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헌재 신임 경제부총리가 분양원가 공개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헌재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정부는 지난 2월 12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중 공동주택용지의 공급가격 공개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택지 및 주택공급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분양원가공개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던 민주당 이희규 의원은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공공택지와 관련된 총액 및 공급 면적 대금납부 조건 등은 지금도 공개되고 있다"며 "단지 바뀐 점은 평당 가격을 추가시킨 것과 주택공사 등 관련 홈페이지에 공시를 의무화 했다는 것 뿐"이라고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추후 '여론수렴 후'라는 단서를 단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 "시행여부조차 불투명하다"며 "'눈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 아니냐"고 이 부총리를 몰아 붙였다.
이 부총리는 이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원가를 바탕으로 해서 거래가격이 인위적으로 정해진다면 또다시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잘못하면 그 자체가 투기세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전임 김진표 경제팀과 마찬가지로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어 "그래서 공개하느냐 공개하지 않느냐의 여부는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다만 회계의 투명성을 철저히 하고 세무회계관리를 철저하게 함으로써 투기이익이나 내지는 부당이익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가격편차가 생긴다"며 "인위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하려고 한다면 더군다나 투기세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불가 방침을 밝혔다.
야인시절 세금인상을 골자로 하는 김진표 경제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던 이 부총리는 "투기를 잡는 데는 성공적이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부총리는 "투기를 잡는 과정에서 약간 무리한 정책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여기서 만약 정책을 바꾸거나 하면 혼란은 더 가중된다"고 밝혀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부동산 세제 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세금 위주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재덕 건교부차관은 이와 관련, "공공기관인 주택공사의 원가공개 문제와 주택업체가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과도한 이윤을 남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소비자보호단체까지 포함해 15명의 검토위원회를 구성, 3개월 정도 토론을 거쳐 안을 만들 것"이라고 향후 로드맵을 밝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5% 성장도 힘들어"**
이 부총리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이대로 간다면 5%의 성장은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 견해를 밝혔다. 이는 야인시절 그가 올해 성장률을 6%로 낙관했던 것과 대조되는 것으로, 부총리 취임후 상황을 점검해본 결과 실제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판단에 도달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부총리는 '금년도 경제성장 목표 5%에서 얼마나 더 성장목표를 잡을 수 있는지'를 묻는 열린우리당 송석찬 의원의 질의에 대해 "현재 경기 상황이 매우 어렵고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끌고 가면 5%의 성장도 어렵지 않은가라는 판단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대로 가면 일자리가 30~35만개 정도로 예년 기준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 되기 때문에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헌재의 경제대책은 '규제완화'**
이 부총리가 5% 경제 성장의 대책으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규제완화'였다. 이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가 여려움을 겪게 된 주 원인으로 내수부족을 지적했고, 이를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면서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유발, 내수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 부총리는 기업환경의 만족도 점수를 매겨보라는 민주당 이희규 의원의 질의에 "7점 정도"라며 "여전히 규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더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 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 예로 "부동산 관계 규제를 담고 있는 법만 1백11개"라며 "그래서 기업 활동이나 공장설립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공장설립ㆍ입지 규제완화 등 10대 규제개혁 과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규제완화의 전제조건으로 투명성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투명성 강화 부분에 대해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한쪽으로는 책임과 투명성을 높여가면서 또 한쪽으로는 규제를 같이 풀어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재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한도 철폐에 대해서도 "투명성의 증대와 아울러 풀어지리라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LG카드 문제 등 카드사 문제에 대해서도 이 부총리는 정부의 개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카드 발급 자격 강화 등의 문제는 시장에 맡겨 기업이 각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LG카드 문제는 유동성 위기와 신용불량자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두 가지 문제가 혼재된 채로 시장에 나타나 불안이 더 확대된 감이 있다"며 "이 둘을 분리, 유동성 문제는 철저히 차단하고 수익성 문제는 연체 회수를 적극화하면서 업무 영역을 확대시켜서 해결해 나가는 이원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서 여신전문업체 등이 다 빠져 있어 정부가 적기에 개입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의 법적 보완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카드발급자 부실문제와 관련해 발급 자격기준의 강화 부분에 대해서는 "카드사나 금융기관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격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경우 점점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가 심해진다"며 "기업이 자기 책임 하에 손실을 볼 것은 보고 책임지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스크린쿼터제와 한미투자협정(BIT) 체결 지연과 관련, "이해 당사자인 영화업계에 대한 설득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문광부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대국적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BIT의 조속한 체결 추진 쪽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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