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9일 저녁 의원총회가 무산되고 지도부가 11일 경선 일정을 강행하기로 선언한 직후, 강재섭(5선. 대구 서), 맹형규(3선. 서울 송파갑), 권철현(3선. 부산 사상) 의원이 줄줄이 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반대파 결집도 와해, 지역대결 구도**
이번 경선의 승패는 행정도시법을 중심으로 친박-반박 그룹의 세 결집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파를 이끌어온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이 경선 불참여 의사를 밝혀 반박 그룹의 결집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TK(대구경북권)의 강재섭, PK(부산경남권)의 권철현, 수도권의 맹형규로 구분되는 지역대결 양상이 오히려 주목되는 변수로 꼽히고 있다. 또한 세 주자들에게 이번 경선은 당락의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행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활을 건 승부전이 예상된다.
강 의원의 경우 원내대표를 발판으로 내심 차기 대권후보군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고 맹, 권 의원도 각각 차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 판세는 TK의원들의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강 의원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박근혜 대표와 TK의 지역기반이 겹치는 점이 강 의원에게는 부담이다.
맹 의원은 수도권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잠재적 대권 후보인 강 의원에 견제심리를 느낄법한 박근혜 대표의 물밑지원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권 의원은 독자적 지지세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행정도시법 반대파와 일부 소장파의 표심이 쏠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재섭-맹형규-권철현 '3인3색'**
내분 수습의 적임자를 자임하며 '구원투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최다선의 강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대로 싸움하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 여당의 뒷다리를 거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야당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여당에 끌려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끝까지 투쟁해 항복을 받아내겠다"고 원내전략으로 '강온의 조화'를 강조했다.
행정도시 특별법에 반대하는 의원 모임인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에 소속돼 있는 권철현 의원은 반대파 그룹의 일부 의원들의 불참을 의식한 듯, "나를 '반박근혜'로 구별하지 말아 달라. 나를 원내대표에서 떨어트릴 계획을 (언론이) 짠 것이냐"는 원성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권 의원은 "나는 정의와 공의에 따라 행동한다. 대표와 생각이 다를 때도 있고, 같을 때도 있다"며 "친박과 반박을 구분하는 것은 천박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당내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타개하겠다"며 3대입법의 전향적 처리 등, 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개혁성'을 강조했다.
유일한 수도권 출신인 맹형규 의원은 "당내 분란은 수도권 민심의 불안감과 박탈감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따라서 당 내분 수습은 수도권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통해 민심을 수습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수도권 출신임을 강조했다.
맹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지지를 받는다'는 이른바 '박심(朴心)' 논란에 대해 "최근에 박 대표와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박 대표도 대단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하면서도 "아마 그 얘기는 내가 가장 박 대표와 잘 어울린다고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여러분들이 판단해 달라"고 지도부와의 조화를 은근히 강조했다.
***당 내분 수습, 3대입법 처리 방침도 쟁점**
원내대표 경선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내분 사태 수습 방안과 4월 국회에서 다뤄질 3대입법 처리 방침에 대해선 후보들간 입장차가 드러난다.
내분 사태 수습방안에서 강 의원은 "국회내에 '행정도시특별법 후속대책특위'를 구성해 수투위 의원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맹 의원은 "수도권 발전 및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면 반대파인 권철현 의원은 반대 입장을 유지하며 위헌소송 제기 움직임 등 여론의 향배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당내 의견 수렴"을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3대입법에 대해선 강 의원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권 의원은 "4월에 매듭짓겠다"고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맹 의원은 "개별 법안에 따라 분리 대응한다"는 중간적 입장이다.
강 의원은 "3대입법은 4월의 이슈가 안될 것"이라며 "이슈로 만드는 측은 국민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이슈로 4월을 끌어갈 것"이라며 "우선 3대입법에 대한 우리의 당론부터 정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 의원은 "과거사법은 이미 여야간 거의 합의가 됐다. 사립학교법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가혹하게 할 필요가 있고, 개방형 이사제도에 대해서도 한명 정도 넣는 것도 논의해 볼 것"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후보자들 중에 가장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맹 의원은 "국보법은 법명을 포함한 개정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과거사법은 여야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논의하되 서두를 필요는 없고, 사립학교법은 투명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당론을 모아가겠다"고 법안별 분리대응 방침을 밝혔다.
11일 오전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은 첫번째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1, 2위간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결선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3위를 지지했던 표의 향배에 따라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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