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2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게 됐다. 그러나 여야간 위헌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인 '12부4처2청'의 공주ㆍ연기 지역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특별법은 진통끝에 2일 본회의 직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호주제 폐지, 찬성 11, 반대 3, 기권 1로 법사위 통과**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가 28일, 국회 법사위를 찬성 11, 반대 3, 기권 1명으로 통과하면서 최종 폐지의 마지막 관문인 2일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게 됐다. 한나라당 장윤석, 주호영, 김성조 의원이 반대를,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기권했다.
여성 의원들을 비롯, 한나라당에서도 상당수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고 호주제가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민법개정안의 이날 법사위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한나라당 일부 법사위원들의 반대로 이날 밤 늦게 서야 표결 처리됐다. 최연희 위원장은 표결 없이 '합의 처리'할 것을 주문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을 요청했다.
법사위에서 표결로 호주제 폐지안이 처리되는 순간, 유일한 여성 법사위원인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고, 방청석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여성 의원들과 여성계 인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통과를 자축했다.
***'부모 협의'시 어머니 성과 본 따를 수 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현행 민법의 부계혈통 강제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 부계를 따르도록 하되, 부모가 협의하면 어머니의 성과 본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재혼한 부인도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계부의 성을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다.
가족의 개념에 대해서도 새로 규정했다. 민법상 '호주와 가(家)의 구성원'으로 규정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변경됐다.
또한, 15세 미만의 양자를 입양할 경우 호적에 양부모의 친생자로 기재해 법률상 친자녀와 똑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친양자 제도'도 도입했다.
동성동본 금혼제도도 사실상 폐지됐다. 개정안은 이를 근친혼 금지제도로 전환해 현행 민법상 무효혼의 범위인 8촌 이내의 혈족, 6촌 이내의 인척, 4촌 이내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 등을 일반적인 금혼의 범위로 규정하고, 그 중 8촌 이내의 혈족 및 직계인척간의 혼인을 무효혼이 되도록 했다.
개정안은 2일 본회의에서 통과가 확실시 된다. 그러나 2일 통과되더라도 새로운 신분등록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 개정안은 2008년 1월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행정도시 특별법은 2일 처리키로**
반면 오전부터 위헌 여부로 논란을 벌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처리가 유보됐다.
이날 마지막 안건으로 미뤄진 특별법에 대해 여야가 여전한 입장차를 보이자 최연희 위원장은 "2일 본회의 직전에 찬반 양쪽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해 결국 처리가 미뤄졌다.
열린우리당은 법안의 표결처리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최 위원장이 "만일 2일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이 사회를 볼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에게 사회권을 넘기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행정도시법은 2일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가 확실시 되고, 같은 날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사위에서 행정도시 특별법이 논의되는 밤늦은 시각,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행정수도 합의안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이 법사위 회의실로 몰려오기도 했다. 이들은 법사위 처리가 일단 유보되자 "회의에 만족한다"고 말하고 추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과거 회계분식 2년유예키로, 통합도산법도 통과**
기업이 과거의 분식회계를 반영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허위공시를 한 경우, 2년간 집단소송법의 적용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민주노동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소위에서 합의한 만큼 법사위는 큰 진통없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분식회계 등의 결과로 법 시행 이전 재무제표에 계상된 금액 등을 유예기간 중 가감 없이 공시하는 행위, 과거분식으로 과대계상 된 금액을 감액하거나 과소계상 된 금액을 증액 하거나 누락된 사항을 수정하는 행위 등은 과거 분식의 정당한 해소로 인정해, 법 적용이 유예된다.
한국투자공사를 설립, 한국은행이 관리중인 외환보유액 가운데 2백억달러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투자공사(KIC) 설립에 관한 법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재경위의 수정을 거친 법안은 위탁자산을 해외에서 외화표시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하게 국내에 투자하더라도 국ㆍ공채 매입이나 금융기관 예치 등에 안정적ㆍ중립적으로 운용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는 사실상 금지된다.
기존의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개인채무자 회생법을 하나로 묶어 법체계를 일원화한 통합도산법도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통합도산법은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급여소득자 등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채무자에 대해 파산절차를 통하지 않고도 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해 파산선고로 인한 사회적ㆍ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재건축 임대아파트 공급을 의무화하는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등도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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