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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유지군 구상' 불구, 레바논 사태 해결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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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유지군 구상' 불구, 레바논 사태 해결 난망

BBC "미국은 더 큰 틀의 변화 원해"

13일째 계속되고 있는 레바논 사태에 대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민간인 학살' 수준으로 번지면서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시라아 "골란고원 반환 등 중동평화구상 틀 내에서만 중재"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파이잘 외무장관과 사우디 국가안보회의 의장인 반다르 빈 술탄 왕자와 함께 레바논 사태를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제평화유지군을 레바논 남부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의 무력 충돌을 중단시키는 방안으로 대두됐다.
  
  그러나 많은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되기 힘들고, 오히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시리아가 이스라엘이 수십 년간 장악하고 있는 골란 고원의 반환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중동평화구상 틀 내에서만 중재를 위해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과거 시리아의 일부로 시리아는 지난해에야 레바논에 주둔한 군대를 철수시켰으며, 헤즈볼라의 강력한 후원자다. 이 때문에 레바논 사태의 종식은 시리아가 나설 때에만 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당초 국제평화유지군 방안에 대해 "시리아가 나서면 될 일"이라고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아가 레바논 사태의 중재자로 나설 것을 희망하는 미국도 단순한 휴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4일 영국의 BBC는 '국제평화유지군' 구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야심 때문에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BBC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24일부터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을 순방한다지만 즉각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BBC "미국은 헤즈볼라 제거와 시리아·이란 약화 노려"
  
  BBC는 "이같은 (미국의) 야심은 헤즈볼라를 분쇄하도록 승인한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네오콘이 추구하는 중동정책의 화두는 '변화'"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위기를 통해 헤즈볼라를 궤멸시키고 나아가 시리아, 그리고 무엇보다 이란을 약화시키는 변화를 촉진하려는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라이스 국무장관은 시리아와 시리아와 동맹관계인 이란을 분리시키는 한편, 시리아로 하여금 헤즈볼라에게 압력을 가하도록 유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G8 정상회담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대화 중에 이같은 구상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BBC는 "그같은 야심은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마을을 모두 점령한다고 해도 1982년 베이루트 침공 때는 차지하고, 1978년 리타니 강까지 진격한 이후의 경험이 이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8년간 레바논에 주둔했으나, 반군을 패퇴시킬 수는 있었어도 점령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사태 해결의 어려움만 갈수록 명확해지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
  
  BBC는 "미국은 사태 해결을 위해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라는 현실감각은 있다"면서 "새로운 국제평화유지군을 레바논 남부에 배치하는 방안에 일단 지지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휴전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헤즈볼라도 이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BBC는 "유럽의 압력에 대해 솔직히 이스라엘은 큰 관심이 없으며, 중대한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 전투를 끝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이미 라이스 장관이 중동을 또다시 여러 차례 방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 중동 방문의 목적에 대해 "협정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변화를 꾀하려는 야심은 여전하다. 무장세력으로서의 헤즈볼라를 해체함으로써 지난 2004년 채택된 유엔결의안 1559호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가 장악했던 레바논 남부까지 이스라엘과 마주한 국경까지 정부군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 역시 이미 평화협정을 맺은 이집트와 요르단에 이어 헤즈볼라가 제거된 레바논과도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시리아와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길 원한다.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의 영향력은 이미 약화됐지만, 현재 핵개발 프로그램으로도 논란을 빚고 있는 이란은 미국에게 '살에 박힌 가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더 이상 헤즈볼라의 후원자 역할을 못하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의 역할 능력도 훨씬 감소하게 된다.
  
  BBC는 "미 행정부의 눈에 이같은 목표는 추구할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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