 파키스탄의 칸 박사 연구실을 방문해 비밀 브리핑을 받았다"며 "칸은 북한에 거의 20기의 원심분리기를 넘겨주고 기술 지도도 해주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칸 박사가 넘겨준 원심분리기는 1세대인 'P-1'보다 우라늄을 더 많이, 더 빨리 농축할 수 있는 개량형 'P-2'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칸 박사가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2004년 그의 국제 핵 밀거래망이 적발되면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해 2월 한 연설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며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해 들었다던 HEU 프로그램에 대한 첫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지난해 <교도통신> 인터뷰는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20개로 핵 농축 불가' vs '자체 개발 가능'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원심분리법을 이용해 핵 농축을 하기 위해서는 수천 내지 수만 대의 원심분리기를 필요로 한다. 또 그 정도 수의 원심분리기가 있더라도 처리 속도가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북한이 단 20개의 원심분리기로 과연 얼마나 많은 양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미국이 2004년부터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서 '고'자를 뺀 '농축우라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핵 농축에 의한 핵무기 제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적은 수의 원심분리기라 하더라도 농축우라늄 생산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미국의 주장대로 원심분리기의 도안까지 넘어갔다면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켈리 차관보가 평양에서 들었다는 우라늄 핵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어 이 문제는 여전히 북미 양측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무샤라프 자서전에 따르면 미국은 켈리 차관보의 2002년 방북 이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운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원심분리기가 북한에 유입됐는지를 집중 추적하기 시작했다.
  
  당시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측이 파키스탄에 대해 품고 있던 대북한 핵거래 의혹을 강력히 부정했으나, 미국은 국내법을 들어 파키스탄에 대해 제제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개선된 상태였기 때문에 칸 박사 연구소에 대해서만 제재 조치를 취하며 파키스탄 당국이 칸 박사의 불법 핵이전 의혹을 조사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에 칸 박사를 비밀리에 조사했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2003년 9월 조지 테닛 전 미 중앙정보국장으로부터 칸 박사가 북한에 넘긴 P-1 원심 분리기의 설계도를 제공받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파키스탄 당국의 조사가 이어졌고, 그 결과 칸 박사는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20여 개의 P-1 및 P-2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특수한 기름들을 넘겨주고 1급 비밀인 원심분리기 공장 방문을 포함한 기술 지도까지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무샤라프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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