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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이라크 '재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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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이라크 '재건지원'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5] 경제수탈·부패·무장갈등의 점령통치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 7월 7일 이라크 개발기금(DFI)과 미국 의회가 2004년 재건비용으로 승인한 184억 달러 중 많은 부분이 알 수 없는 곳에 사용됐다고 국제자문감독이사회(IAMB)의 보고서와 연합임시행정처(CPA) 자체감사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이 이라크 개발기금의 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03년 10월 출범시킨 IAMB는 이에 앞선 지난해 12월에도 사실상의 미군정청인 CPA의 기금운용 실태에 관한 보고서에서 ▲부적절한 회계처리 관행 ▲재정관리 허술 ▲수의계약 남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사진 1: 불타는 유전>

***유령처럼 떠도는 그 이름, 핼리버튼**

IAMB는 또 CPA가 미국의 군납업체인 핼리버튼 계열사에 수의계약을 통해 기금을 집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이라크 전쟁 시작 전부터 전쟁을 부추기는 핵심 세력중 하나로 지목돼 온 핼리버튼이 또다시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무대의 2막은 재건사업 비리였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한때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했고, 부통령직 수행 중에도 일정한 급여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진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후 복구와 관련된 대형 사업들을 대부분 수주해 100억 달러 이상을 벌어 들였으나 그 후에도 공사금액 과다책정 등 비리 의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켈로그 브라운 앤 루츠(KBR)도 이라크 파병 미군들을 위한 군수지원 계약으로 83억 달러를 수주했고 이와 별도로 지난해 이라크 석유시설 재건 사업에서 25억 달러를 수의계약으로 얻어냈다.

핼리버튼은 실제 군 병사들에게 제공도 하지 않는 식사에 대해 1억6000만 달러를 수령하고 연료 배달에 6100만 달러를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비리를 저질러 조사 받고 있다. 핼리버튼의 간부들은 정부로부터 수임한 사업을 다시 재하청 주면서 다른 민간 기업들로부터 6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는 이유로 8만5000달러 짜리 트럭을 버리는 것과 같은 낭비를 끝없이 해 왔다고 알려졌다.

***국제투명성기구 "이라크, 세계 최대 부패지역 전락 우려"**

이라크에 자유와 번영을 주겠다며 점령을 계속하고 있는 CPA의 '재건지원' 사업은 이처럼 각종 부정부패와 협잡으로 '복마전'이 되어 왔다.

핼리버튼뿐만이 아니다. 2004년 유출된 국방부 메모에 따르면 이라크 재건 기금의 140억 달러는 월 스트리트 투자 자금으로 전용되기도 했다. CPA의 최고 행정관인 폴 브레머는 지난 3월 앞선 14개월 동안 88억 달러가 어떻게 쓰여 졌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2005년 6월에 열린 미 하원 소위원회에서 이라크 재건 특별조사관 스튜어트 보웬은 또 "수십억의 이라크 자금의 사용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알리 알라위 전 이라크 무역부장관은 올 초 "CPA 관료들과 무역부 관료들이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기금중 4000만 달러 이상을 착복했다"며 "재건기금 중 4억5800만 달러의 돈이 '민주주의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총선을 치르는 데 사용됐고 이 비용은 교통 시설과 통신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된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자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 3월 '2005 세계부패백서'에서 "전후 이라크의 복구과정에는 부패에 대한 안전장치가 결여돼 있다"며 "시급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라크는 세계 최대의 부패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국영기업 사유화 등 '떨이장사'로 경제 식민지화**

단기적인 부정부패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재건'이 이라크인들의 기본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힘쓰기는커녕 이라크를 미국과 다국적기업의 활동에 유리한 경제적 수탈지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산업청은 지난 5월 이라크의 사회간접자본의 민영화와 국영기업의 사유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더 많은 이라크 국영기업을 사유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라크는 현재 CPA가 제정한 97개 시행령을 기본으로 각종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150개 이상의 국영기업을 사유화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이라크 사회간접자본을 아무런 제약 없이 취득할 수 있게 하며, 인수·투자금과 이익금 모두를 세금 없이 100% 환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진 2: 저항세력 공격 >

그러나 '떨이장사'를 방불케 하는 국영기업 팔아치우기와 석유시설 '접수'는 미국이 조성한 정치적 불안정, 즉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스스로 발목을 잡혀 왔다.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인한 '재건'의 어려움은 석유 생산량 감소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셈 지하드 이라크 석유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이라크가 2003년 석유 수출을 재개한 이래 석유 관련 시설에 대한 파괴와 이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인해 113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만든 이라크 경제 전망 보고서를 인용,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라크의 올해 국내총생산이 17%에서 4%로 급감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목숨 걸고 투표해도 중요한 결정은 밀실에서"**

경제 '재건'이 부정부패와 경제 식민지화로 얼룩졌다면 정치적 재건은 점입가경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무리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이전'은 이라크의 정치․종교․종족 갈등을 더욱 골 깊게 하고 있고, 쿠르드족 독립 문제에 이르러서 문제는 이라크 국경을 넘어 중동 전체에 파급력을 지니는 시한폭탄이 되어 가고 있다.

갈등이 노골화했던 무대는 올 초 실시된 제헌의회 선거와 최근 가까스로 통과된 헌법안 국민투표.

이라크 제헌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지난 1월 3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선거가 "완전한 성공"이라며 "전 세계는 지금 중동의 한 복판에서 울려퍼지는 자유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흥분했다. 저항세력들의 치열한 공격과 미영 연합군의 팔루자·라마디 봉쇄작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는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시아파 연합인 UIA와 쿠르드 정당연합(KAL)이 승리했다.

그러나 수니파 인구 다수가 투표에 불참하고 이로 인해 인구에 걸맞은 대표를 선출하지 못해 그 뒤 내각 구성, 헌법 초안 작성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수니파 배제' 문제가 거론됐다. 이는 보다 심각한 정치갈등과 정파간·종족간 불신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 1월 30일 총선 이후 두 달 동안 공전을 거듭했던 제헌의회는 3월 16일에야 가까스로 첫 회의를 개최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삐걱댔던 제헌의회는 그후 정파적 논쟁에 휩싸여 민생, 치안, 복지 문제 등에서 전혀 긍정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과 인터뷰한 한 이라크인은 "(저항세력의 방해 때문에) 목숨을 걸고 투표했는데 중요한 것들이 우리에게 얘기되지도 않은 채 결정되고 있다"는 말로 이라크인들의 상실감을 대변했다.

<사진 3: 쿠르드 민병대>

***갈등의 핵 '쿠르드' 지역에 주둔한 자이툰**

지난달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실시됐던 헌법안 투표 역시 분열의 씨앗을 뿌렸다. '민주적인 연방제와 의회 공화제라는 통치 체제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제1조는 시아-수니-쿠르드가 통치하는 3개 지방정부의 형성을 상정하는 것으로 쿠르드족의 독립과 관련해 아랍권 전체의 정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수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라크의 팔레스타인'으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자치정부 수립을 위해 이라크 전쟁 기간 철저히 미국에게 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수니-시아파는 물론 터키, 이란, 시리아 등에서 쿠르드 족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 정치적 지분을 최대화하기 위해 총선 이후 아르빌, 키르쿠크, 술레마니아 등지에서 자치와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이들 국가들을 자극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급기야 지난달 "이라크 국민투표가 국가통합에 미흡하다"며 "헌법안 투표가 이라크의 국가통합으로 갈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간 분열을 확대시킬지 두고 봐야 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상당수 이라크인들은 한국군이 쿠르드 지역인 아르빌에 주둔한 것을 두고 이라크 재건이 아니라 쿠르드 지원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만약 쿠르드 지역을 두고 민족간 갈등이 본격화할 경우 자이툰 부대는 아랍이 아니라 쿠르드 족을 지원할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보고서 작성의 실무를 담당한 '이라크모니터팀'은 파병반대 운동에 참여해 온 평화활동가들로 이라크 점령 상황 및 자이툰 부대 모니터를 위해 2005년 1월 이라크 모니터 팀을 구성, 2월 2일부터 주례 이라크 모니터 보고서 발간해 왔다. 대항지구화행동 이지은, 사회진보연대 정영섭,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지영, 참여연대 강이현ㆍ이태호, 통일연대 윤지혜, 평화네트워크 최민ㆍ이주영 씨 등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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