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해 수로 측량 시도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이틀간의 마라톤 협의 끝에 잠정 해소됐다.
일본은 당초 6월 30일까지로 예정됐던 동해 해양과학조사를 중지하고, 한국은 국제수로기구(IHO)에 독도 부근 수역의 한국식 지명 상정을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또 이번 사태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한일간에 경계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빠르면 5월 중 이와 관련한 양국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협의의 우리측 대표였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22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양일간 야치 일본 외무성 차관과 이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법적ㆍ정치적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교환을 거쳤다"며 이같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동해 출항을 위해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항 안에 대기중이던 측량선 2척은 조만간 도쿄항으로 귀항할 예정이다.
비상체제에 돌입했던 우리 해경도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갔다. 부산 등에서 지원 나왔던 한강5호 등 20여 척의 함정은 원대복귀를 시작했고, 동해 해경은 5000t급 경비함 삼봉호를 중심으로 한 3척의 경비함으로 평상시 업무 상태로 환원했다.
***본질은 '독도 영유권'**
그러나 일본은 양국이 합의한 시한인 6월말 이후부터는 수로 측량을 언제건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고, 우리 측도 오는 6월 말의 IHO 회의에서만 지명 상정을 하지 않을 뿐 그 후로는 언제라도 상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긴장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5월부터 시작하기로 한 EEZ 획정 국장급 협의는 양국 모두 독도를 EEZ의 기점으로 삼으려 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독도영유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어 '끝이 없는 협상'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측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께까지 마라톤 협의를 벌였으나 우리 측의 '선(先) 측량 철회' 주장과 일본의 '선(先) 등재 추진 철회' 주장이 팽팽히 맞서 이견조정에 실패했으며 두 차례의 추가 협의를 끝에 가까스로 합의점에 도달했다.
정부는 합의대로 일본 정부의 도발이 없을 경우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릴 IHO에서 지명 등재를 추진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7월로 예정된 한국국립해양조사원의 독도 주변 해류관측 조사를 문제 삼기도 했던 일본은 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식 지명 등재를 포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다가 등재 연기 수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날 오후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확인까지 했으나 일본측이 두 차례나 추가협의를 요청하면서 막판 반전이 이뤄졌다.
〈교도통신〉 이날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피하자는 데 양측이 인식을 같이한 것을 합의의 배경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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