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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비극과 G7의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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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비극과 G7의 자비?

이강국의 '격동, 세계경제' <7>

수요일부터 스코틀랜드의 휴양지 글렌이글스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G7 선진국들과 러시아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다. 아름다운 시내 거리는 경찰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여 텅 비고 또 수십만의 시위대들은 언제나처럼 회담장 주변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이는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 G8 회담은 좀은 신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최국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가 제안한 의제가 시위대의 주장과 상당히 유사한 것이다. 올해 회담의 의제는 바로 아프리카의 빈곤 해결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선진국들의 공동의 노력이다. 블레어의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찬성해서 잃은 민심을 회복해 보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바야흐로 너무나 심각한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세계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아프리카의 빈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는 빈곤의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지 이미 오래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의 인구가 1981년 약 1억 6천만 명에서 현재는 3억을 넘을 정도로 늘어났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이러한 극빈층이다. 아프리카는 1년 평균 소득이 약 450 달러에 지나지 않으며 에이즈와 같은 끔찍한 질병 그리고 기아 문제도 심각한 지경이다.

빈곤문제는 특히 8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되어 세계화가 이 지역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판적인 이들은 국제기구들이 요구했던 무역자유화, 평가절하, 공공지출의 축소 등 이른바 구조조정 정책이 아프리카의 비극을 더욱 심화시켰다고도 주장한다. 예를 들어, 소말리아의 경우 1981년 IMF의 구조조정과 함께 평가절하와 정부의 보조축소로 인해 농업과 목축업이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식량원조의 증가와 함께 수출을 위한 곡물생산이 장려되었지만 국내의 농업기반이 와해되고 가뭄과 함께 기아와 빈곤이 끔찍하게 악화되고 말았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구조조정이 아프리카를 값싼 1차산품의 공급기지로 만들고 인플레만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높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1차산품 제품은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평가절하가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선진국 공산품에 대한 1차산품의 교역조건은 계속 악화되어 왔다. 개방이 만병통치약처럼 주장되었지만 정작 70년대와 8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의 무역개방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높았다는 사실은 쉽게 무시되었다.

게다가 공공부문의 지출의 억제는 고용을 악화시키고 특히 생존의 기초가 되는 의료지출까지 크게 감소시켜 에이즈와 같은 질병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짐바브웨와 같은 나라에서는 구조조정과 함께 의료지출이 1/3로 줄어들었고 유아사망률은 더욱 높아졌는데 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1960년에서 1980년까지 약 2% 성장했던 아프리카의 1인당 GDP는 세계화 시대인 1980년에서 2000년까지는 오히려 0.8% 감소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UN 아프리카 위원회는 구조조정 국가들의 성장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세계은행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 출신의 지성 사미르 아민은 이러한 조치들은 서구 자본의 이해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분노에 차서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빈곤의 책임을 세계화와 구조조정에만 돌릴 수는 없다. 이디 아민 등 독재자로 대표되는 심각한 국내적 부패나 내전과 같은 사회 갈등 그리고 대외적인 쇼크 등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내부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그저 개방이나 자유화만 도입하는 정책의 위험이 아프리카의 비극을 낳았던 것이다.

***외채와 빈곤, 아프리카의 비극**

현재 아프리카 경제를 옥죄는 가장 큰 족쇄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외채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수출 수입이나 보건의료 지출의 몇 배를 매년 외채를 갚는 데 쓰고 있지만 외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엄청난 이자지불로 인해 원래 진 부채의 원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지불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아프리카의 외채부담은 구조조정을 겪은 80년대 이후 더 늘어났는데, 특히 구조조정의 우등생으로 불리는 국가들의 경우가 더 심각했다. 1980년에서 2000년까지 가나는 약 4배 그리고 우간다는 10배가 넘게 늘어났던 것이다.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를 돕자는 움직임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50년이면 충분하다'와 같은 NGO들은 외채의 전면적 탕감과 빈곤의 해결을 주장해 왔고 이는 또한 최근의 반세계화운동의 단골메뉴이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도 아프리카의 빈곤이 가장 중요한 의제였고, 오래 전 "We are the world"를 외쳤던 밥 겔도프는 Live8이라는 아프리카 돕기 콘서트를 마치고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제 달라이 라마도 교황도 이러한 노력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요즘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빈곤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가정의 이야기들이 신문에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슬프고도 큰 눈망울을 기억하신다면 우리도 뭔가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심각해져가는 우리 내부의 빈곤도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이런 움직임을 무시할 수는 없는지 이미 선진국 재무장관들도 지난달 아프리카가 대부분인 최빈국 18개 나라가 IMF와 세계은행 등에 진 부채 400억 달러를 완전히 탕감해 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리고 블레어는 이번 G8 회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2010년까지 두 배로 늘이는 것과 함께 2015년까지 750억 달러를 더 증액하자는 제안을 내어 놓았다. 물론 부채탕감에 대해 미국은 썩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고 부시는 블레어의 제안에 대해서 미국의 행정부가 약속할 수 없다며 시큰둥했지만.

***자비로와진 선진국?**

자, 그렇다면 선진국 정부들도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을 목도하고 꽤나 자비로와진 것일까. 안타깝게도 별반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G8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 UNDP는 지난 15년 동안 선진국들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빈국에 대한 원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보고를 발표했다. UN은 2015년까지 그들의 국민소득의 0.7%를 빈국을 위해 원조하라고 촉구했고 선진국들도 그 노력을 약속했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턱도 없다는 것이다.

UNDP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04년 기간 동안 선진국의 1인당 소득은 약 7800 달러나 늘어났지만 1인당 원조액은 실망스럽게도 7 달러가 줄어들었고, 최빈국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도 겨우 1인당 3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원조액이 증가한 선진국은 미국과 영국 뿐이었는데, 원래 미국은 원조액이 너무 작아서 계획대로 늘어나더라도 2010년 국민소득의 0.18%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다. UNDP는 유럽 선진국들은 2015년까지 원조 증액 계획이 달성 가능하겠지만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한참 모자라다고 비판한다.

물론 재정적자 등 선진국 정부의 내부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 기간 동안 군사지출이 미국의 주도로 1인당 약 980 달러나 증가한 것을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UNDP는 오히려 세계의 빈곤층을 도와서 전세계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의 위협도 줄일 수 있다고 일갈한다. 총을 녹여 쟁기를 만들고 포탄 대신 빵을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일까.

빈곤퇴치를 위한 시위에도 참여했던 노동당 출신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솔직한 발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과학기술이나 의료의 측면에서 볼 때는 빈곤을 해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단지 정치적 의지가 모자라서이다."

***자비와 원조를 넘어서**

서구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며 수탈해간 그 엄청난 부와 자원 그리고 인력을 생각하면 아프리카를 돕는 노력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탕감될 빚은 2900억 달러가 넘는 아프리카 전체 외채의 13% 수준에 불과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도 의심스럽다. 이 액수는 이자 등을 포함한 2년간 외채 상환액에도 못 미치는 금액인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고통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외채 탕감을 넘어서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지원방안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이를테면 부정부패의 해결과 함께 교육과 질병 퇴치 그리고 분배의 개선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나아가 여러 학자들은 선진국 스스로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농업보조금을 축소하고 아프리카의 수출품에 대한 시장접근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 역설한다. 개도국들에게는 언제나 무역을 개방하라고 제언되지만, 정작 이들의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 분야에서는 선진국이 오히려 자유무역을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결국 시장주도적인 구조조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제는 런던 지하철과 버스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여 회담장의 분위기는 더욱 술렁거리고 있다. 테러로 희생된 무고한 런던 시민들, 특히 지난 인도양 쓰나미 사태 때에도 놀라운 모금을 보여주었던 영국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뿐이다. 그러나 역시 빈곤을 해결하고 세계를 더욱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힘쓰는 일이 세계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대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 지금 세계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에서는 살 수 없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세계가 되는 아름다운 행동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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