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고농축 우라늄(HEU) 기술을 제공했다는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지난해 '고백'에 대해 23일 파키스탄 대통령이 시인한 것이 휴회중인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심분리기 본체, 부품, 설계도 보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칸 박사가 "1990년대초부터 북한에 (HEU 제조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본체와 관련부품, 설계도를 보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파키스탄 대통령이 북한에 핵기술을 이전했다고 시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발언은 북한이 그간 일관되게 부인해 왔던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개발에도 관심을 보였다는 증거라서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HEU 문제는 지난 2002년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평향 방문 후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말하면서 제2차 북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북한은 그러나 이는 의사소통과정의 오해이고 '미국의 생트집'에 불과하다며, 플루토늄에 의한 핵무기 개발 시도는 인정해 왔지만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은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지난주 CNN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HEU를 통한 핵개발 프로그램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사일 제조 기술 주고 받은 적 없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칸 박사가 북한에 몇 개의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는지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령 북한이 핵폭탄을 제조했다고 해도 우라늄 농축기술 외에 무기 제조기술은 다른 곳에서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칸 박사가 북한에서 핵 기폭장치 3개를 목격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와 '파키스탄이 핵기술 제공대가로 북한에서 미사일 기술을 받았다'는 국제사회의 의혹은 강력히 부인했다.
***"이미 아는 내용"…6자회담 큰 영향 없을 듯**
미국은 지난달 열린 제4차 6자회담 초반에 HEU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회담 분위기를 냉각시킨 적이 있어 무샤라프 대통령의 이번 회견 내용이 내주 재개되는 2단계 회담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시 미국 대표단은 칸 박사의 진술을 토대로 북한이 HEU 농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북한 대표단에게 제시해 "북미 간의 논쟁이 있었다"고 지난 7월 29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견이 2단계 회담의 재개 자체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5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거에도 이미 확인된 것이고 회담 재개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HEU 문제가 여전히 쟁점이 되지만 이는 핵폐기 범위 문제에 이미 포함된 것이고 논의가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모든 핵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HEU도 포함된 것이고 북한도 이를 양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통상부도 마찬가지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 파키스탄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정보 제공이 있었으며 이는 미국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따라서 6자회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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