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돼온 홍준표 의원마저 최 대표 지지를 철회했다. 4선 이상 지도위원들 모임에서도 최병렬 대표의 용퇴 촉구를 시사했다. 완전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린 것이다.
***홍준표, "대표에게 인간적인 도리 다했다"**
홍준표 의원은 20일 밤 "인간적인 도리를 다했고 (당직) 사표도 냈으니 이제 정말 평의원이다"며 "내일부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최병렬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는 "나는 원래 최 대표 사람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최 대표가 가장 아낀 사람은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이었다. (최 대표가 세 사람에게) 대통령감이라고까지 칭찬했는데 등에다 칼을 꽂았다"고 소장파들을 여전히 비난했다.
홍준표 의원의 이러한 낌새는 20일 오후부터 감지됐다.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소장파들의 대표 퇴진요구에 대해 "(민주당 분당을 주도했던) '정동영'식 쿠데타"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대표가 퇴진하게 되면 당권투쟁으로 당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대표퇴진론에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전날 강원도로 떠난 최 대표와 핫라인을 가동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공천심사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난 홍 의원은 "소장파들의 충정은 이해한다"고 오전에 비해 비난의 수위를 낮췄고 "나를 최측근이라고 쓰지 말아 달라"고 최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때까지만 해도 홍 의원은 "나라도 대표에게 인간적인 도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혀 최 대표에 대한 지지는 여전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이날 밤 최 대표 지지의사를 사실상 철회하게 된 것은 최 대표의 퇴진 거부의사가 자신의 입으로 전달되면서 오히려 퇴진 요구가 거세진 점과, 이날 강재섭 의원 등 대구경북(TK) 세력이 '박근혜 대표론'을 내세우면서 최 대표 퇴진이 사실상 당론으로 굳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4선 이상 지도위원도 퇴진 압박**
4선 이상 당내 원로들로 구성된 당지도위원회(위원장 김용환)도 21일 종전의 관망적 입장에서 최 대표 퇴진으로 입장을 최종정리했다. 이처럼 그동안 당 내분사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던 당 지도위원회마저 최 대표 퇴진을 압박하고 나섬으로써 최 대표가 기댈 언덕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김용환, 김덕룡, 박희태, 유흥수, 이상득, 의원과 이세기, 유준상, 김중위 전 의원 등은 21일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최단시일내에 사태를 수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최 대표가 구당적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김용환 위원장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힘을 실어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때 가봐서 얘기할 문제"라고 답해 사실상 '용퇴 촉구'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최 대표에게 결정하라는 것은 이번 사태가 초법적으로 당헌의 절차를 무시하는 조치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전대에서 선출된 대표를 마치 몰아내는 듯한 모습으로 가면 당이나 본인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말해, '명예 퇴진' 방식의 최 대표 퇴진을 선호함을 드러냈다.
***당내 퇴진요구 수용할 수밖에 없을 듯**
최 대표의 또다른 측근인 임태희 비서실장도 20일 최 대표를 만나 당내 분위기를 상세히 전달하며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을 다했다"고 밝혀, 그가 사실상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임 실장은 "지금보다 위중한 상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표의 거취와도 직결되는 문제고, 우리 당이 어떻게든 선거를 잘 치러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표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떤 결단을 내리는 게 좋겠다는 비서실장으로서 상황 파악을 전했다"고 사실상 용퇴를 촉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사실상 최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이후의 시나리오, 즉 '포스트 최(崔)'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박근혜 의원의 경우 TK모임의 강재섭 의원이나 강창희 의원 등이 이미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했고 본인도 수락 의사를 내비친 상태이고, 소장파 의원 중심의 '구당모임'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클린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한 초선의 오세훈 의원을 차기 주자로 내세우려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최'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중구난방 상태여서, 최대표가 사퇴하더라도 한나라당은 상당한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 대표는 20일 상경하려던 일정을 변경해 하루 더 숙고에 들어갔다. 20일까지만 하더라도 퇴진불가 입장을 시사한 최 대표의 심경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22일로 예정된 최 대표의 결단은 결국 퇴진요구 수용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 이후의 한나라당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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