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3일째를 맞은 불법자금 청문회가 증인들이 대거 출석하지 않고, 입증 자료 없이 의혹만 난무하는 등 국민적 관심도 성과도 없어 낭비 청문회라는 비난 여론이 높은 가운데, 정치권은 이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나라, "민주당 지원하는 입장이었을 뿐"**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증거가 부족해 청문회 효과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청문회는 민주당에서 추진했고 우리는 민주당을 지원하기만 했을 뿐이라는 책임전가다.
최병렬 대표는 12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청문회는 사실상 민주당이 좋은 재료를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재료가 실제로 있는 것으로 믿고 뒷받침을 해줬던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는 이번 청문회에서 특별히 재료를 갖고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검찰에 가서 편파수사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지탄하는 이외에 특별한 준비 없이 이번 청문회에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제 오늘 하루 남았지만 나는 오늘 하루 어떤 모습으로 잘 마무리될지 두고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상임운영위원인 유한열 의원도 "난 처음에 청문회할 때도 지금 청문회가 이 시기에 적절한지 의문이 있었다"면서 "청문회를 보니깐 민주당에서 별 자료가 없었다"고 최 대표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오전 청문회가 취소됐다가 방송 일정 때문에 다시 재개되는 촌극도 말이 안된다"면서 "청문회에 동조한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 "청와대에서 증인 출석 막아"**
청문회를 주도했던 민주당은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쏠리자,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도 있지 않냐"고 강변하면서도 반쪽짜리 청문회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 돌렸다.
김영환 대변인은 "시간과 자료에 제약이 많아 목적했던 것만큼 효과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청문회가 없었더라면 묻힐 수밖에 없었던 사실들이 밝혀진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변하며 대표적 예로 민병욱 썬앤문회장의 안희정씨에게의 감세 청탁시인, 굿머니의 수십억대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을 거론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여론의 부실 청문회 비판을 의식한듯, "열린우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증인 출석을 방해하고 청문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시도함으로써 진실을 호도하려 한 점이 부각됐다"고 주장했다.
조순형 대표는 12일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동료 의원들이 심문한 내용에 대해 반대심문을 하는 것은 의원 자질에도 문제가 있더라"며 "특히 도둑들이 증인 부르고 어쩌고 하면서 국회의원 전체를 도둑으로 폄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열린우리당 소속 법사위원들을 비난했다.
유용태 원내 대표도 "국회의원 전체를 도둑으로 몰아가는 것은 윤리위원회 제소감"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한다는데 이 역시 청문회에 쏠린 관심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유감"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증인 동행 요구권 등이 보장돼 있지도 않은 청문회를 시도하려 한 것이 무리 아니었느냐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어, 청문회 실효성에 대한 책임 전가는 여론의 비난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한.민 공세 강화**
10일 금감원 청문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기도 했던 열린우리당은 반쪽짜리 청문회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며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증인이 청문회에 안나온다고 해서 국민적인 비판이나 비난이 없다"며 "이런 의회 권위를 추락시키는 청문회를 결정해서는 안됐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첫날 물리적으로 저지한 이후 지켜봤는데, 너무 정략적으로 진행됐다"며 "적반하장 청문회라는 말이 들어맞는 게 아니냐"고 야당 법사위원들을 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런 청문회는 다시 해서는 안된다"며 "정략적 정치 공세에 국민만 불행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도 청문회에서 당 소속 신계륜 의원에 대한 의혹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 "무책임한 폭로의 연장"이라고 비난한 뒤, "홍준표 의원의 CD 얘기는 그렇게 황당했음에도 홍준표 의원 본인은 아직도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폭로 전문 의원들은 당에서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12일 오전 오전 9시20분께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 및 당직자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적반하장 청문회 규탄대회'를 열어 불법대선자금 청문회의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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